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이 늘어나면 경제 전체의 구매력이 떨어져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실업자가 더 증가하면서 다시 빈곤층이 양산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실업과 부채가 동시에 늘어나는 이중고가 확산하여 파산하는 가계가 늘고 심한 경우 가계발 경제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한편 빈곤층의 증가는 범죄율을 높이고 추가적인 사회비용을 유발한다. 대검찰청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형법상 범죄자 비율이 상류층은 0.6%인 반면 하류층은 43.9%나 된다.
더욱이 빈곤층의 증가는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확대한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신은 굶어도 자식은 대학에 보내려 한다. 빈곤층이 증가할 경우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하여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경제는 금융위기 때문에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전년에 비해 3.4%나 늘어 총 21조 6000억 원에 이른다. 당연히 사교육비 지출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월소득 10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은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평균 6만 1000원인 반면 월소득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은 평균 51만 4000원이다. 비율로 보면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비해 8.4배의 사교육비를 쓴다. 서울대에 입학하는 서울지역 학생 중 40%가 강남3구 출신이라는 사실이 이와 같은 사교육비 양극화와 무관치 않다.
빈곤층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길은 경제성장의 형태를 ‘분수(噴水)형’으로 바꾸고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경제정책은 대기업과 고소득층 중심으로 성장을 하면 그 효과가 하향으로 확산하여 국민 모두가 일자리를 갖고 잘 살게 된다는 ‘낙수(落水)이론’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거꾸로 기업 간, 계층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빈곤층을 양산하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신산업 발굴과 성장을 작고 강한 자영업, 벤처기업, 중소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이끌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산업저변을 형성하고 고용창출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경제가 상향식으로 발전하는 분수형 성장을 해야 한다. 그러면 빈곤층이 가난을 탈피하고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가지며 사회가 건전하고 균형적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나라발전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복지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켜 기초생계나 의료가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더욱이 학교만 제대로 다니면 누구든지 대학에 가거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교육 살리기는 필수적이다.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공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하는 획기적인 교육정책과 재정지원이 요구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