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팔렸나?
대중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몸값’이다. ‘미스터 션샤인’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은 21일 넷플릭스와 드라마 방영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밝히면서도, 정확한 계약 금액에 대해서는 ‘경영상 비밀 유지’라는 조항을 이유로 함구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금액을 유추해볼 수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상장 기업이다. 상장 기업은 회사 업무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밝힐 의무가 있다. 의무 공시 기준이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약 2868억 원)의 10% 이상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총 계약금액이 약 280억 원이라고 볼 수 있다. ‘미스터 션샤인’이 24부작이기 때문에 결국 회당 12억 원 이상 되는 판권 금액을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
‘미스터 선샤인’ 홍보 스틸 컷
그렇다면 스튜디오 드래곤은 왜 넷플릭스에 ‘미스터 션샤인’을 팔았을까? 히트작 메이커인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이고, 한류스타인 이병헌이 출연하기 때문에 각국과 개별 비즈니스를 진행해도 엄청난 부가판권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스터 션샤인’의 덩치가 너무 컸다. 이 드라마의 제작비는 400억 원이 넘는다. 국내 최대 규모다. 성공 요소를 두루 갖췄지만 만약 실패할 경우, 회사가 입는 손해가 막대하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손잡으며 제작사는 이미 총 제작비의 70%가량을 회수했다. 국내 광고 및 제작협찬, PPL 수익 등을 따진다면 이제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아직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항일 운동 등을 다루기 때문에 일본 수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주요 수출국인 일본과의 거래가 어려운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 왜 넷플릭스는 한국에 투자할까?
4월 초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1372억 달러, 한화로 140조 원에 육박한다. 미국의 비디오, DVD 렌털 시장을 고사시킬 정도로 파괴력이 강하고 확산 속도도 빠르다. 넷플릭스는 2016년 초 한국에도 상륙해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했다.
하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한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자국 콘텐츠 소비가 강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불리한 계약 조건을 내세우는 넷플릭스와 국내 유력 IPTV 업체들이 손잡기를 꺼리며 넷플릭스는 기존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결국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미 드라마 ‘시그널’ ‘쓰리데이즈’ 등으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가 집필하는 좀비 드라마 ‘킹덤’에 약 1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최근에는 방송인 유재석, 이광수 등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도 제작했다. 원래 싱가포르에 아시아 총괄지사를 두고 있던 넷플릭스는 한국 인력을 강화해 보다 공격적으로 한류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한국 시장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 콘텐츠가 가장 인기가 높고, 비싼 값에 팔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시장을 잡으면 아시아 전체를 획득할 수 있다는 노림수가 있는 셈이다.
‘미스터 선샤인’ 홍보 스틸 컷
더 나아가 넷플릭스가 궁극적으로 공략하고 싶은 대상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이라 할 수 있다. 전세계 유통망을 자랑하는 넷플릭스도 폐쇄적인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뚫지 못했다. 13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10개 이상의 나라와 동시에 무역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결국 넷플릭스는 한류 콘텐츠를 통해 중국 시장에 우회 상장하는 것을 바라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의 스타, 작가, PD, 스태프를 활용하면 넷플릭스의 색을 뺄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투자·제작 주체이기 때문에 수익은 넷플릭스로 돌아온다.
‘미스터 션샤인’을 그 시작으로 삼은 것도 같은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미스터 션샤인’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태양의 후예’와 ‘상속자들’은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도깨비’는 한한령으로 인해 정식 수출은 되지 못했지만 해적판을 구해 엄청난 인구가 시청했다. 결국 김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미스터 션샤인’을 향한 관심으로 치환될 수밖에 없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PD는 “‘미스터 션샤인’이 성공을 거둔다면 넷플릭스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한류 콘텐츠에 투자할 것”이라며 “당장은 한류 시장이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돈의 논리에 의해 넷플릭스가 한류 시장을 잠식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