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코스닥지수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코스피는 36.13포인트 내린 2340.11로, 코스닥지수는 24.84포인트 내린 815.39로 장을 마감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긴축’ 땐 -10%, ‘위기’ 땐 -20%= 최근 10년간 총 4차례의 외국인 매도 공세가 코스피를 움직인 정도를 분석해보면 이른바 ‘위기’에는 -20% 이상, ‘긴축’에는 -10%가량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때는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때다. 2200선을 넘던 코스피가 26% 이상 폭락하며 한때 1640선까지 밀렸다. 이후 상당 기간 2000선을 회복하지 못했고, 전고점(2200) 탈환은 2017년 5월에야 이뤄졌다.
2013년 5월 미국의 ‘긴축발작’ 때도 폭락했다.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당시 2000선이던 코스피는 10%가량 하락하며 1770선까지 밀렸고, 넉 달 만인 이해 9월에야 2000선을 회복했다.
가장 최근 폭락은 2015년 하반기다. 이해 12월 미국은 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그에 앞서 이해 5월부터 시장이 반응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 한때 2200에 근접했던 코스피는 이후 8월까지 20% 가까이 급락, 한때 1800선이 위태롭기도 했다. 전고점 회복 시점은 2017년 4월이다.
올 2월에도 미국이 예상보다 긴축을 빠르고 강하게 진행할 것이란 우려로 외국인 매도가 쏟아졌다. 2600을 넘던 코스피는 10% 넘게 하락하며 2340선까지 밀렸다. 이후 잠시 우려가 잠잠해졌지만 지난 5월부터 다시 우려가 되살아나며 외국인은 순매도 행진을 보이고 있다.
▶무역전쟁, ‘위기’ 되나= 6월 들어 코스피는 지난 2월의 저점까지 밀렸다. 고점 대비 -10% 수준이다. 미국의 긴축 강화에만 영향을 받는다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긴축에 더해 무역전쟁까지 가세된다면 상황은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 확산은 세계 경제에 치명상을 준다. 특히 무역에 달러 공급을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타격이 커진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으면 내수 및 서비스업종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경상흑자가 줄거나 적자로 전환되면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외국인들의 한국 내 투자자산 가치가 추락한다. 외국인 자금이 앞다퉈 이탈하면 외화 유동성 위기뿐 아니라 자산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위기로 번질 수 있다. 흑자기조 유지와 환율안정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물론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자동차와 조선, 철강, 기계 등은 이미 국제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 설령 환율이 올라도 무역장벽이 그 이상 높아지면 효과는 사라진다.
▶한·미금리 역전…단기자금 유입=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 공세가 이어지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사자’가 계속되고 있다. 이유는 자금의 성격 때문이다.
주식투자자금은 일반적으로 배당과 함께 시세차익에 목적이 있다. 만기가 없어 주가가 충분히 올랐거나 시장 위험 요인이 부각될 때 차익실현을 해야 한다. 환위험도 고려하지만 수익차원 접근은 아니다. 이와 달리 채권자금은 일반적으로 금리 외에 환율에 주목한다. 현재 미국 국채 이자율이 한국보다 높지만 파생금융시장을 이용해 환율 관련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도 높고 경제도 강한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금융기관들도 달러자산 투자에 적극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들 국내 기관들에 달러를 공급해주고 이익을 낼 수 있다. 매개는 환율이다. 서로의 환위험을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거래하게 되는데 국내 기관의 달러 수요가 강할수록 외국인들이 더 많은 덤을 얻는다. 이 덤이 아직 한·미간 금리차보다 크다. 최근 국내 유입되는 외국인 채권자금이 주로 단기성인 이유다. 이들이 한국에서 달러 대여업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한·미 간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경우다. 달러를 빌려주고 받는 대가가 금리차보다 못하면 자금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오르며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대한항공 설상가상…환율·금리·유가 동반상승 ‘직격탄’ ‘갑질’ 논란의 핵심에 선 한진그룹이 실제 경영난에 빠질 우려가 깃들고 있다. 최근 환율과 금리, 국제유가가 모두 상승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최근 21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이지만 만기가 30년 이상이어서 자본으로 인정받는 증권이다. 돈을 빌렸지만 장부상 빌린 돈으로 처리하지 않는 셈이다. 그런데 엄청난 고금리다. 첫해 5.4%(113억 원), 둘째 해 7.9%(166억 원) 이상, 셋째 해 8.4%(176억 원) 이상이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율은 더 높아지는 조건이다. 대한항공은 2013년 2100억 원(현재 연 9.9% 이상), 2015년 3억 달러(현 연 6.5%이상), 2017년 3억 달러(현 연 6.875%)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모두 합해 1조 원 이상으로, 당장 올해 이들의 이자만 800억 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2조 원에 영업이익 9400억 원, 순이익 8019억 원 거뒀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영업이익 흑자에도 순손익은 적자를 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서다. 최근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 항공수요가 늘어난 데다 저유가·저금리·원화강세가 겹치면서 항공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역시 높은 부채비율에 한진해운 처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그런데 올 들어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유가, 금리, 환율의 방향이 모두 바뀌었다. 최근 회사채 인수를 위해 국내 5개 증권사가 대한항공 경영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약 80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고 약 300억 원 이상의 외화유동성이 유출된다. 또 금리가 연 1% 변동할 때 877억 원의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연초 1070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10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연 8.5% 아래이던 회사채(BBB-) 금리는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2월 이후 9%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60달러까지 올랐던 국제유가(WTI)는 최근 65달러에 도달, 이제 70달러선을 넘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분기 들어 대한항공 주가는 18%가량 급락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10%가량 하락한 것보다 훨씬 크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당분간은 금리·유가·환율이 모두 오를 텐데, 대한항공의 재무구조가 더 나빠진다면 2013년처럼 채권단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때야 에쓰오일 지분 등을 팔면서 위기를 모면했지만 이제는 남은 알짜자산도 없다. 일단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다면 자칫 조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박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