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참석자들이 손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6월 말 현재 하마평에 오른 민주당 당권 도전자는 이해찬(7선), 이석현(6선), 이종걸(5선), 김진표·박영선·설훈·송영길·안민석·최재성(이상 4선), 우상호·우원식·윤호중·이인영(이상 3선), 박범계·신경민·전해철(이상 재선), 김두관(초선), 김부겸(4선) 행정안전부·김영춘(3선) 해양수산부 장관 등 20명 안팎에 달한다.
최대 변수는 친문(친문재인)계 단일화다. 일단 범친문이자 친노 원로 이해찬 의원의 출마 여부가 친문계 교통정리의 첫 번째 변곡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에선 진문인 전해철 의원이 당권 도전의 문을 연 상태다. 진문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친노계 중 문 대통령과 같은 행보를 걸은 인사다.
이해찬 의원의 결은 다소 다르다. 이 의원은 범친문이다. 이는 문 대통령과 정치 출발점은 달랐지만 현재 적극적으로 힘을 보탠 인물이나, 시작은 비슷하지만 향후 다소 엇갈린 행보를 보였던 인물을 말한다. 이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금강파’에 속해 있었다. 문 대통령은 금강파와 양대 산맥이었던 ‘부산파’ 소속이었다.
이해찬 변수가 민주당 전대에서 중요한 이유는 그가 가진 위상 때문이다. 2012년 대선 직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을 이끌었던 이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전략통이다. 민주정부 1·2기 출범 당시에도 개국공신으로 불렸다. 친문계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친문 직계 후보들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이해찬’ 이름 석 자가 갖는 정치적 파워는 크다. 이 의원은 6월 15일 TBS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 출연해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분들이 중심이 돼서 하는 게 낫지 않겠냐”라며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영향력 안에 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12년 때도 이들은 박지원 현 민주평화당 의원과 함께 ‘대선 후보 문재인-당 대표 이해찬-원내대표 박지원’ 삼각편대를 꾸렸다. 당시 민주통합당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방선거 이후 여의도의 관심이 온통 이 의원 행보에 쏠려있는 이유다. 출마 가능성은 ‘50 대 50’이지만, 출마한다면 당선권에 근접해있다는 평가다. 친문·친노계 표를 상당수 흡수할 수 있어서다.
민심도 나쁘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6월 16∼17일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공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의원은 9.3%를 획득해 김부겸 장관(16.7%)과 박영선(10.3%)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중하위권에는 송영길(4.0%), 김진표(3.9%), 김두관(2.8%), 최재성(2.5%), 전해철(2.2%) 의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모름·무응답’이 45.4%로 가장 많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9.6%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문(비문재인)계 관계자는 “당 내부에도 이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면, 사실상 끝난 게임이라는 전망이 있다”면서도 “역풍도 만만치 않아서 본인도 최종 결심을 하기까지 부담이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타협을 거부하는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힌다. ‘버럭 해찬’으로 불릴 정도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법안이 올스톱된 상황에서 여야 협치를 할 수 있겠느냐”라고 우려했다.
청와대와 친문계도 고민도 이 지점이다.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오더는 없지만, 최근 청와대와 당내 친문계 인사들은 ‘이해찬 변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양 전 비서관이 6월 16일 극비리에 귀국했다. 그의 귀국 사실이 알려진 것은 나흘이 지난 6월 20일께다. 양 전 비서관은 여전히 ‘백의종군’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 당권주자 교통정리’, ‘내각 개편 정리’ 등의 역할론을 거론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내보내고 양정철을 받아들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양정철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중 특히 주목받는 것은 ‘김부겸 지원설’이다. 당장 친문계 내부에선 이해찬·최재성·전해철 의원 간 단일화부터 난관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이 시점에 양 전 비서관이 김부겸 장관 출마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 돌면서 민주당 전대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간 잠겨있던 김 장관의 국회의원회관은 6월 18일 다시 문을 열었다. 민주당이 8월 25일 전당대회 날짜를 정한 시기와 맞물린다.
