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관장이 회원제 클럽에서 자신의 비서와 클럽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연합뉴스
2014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회원제 고급 클럽에서 2014년쯤 일했던 A 씨는 20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소영 관장의 ‘갑질’을 폭로했다. 1998년에 문을 연 이곳은 헬스와 에어로빅, 골프, 수영 등의 운동 시설과 함께 사우나와 미용실, 휴게실, 수면실, 라운지 등의 부대 시설이 구비된 고급 클럽이다. 식사가 가능한 라운지도 포함돼 유명 정치인의 간담회 장소로도 꽤 알려졌다. A 씨는 당시 이 클럽에서 회원의 운동을 관리하는 업무를 도맡아 했다.
노소영 관장의 갑질은 비서를 향해 이뤄지기도 했다. 노 관장은 이 클럽에서 수영과 헬스, 사우나를 주로 즐겼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 늘 남자 비서가 도시락을 싸서 라운지에 대기했었다. 도시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많이 냈다. A 씨는 “하루는 비서가 도시락을 들고 헬스장과 사우나 사이의 공간에서 노 관장을 기다렸는데 노 관장은 비서를 보자마자 ‘도시락 뚜껑이 이게 뭐야!’라며 화를 냈다. 그러고선 바로 도시락을 그냥 땅바닥에 집어 던져 내가 다 치웠다”고 말했다.
‘한겨레’의 19일과 20일 보도에 따르면 노소영 관장은 주변 공기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노 관장의 운전기사는 여름과 겨울 노 관장을 기다리며 대기할 때 매연이 발생되는 이유로 에어컨과 히터를 켜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 운전기사는 “차를 타고 내릴 때 시동이 켜져 있으면 화를 냈다. 날씨가 춥거나 덥더라도 대기할 때 시동을 켜고 있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운전기사가 해고당한 이유도 매연과 관련 있었다. 그는 “지상이 아닌 지하에 내려줬다고 그날로 해고됐다. 노 관장이 ‘차 놓고 가’라고 했다”며 “도착 장소인 지상에서 의전을 받지 못한 데다 매연에 굉장히 민감한데 지하에 내려줬다는 게 이유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소영 관장은 공기에 매우 민감했다는 건 A 씨의 증언에서도 확인됐다. 노 관장은 화장실 변기 뚜껑이 열려 있으면 언제나 소리를 질렀다고 전해졌다. A 씨는 “노 관장은 변기 뚜껑이 열려있기만 하면 불같이 소리치며 ‘저기 병균이 다 나를 향해서 오잖아! 당장 닫아!’라고 소리치곤 했다. 병균이 공기 중에 떠다닌다는 소리도 자주 했다. 노 관장이 오는 날이면 변기 뚜껑 닫는 게 직원 수칙 가운데 하나였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클럽 내부에서 일하는 직원끼리는 노소영 관장을 전담하는 직원을 비공식적으로 정했었다. A 씨는 노 관장이 오는 날에는 항상 노 관장의 동선을 모두 따라다니며 지근거리에서 그를 관리했다. 그러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요청도 잇따랐다고 했다. A 씨는 “노 관장이 운동할 때 내려놓은 수건이나 집기를 치우며 따라 다니다 보면 사우나 근처도 들를 수밖에 없었다. 사우나 욕조 근처에 있으면 노 관장은 종종 날 불러다가 ‘거기 나 등 좀 밀어 봐’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많았다”고 전했다. 저명한 전직 국회의원의 아내 B 씨가 한번은 노 관장에게 “그 사람은 세신사가 아닙니다. 그러지 마세요”라고 다그치자 그제야 못 이긴 듯 그런 행동을 멈췄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22일 이 클럽을 직접 찾았다. 클럽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이 이 클럽에 다녔던 건 맞다. 다른 건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노소영 관장의 갑질 논란은 19일과 20일 양일 언론에서 보도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2007년부터 노 관장의 기사로 일했던 전직 기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노 관장은 차량에 비치된 껌과 휴지가 다 떨어지면 운전석 쪽으로 휴지 상자와 껌 통을 던지며 화를 냈다”며 “차가 막히면 ‘머리가 있느냐’ ‘머리 왜 달고 다니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더 심한 욕설을 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항상 살얼음판 타듯 긴장했다”고 했다.
다른 수행기사도 폭로 대열에 합류했다. 노소영 관장 차를 수개월간 몰았던 또 다른 기사는 “노 관장은 차가 막히는 걸 이해하지 못해서 항상 긴장해야 했다. ‘택시기사보다 운전 못 하네’라며 무시하는 말을 했다”며 “욕을 먹지 않으려고 버스 전용 차로로 달렸다. 나중에 그룹 비서실에서 버스전용차로 위반 딱지가 너무 많이 나왔다고 뭐라고 할 정도였다. 노 관장이 대통령의 딸이라 차가 막히는 상황을 별로 겪어보지 않아서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노소영 관장의 옛 비서 폭로도 이어졌다. 한 전직 비서는 “노 관장은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운행 중인 4차선 도로에서 날 내리라고 한 뒤 가버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기분이 나쁘면 사무실 문을 걷어차기 일쑤였고 해외 출장 갔는데 화를 내며 먼저 귀국하라고 하는 등 갑질이 너무 많아서 이루 말할 수 없다. 내부 직원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면접까지 본 기사를 10분도 안 돼 ‘차 돌리지. 해고’라고 말하면서 잘랐다. 그런 일이 하도 자주 있어서 새로 채용된 기사님들을 보고 나비 직원들끼리 내기를 했다. ‘저 얼굴은 관장님이 좋아하지 않는 얼굴인데 얼마나 가나 보자’는 식이었다”고 했다.
한편 노소영 관장과 아트센터 나비는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노 관장의 법률 대리인 박영식 변호사 역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세기의 신부’ 노소영 관장은 누구? 196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로 태어나 1980년 서울대 섬유공학과에 입학했다. 노 전 대통령이 신군부 인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2학년 때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시카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던 도중 최태원 회장을 만났다. 둘은 1988년 결혼해 1남 2녀를 낳았다. 대통령의 딸과 재벌가의 만남은 ‘세기의 만남’이라고 불렸다. 1997년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부인 박계희 여사에게 아트센터 나비의 전신인 워커힐 미술관을 물려받았다. 2015년 12월 29일 최태원 회장이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노소영 관장과 이혼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편지에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해봤지만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했다”며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수년 전 여름에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썼다. 2017년 7월 19일 최태원 회장은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이혼 조정은 정식 재판 없이 부부가 법원의 조정에 따라 협의로 이혼하는 절차다. 부부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 소송까지 가지 않도록 법원은 둘의 이견을 조율한다. 협의 이혼은 두 당사자가 직접 가정법원에 가야 하지만 조정은 둘이 합의만 하면 별다른 재판 없이 이혼이 성립된다. 두 사람의 이혼 조정 기일은 2017년 11월 15일과 올 1월 16일, 2월 13일이었다. 합의는 없었다. 2월 19일 최태원 회장은 결국 법원에 이혼 소송 소장을 냈다. 법원에서 기일을 잡지 않자 최 회장은 지난 5월 3일 기일 지정 신청서를 냈다. 이혼 소송 절차는 7월 6일부터 시작된다.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