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원한 한 학부모는 “최근 빙상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기존에 있었던 대회가 축소돼 아이들이 메달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선수 자비로 전지훈련을 가야 한다’는 등의 소문이 빙상계에서 계속 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 빙상연맹 출신 지도자는 “관리단체가 되면 실업팀이 없어진다. 각 시청이나 도청도 빙상팀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한 선수에게 말했다는 전직 빙상 국가대표의 증언도 나왔다.
빙상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돼 집행부의 삼성 인력이 모두 빙상연맹을 나가게 되며 자연스레 빙상연맹 1년 예산에서 17억 원이 빠진다. 빙상연맹 회장사가 삼성인 까닭이다. 삼성은 1년에 17억 원씩 빙상연맹을 지원하고 있다.
17억 원이 커보이지만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쯤 빙상연맹 연예산이 50억 원 정도 되던 시절 이야기다. 2018년 빙상연맹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빙상연맹 전체 예산은 약 120억 6742만 원이다. 삼성의 지원은 14%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집행부가 대한체육회로 바뀌면 상임이사회와 삼성 출신 직원에 투입되는 인건비 등 행정 비용이 감소한다.
빙상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일단 상임이사회가 사라진다. 빙상연맹 상임이사회는 정관에 없는 사조직이다. 이미 폐지됐었지만 전명규 교수가 부회장이 복귀했던 2017년 초부터 다시 가동됐다. 상임이사회가 회의에만 쓴 금액이 1년 동안 1억 원에 이른다. 회의 외 활동비도 적지 않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2년여 동안 상임이사에게 지급된 업무활동비와 통신비만 1억 2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대한체육회 파견 인력이 사퇴하는 집행부를 대신하게 돼 빙상연맹 운영 인건비는 더욱 줄어든다.
대한스키협회는 2014년 관리단체로 지정된 바 있었다. 경기수나 훈련이 줄지 않았고 운영에도 차질을 빚지 않았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대회나 훈련을 늘린다거나 추가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한 큰 행사가 없다면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역시 “근거 없는 소문이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현 집행부의 운영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돼서 관리단체 지정 여부를 따지는 거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문제 많은 현 집행부 대신 대한체육회가 구성하는 관리단체위원회가 현 집행부 대신 빙상연맹을 운영하게 된다”며 “운영의 주체만 바뀐다. 계획된 예산 투입이나 이제까지 수행된 훈련, 대회의 규모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빙상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실업팀의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제껏 특정 선수 밀어 주기로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의 성장 기회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빙상연맹은 특정 선수에게 메달 밀어 주기를 하거나 행정 착오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가로막는 등의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되려 빙상 꿈나무의 날개를 꺾어 왔다. (관련 기사: 매스스타트 국가대표 출신들 “특정 선수 밀어주기 있었다” 미투 폭로)
그 뿐만 아니었다. 빙상연맹은 정관에 없는 상임이사회를 운영하며 선수와 지도자 선발 때 관련 규정과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 도박, 부정 선수 출전 등으로 문제된 선수와 지도자를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3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된 감사에서 문체부는 이 문제를 포함 A4 용지 180장에 이르는 빙상연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관련 기사: ‘빙상 대부’ 전명규, 삼성이 쥐어준 칼 마음껏 휘둘렀다)
당시 노태강 문체부 차관은 “감사를 진행하면서 빙상연맹 피감사자들이 규정과 절차를 위반하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음을 느꼈다. ‘뜻이 좋다’ ‘결과가 좋다’ ‘바쁘다’ 등의 이유로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사회와 국민은 원치 않는데 결과 지상주의, 성적 제일주의에 빠져있다. 빙상연맹에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빙상연맹은 감사 결과 대한체육회에서 관리단체로 지정할 정도의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