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야 길 가는 한국 사람들을 붙잡고 “자장면이 어느 나라 음식이냐”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모두가 중국음식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장면을 처음으로 한국에 선 보인 것이 중국에서 건너 온 화교(華僑)들이었고 지금도 자장면은 중화요리 간판이 붙은 음식점에서 만들어 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는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것과 같은 그런 자장면이 없다는 사실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답사와 취재로 밝혀졌다. 더러 중화요리 차림표에 작장면(炸醬麵)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요리다. 발음으로 봐서 자장면의 어원(語源)이 될지는 몰라도 식재료나 맛은 전혀 다른 요리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미국 여행 중 중화 요리집에서 작장면을 주문했다가 낭패 본 적이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작장면이라는 것이 서울에서 보던 자장면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마치 철사줄을 뭉쳐 놓은 듯한 바싹 마른 당면 한 접시와 탕수육 육수 같은 소스가 전부였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었더니 당면을 소스에 적셔 천천히 녹이면서 먹는다고 했다. 내가 잘못 주문한 것인지 내 주문을 종업원이 잘못 알아들은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중국집에서 파는 작장면이 원래 그런 것인지 지금까지 의문으로 남아 있다.
미국에서 서울에서와 똑같은 자장면을 먹어 본 것은 워싱턴에서였다. 워싱턴에서 근무하는 한국특파원 몇몇이서 서울에서 손님도 왔겠다, 별식으로 자장면을 먹자며 변두리동네 뒷골목에 있는 조그만 중국집으로 데리고 갔다. 주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서울에서 중국집을 하다가 미국으로 이민 온 화교 2세였다. 우리말이 유창한 것은 물론이요, 서울에서 누가 왔다고 하면 마치 죽마고우를 만난 듯 반기며 자신이 직접 주방에 들어가 수타(手打)로 면을 뽑고 자장을 만드는 등 서울에서 익힌 솜씨를 뽐내곤 한다는 것이다.
소설가 황석영은 “누군가 말하기를 짜장면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야 어른이 된다는데 우리 또래치고 짜장면에 대한 추억이 없는 이가 없다”고 썼다.(자전소설 <들판에 서서 마을을 보면>) 또 어떤 식도락가는 가난한 사람이 먹으나 부자가 먹으나 자장면 맛은 똑같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양대 양세욱 교수는 <짜장면뎐>에서 “자장면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산업화의 ‘전투식량’이자 우리네 희로애락의 산 증인”이라고 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전국에서 한국인이 하루에 먹어 치우는 자장면이 600만 그릇이 넘는다고 한다.
이쯤 되면 자장면도 비록 불고기나 김치, 비빔밥처럼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한국의 전통음식엔 끼지 못하더라도 한국인이 즐겨먹는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떳떳하게 주장할 만하지 않는가.
이광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