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 대응해서, 근자엔 일본이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적극적으로 나섰다. 새로 집권한 민주당을 이끄는 하토야마 유키오 수상과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은 전부터 중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고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에 그들은 미국에 냉담하다. 그들은 미국에 의존하는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모색한다.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도 이런 변화에 기여했다. 현재 민주당은 사민당 및 국민신당과 연합해서 정권을 유지하는데, 좌파 정당인 사민당은 미국에 대해 비우호적이다.
이런 요인들이 합쳐지면서, 미국과 일본 사이의 충돌은 거의 필연적이 되었다. 그리고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 문제는 두 동맹국들이 거세게 맞서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비행장 문제는 자민당 집권 시절에 이미 두 나라 사이에 합의된 일이지만, 일본의 국내 정세는 하토야마 수상으로 하여금 미국에 맞서는 자세를 보이도록 만들었다.
민주당 외교 정책의 본질적 문제는 그것이 외교의 기본 원리인 원교근공(遠交近攻)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이웃한 나라들 사이엔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은 먼 나라들을 자신의 동맹국으로 삼으려 애쓴다. 그것이 외교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태평양 저편에 있어서 영토적 분쟁이 거의 없고 오래된 우방인 미국을 버리고 갑자기 강성해진 이웃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정책은 비합리성의 극치다.
미국을 곧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되는 중국에 대응하는 유일한 길은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연합하는 길뿐이다. 만일 여러 나라들이 연합하지 못하면, 그들은 뿔뿔이 중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갈 터이다.
지금 상황과 비슷했던 경우는 중국 전국시대 말엽이다. 당시 중국 서부에서 갑자기 강성해진 진(秦)은 나머지 여섯 나라들을 위협했다. 소진(蘇秦)의 합종책(合縱策)을 따라서 여섯 나라가 연합했을 때, 그들은 진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의(張儀)의 연횡책(連衡策)을 따르자, 그들은 하나씩 진에 병탄되었다.
일본이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미국과의 동맹을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신 중국을 우방으로 삼는 것은 한 초강대국을 다른 초강대국으로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자유롭고 발전되고 초강대국의 책무를 아는 나라다. 중국은 아직 전체주의를 따르고 시민들을 억압한다. 초강대국으로서 세계를 이끈 경험도 없고 그런 지위에 따르는 책무도 알지 못한다. 게다가 유난히 공격적이어서 둘레의 모든 나라들과 싸웠거나 영토 분쟁을 겪었다.
이제 세계는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회가 되었지만, 정치적으로는 민족국가 체제를 그대로 지녔다. 그렇게 혼란스럽고 위험한 상황에서 세계를 이끄는 미국의 짐을 오히려 어렵게 하는 일은 어리석다.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은 비합리적인 외교 정책을 버리고 원리에 맞고 자신의 이익을 보장해줄 외교 정책을 찾아야 한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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