우리나라의 대통령 전용기는 ‘코드원’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 소유가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들은 대한항공에서 임차한 ‘보잉 747-400’ 기종을 이용해왔습니다. 정권 때마다 ‘대통령 전용기구입 여론’이 등장하는 까닭입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대통령 전용기를 구매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도 대통령 전용기 도입 여론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일요신문i’가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봤습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연합뉴스
사진은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의 모습입니다. 에어포스원이라는 호칭은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만들어졌습니다. 대통령이 탑승한 모든 항공기에 부여된 항공교신용 호출 부호(call sign)가 바로 에어포스원이였기 때문입니다.
에어포스원은 ‘구름 위의 백악관’입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에어포스원은 ‘보잉 747-200B’ 기종을 개조한 것입니다. 총 면적은 372㎡로 기체 내부는 3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통령 개인 공간인 침실은 물론 집무실, 회의실, 참모진 사무실 등을 갖췄습니다. 백악관 집무실처럼 암호화 통신과 화상회의 시스템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모습. 연합뉴스
에어포스원은 무엇보다도 ‘세계 최강국’다운 면모를 자랑합니다. 한 번의 급유로 지구 반 바퀴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 화학무기 등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방어 시스템도 장착됐습니다.
양쪽 날개 부분에는 적군의 미사일 공격 시에 혼란을 주기 위해 연막탄도 내장돼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하게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싱가포르에 도착한 까닭입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미국은 전 세계에 부대를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작전들이 이뤄질지 모른다. 대통령이 특수 부대 투입 결정을 공중에서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며 “에어포스원이 대통령 비상 탈출 장치는 물론 고도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 각종 방어기능을 갖춘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전용기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전용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베 총리는 두 대의 전용기를 동시에 운용합니다. 일본 정부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예비 기체를 포함한 두 대의 전용기를 함께 띄웁니다. 일본 총리 전용기 옆에는 ‘항공자위대’라는 문구가 써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전용기는 국가의 정상과 참모진들만 이용하는 정부 소유의 ‘전용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통령 전용기는 어떨까요? ‘공군 2호기’로 불리는 ‘보잉 737-3Z8’ 기종이 공군 소유 전용기입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5년에 도입된 공군 2호기는 항속거리가 짧습니다. 최초 제작연도는 1965년, 상당히 노후화됐고 탑승인원도 40명에 불과합니다.
공군 2호기 모습. 연합뉴스
공군 2호기가 국내용으로 쓰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2006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공군 2호기를 이용했습니다. 2003년 1월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방북했을 때도 공군 2호기가 사용됐습니다.
이쯤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설마 해외에 공군 2호기를 타고 나간다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문 대통령은 공군 2호기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문 대통령의 전용기는 ‘보잉 747-400(2001년식)’ 기종으로 ‘공군1호기’로 불리는 ‘코드원’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2월 대한항공과 5년간 1157억 원에 장기임차 계약을 맺고 ‘보잉 747-400’을 임차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말에 대한항공과 2020년 3월까지 5년 간 1421억 원에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타던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공군 1호기로 불리는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 연합뉴스
코드원도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반통신망과 위성통신망, 미사일 방어장치가 구축됐습니다. 아쉬운 점은 엄밀히 말해 코드원이 대통령 전용기가 아니라 ‘전세기’란 점입니다. 코드원이 대한항공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대통령 전용기 구입’ 여론이 등장한 까닭입니다.
청원자 A 씨는 2018년 6월 14일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번듯한 전용기가 없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항공사의 여객기를 임대 형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전용기를 구입해야 하는데 아직도 지지부진하다”고 밝혔습니다.
6월 21일 현재 4668명이 추천을 할 정도로 청원에 대한 관심은 뜨겁습니다. A 씨는 “대통령전용기 사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가 당시 야당의 반대로 좌초됐다”며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변하고 있어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많은 시기다. 전용기 도입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MBC스페셜 ‘대한민국 대통령’ 화면 캡처. 유투부 캡처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경 대통령 전용기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이 “전용기를 구입할 예산이 있으면 전기료 5만 원을 못내 촛불을 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에 따뜻한 눈길을 돌려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전용기 구매를 추진했지만 금융위기 등 경제 문제로 도입 대신 임차 방식을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습니다. 경제 논리가 언제나 대통령 전용기 사업의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국회 차원에서도 ‘대통령 전용기 구입‘ 제안이 나왔습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11월 경 국회 운영위에서 “더 이상 전용기 도입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 2020년이면 대통령 전용기 임차 계약이 만료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승래 의원실 관계자는 “전용기 구매가 임차하는 것보다 예산이 적게 든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번에 임대기간이 곧 끝나기 때문에 의원님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대통령 전용기를 구매해서 25년을 운용하면, 임차에 비해 4700여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비행기는 일정기간 운행하면 소모품을 갈아야 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많이 든다. 대한한공이 정비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전용기를 구입하면 정비는 공군의 책임이다.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 대통령 스스로 예산을 절감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안전’입니다. 2011년 3월 12일 오전 8시 10분.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하던 코드원이 1시간 40분 만에 회항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참모진 등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불안감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전용기 회항 사태가 일어난 것입니다. 전용기 아랫부분에 있는 공기 흡인구 내의 에어커버 손상 때문이었습니다. 비행기 제작사인 보잉의 볼트 조립 실수가 에어커버 손상의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타던 비행기를 그대로 타고 있습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용기 도입은 검토 중인 사업이 아니다”며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용기가 이륙하진 않는다.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통령 전용기 구입을 우선적으로 논의하진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습니다.
최근 백악관은 보잉사로부터 에어포스원 2대를 39억 달러(약 4조 1800억원)에 구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1990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때부터 타던 에어포스원이 노후화됐고, 새로운 전용기 도입이 대통령의 이동을 보장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역시 2019년부터 최신형 전용기 2대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대 정권 때마다 ‘예산’ 논란을 이유로 대통령 전용기 구매 논의가 무산됐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