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 19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야영장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워크숍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후보자가 득표율 15% 이상을 얻을 경우 선거비용의 100%를 보전 받을 수 있고, 득표율 10% 이상을 얻을 경우 선거비용의 50%를 보전 받을 수 있다. 10% 미만을 득표한 후보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6·13 지방선거 이후 바른미래당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뿐만 아니라 226개 기초단체장, 국회의원 재보선 12곳에서 당선자를 단 한 명도 내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출마해 당선된 사람은 광역의원 824명 중 5명(비례 4명 포함), 기초의원 2927명 중 21명(비례 2명 포함)뿐이다.
바른미래당 후보들은 단순히 낙선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득표율이 15%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아 타격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우리 당의 상황은 그냥 한해 농사를 망친 것이 아니라 다음에 쓸 씨앗까지 다 태워먹은 꼴이다. 암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에 나섰던 분들은 우리 당의 뿌리 같은 분들이었다. 그 분들이 지역에 튼튼하게 자리 잡아야 우리 당이 바로 설 수 있는 건데, 10%도 득표 못해서 빚더미에 오른 분들이 많다. 앞으로 아예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분들도 있다”면서 “당 지도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선거 내내 잡음을 냈다고 원망하더라. 어떤 후보는 차라리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면 15%는 넘겼을 거라는 말도 했다. 그런 분들이 다음 선거 때 우리 당을 돕겠는가”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노원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던 양건모 전 후보는 “저는 간신히 득표율 10%는 넘겨서 선거비용 절반은 보전 받지만 주변에 10%도 못 넘기고 힘들어하는 후보들이 많더라”면서 “앞으로 우리 당 풀뿌리 지역 조직이 다 죽게 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양 전 후보는 “저 또한 피해가 크다”면서 “출마할 때 기탁금만 1000만 원을 냈다”고 말했다. 양 전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당선 가능성이 높으니까 모금을 제한할 정도로 후원금이 많았는데 우리 당 후보들은 거의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선거비용을 보전 받지도 못하게 됐으니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 “저도 후원금을 모금하려고 했었는데 모금도 안 되고 회계처리만 복잡할 거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종로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던 김복동 전 후보는 “다른 당은 선거 기간 후보들에게 지원금이 꽤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당은 조직비라고 몇 푼 준 거 외에는 전혀 지원이 없었다”면서 “누가 앞으로 우리 당에서 (선거)한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는 “(선거 패배와 15% 득표 실패로 인한 어려움이) 말할 수 없이 많이 있다”면서 “(선거 비용을) 여기저기 돈 빌려서 썼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전 후보는 “저 같은 경우는 이제 정치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당에서 15%는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하니까 선거 비용을 거의 상한액까지 써서 피해가 더 컸다”면서 “일부 소수 정당의 경우는 어차피 선거비용 보전 못 받을 것을 아니까 최대한 적은 돈으로 선거 치르지 않나. 우리 당은 후보들한테 15%는 넘길 거라고 하니까 저도 선거비용을 상한액까지 썼다”고 말했다.
구청장 선거비용 상한액은 2억 원가량이다. 예비후보 기간에 지출한 비용은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는 선거비용은 더 많다. 광역단체장의 경우는 후보 등록 기탁금으로만 5000만 원을 내야하고 기초단체장은 1000만 원, 광역의원 300만 원, 기초의원 200만 원을 내야 한다.
선거비용 상한액은 지역별 인구수 + 직전 4년간 전국물가변동률에 따라서 후보자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올해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비용 상한액이 34억 9400만 원이었고, 경기도지사 후보는 41억 7700만 원이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득표율 10%를 넘기지 못하면 수십억 원의 선거비용을 떠안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우리 당 후보로 출마했던 분들 대부분이 선거비용을 보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이 금전적으로 지원을 하면 선거법에 위반될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면서 “당에서도 그 분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당을 쇄신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희망을 드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바른미래당의 지역 조직이 사실상 궤멸되면서 향후 보수 진영 정계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치르나 마나 전멸이라는 위기감이 바른미래당 의원들 사이에서 번지면서 대규모 탈당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과 보수 진영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 전직 의원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은 자연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른미래당 자연소멸론’에 힘이 실리면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의 분열을 기다리면서 통합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동작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던 장진영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로 우리 당의 기반이 궤멸당했다. 출마했던 후보들이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는 것을 당 지도부가 제대로 인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엄혹한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철저하게 혁신하는 것만이 당이 사는 길이다. 무난한 혁신으로 끝난다면 회복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