현재 친문계 내 목소리는 제각각이다.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친문계 내부는 그야말로 우왕좌왕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당 주류 내부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비토 기류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이 의원 출마와 관련해 친문계 일부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이 의원이 젊고 역동적인 새로운 인물을 밀어주면, 세대·인물·세력 교체가 자연스럽게 된다”며 “청와대와 친문 지지자들이 원하는 그림도 이런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 주류가 20대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문희상)와 당 원내대표(홍영표) 등을 독식한 상황에서 계파색이 짙은 인물이 당권을 잡는 것도 부담스럽다. 또 다른 강경파인 최재성 의원도 마찬가지다. 전해철 의원은 중량감이 문제다. 민주당 당권을 준비 중인 후보 측 관계자는 “강경파가 나오면, 그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노선 투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해찬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중도 우파”라며 “더 진보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계 일부는 ‘김부겸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 집권 2년차 때 조기 대권경쟁이 과열될 수 있어서다.
호남 표심이 중요한 이유다. 호남 권리당원은 19만 명 안팎이다.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이 1에 달한다. 2년 전 컷오프(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송영길 후보가 호남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한 관계자는 “차기 총선도 결국 호남 민심이 결정할 것”이라며 호남 대표론을 주창했다. 호남 vs 비호남 구도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초·재선 의원들이 누구를 지지할지도 관심사다. 개혁성향의 박영선 의원 등은 신문+초·재선 개혁그룹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송영길·박영선 의원 등은 신문으로 불린다.
이밖에도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 보수 양당의 차기 당권 구도 등도 민주당 전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최근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공석인 지역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 때문이다. 진 비서관은 서울 강서을 지역위원장에 공모할 예정이다. 또한 최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박영선·박범계·전해철 의원 등이 거론됐다. 우원식 의원은 환경부 장관 리스트에 올랐다. 이는 다른 당권 경쟁자들이 의도적으로 흘린 역정보이거나 본인 인지도 제고를 위해 스스로 흘렸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관리형이냐, 책임형이냐’ 등의 전대 성격이 결정될 때까지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 대표 경선방식과 룰도 당권 표심의 변수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3명 컷오프 도입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 현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대의원·권리당원(85%), 일반 여론조사(15%)를 합산해 후보자를 결정한다. 2년 전에는 대의원(45%), 권리당원(30%), 일반 여론조사(25%) 방식으로 당 대표를 선출했다. 결국 누가 당심을 잡느냐의 싸움인 셈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결국 친문계가 누구를 미느냐에 따라 포스트 추미애 체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
계파별 선수별 ‘자기 사람 심기’ 움직임 “우리 사람을 심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경쟁의 또 관전 포인트는 이른바 ‘자기 사람 꽂기’다. 민주당 차기 당 대표는 오는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쥔다. 당 대표 견제그룹은 사실상의 공천권 전횡을 막는 바람막이다. 민주당 내 각 계파가 자기 사람 심기에 열을 올리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2년 전에도 그랬다. 민주당은 2016년 8·27 전당대회 당시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가 대표와 최고위원을 싹쓸이했다. 당시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한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최고위원 8명 중 양향자(여성), 김병관(청년), 김영주·전해철·심기준·최인호(이상 지역) 등 6명이 친문계였다. 이 중 양향자 전 최고위원과 김병관 최고위원은 ‘문재인 키즈’로 불렸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친문계 한 인사는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성과가 중요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읽는 인사가 지도부에 있는 게 낫다”고 다다익선 논리를 폈다. 비문계는 친문 독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친문계가 지도부를 장악할 경우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 결집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계파 수장이 없다는 점은 비주류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앞서의 관계자도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없다는 게 고민 지점”이라고 전했다. 자기 사람 심기 움직임은 각 계파에 국한하지 않는다. 선수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중진급보다는 선수에서 비주류인 초·재선이 특히 눈에 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개혁 성향의 초·재선 10여 명이 최고위원 입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초·재선 그룹 다수는 더좋은미래가 공동 출자해서 만든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등이 주축을 이뤘다. 더좋은미래는 민주당 내 개혁성향의 초·재선 의원들 모임이다. 일각에선 계파·선수별 자기 사람 심기가 ‘갈등 진원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장 초·재선 그룹에서도 어느 후보를 밀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인사는 “당 지도체제는 무늬에 불과하다”며 “이번에도 제 입맛에 맞는 인물 꽂기 형태는 여전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