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배의 뒷부분에 실종자들의 상당수가 갇혀서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터라 모두 빠르고 정확한 구조 작업을 고대해 왔다. 아쉽게도 해군의 대응은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라진 함미를 먼저 발견한 것이 어선이었다는 우연까지 겹쳐 해군을 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곱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게 높은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어떤 조직도 실수 없이 매끄럽게 움직일 수는 없다. 우리 삶은 실수들의 연속이고 큰 조직들은 제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물다. 군대만 효율적으로 움직이기를 바라는 것은 근거가 약한 희망이다.
군함이 두 동강이 난 상황에선 해군의 지휘관들은 당연히 당황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판단에 필요한 정보들이 너무 적다.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올라오는 보고들은 단편적이고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불충분한 정보에 바탕을 두고 지휘관은 중대한, 흔히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을 내려야 한다.
실은 그런 상태는 군대의 일상적 모습이다. 늘 위험한 상황에서 움직이므로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불충분한 정보들에 바탕을 두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지휘관은 갖춰야 한다. 웰링턴 공작이 전쟁의 요체를 “산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추측하는 것”(guessing what was at the other side of the hill)이라 한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군대는 더듬거리면서 과업을 수행한다. 늘 공격적인 북한군과 맞서는 터라 사고가 났다는 보고를 받은 해군 지휘관들은 먼저 사고와 북한군 사이의 관계를 걱정했을 터이다. 인명 구조 작업도 불충분한 정보에 바탕을 두고 시작될 수밖에 없다. 심해잠수 장비를 바로 현장에 보내지 않아서 작업이 늦어졌고 감압 장비가 한 대뿐이어서 잠수사를 활용하지 못했고 기뢰제거함이나 선체인양 기중기를 뒤늦게 보냈다는 지적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가깝다. 시일이 지난 뒤에 밝혀진 최선의 조치들을 취하지 못했다고 해군 지휘관들을 비판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는 해군에 거대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런 압력을 견디지 못해 해군은 무리한 구조 작업을 시도했고 잠수요원들은 안전수칙을 어기면서 작업해야 했다. 결국 한주호 준위가 희생됐다.
군대에선 늘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난다. 1960년대 후반 내가 전방에서 복무했을 때 사고가 일어나면 선배 장교들은 “화불단행(禍不單行)이니 이제부터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가 나서 당황하거나 규칙을 어기고 서두르다 다른 사고를 내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군대는 원래 위험한 환경에서 예기치 못한 과업을 수행한다. 기업처럼 매끄럽게 움직일 수 없다. 군대에 비현실적인 기대를 걸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소설가 복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