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낙선 이틀 뒤에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최준필 기자
#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일단 도피형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낙선하자 이틀 뒤인 15일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출국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지만, 당의 대표까지 했던 인물이 지방선거 뒤 당을 수습하지 않고 홀연히 떠나간 것을 두고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그가 몸을 담은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맛봤다는 점, 참패의 큰 이유가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벌어진 계파싸움이라는 점에서 그의 출국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의 출국을 두고 ‘안락도미(安落逃美)’라는 말이 나왔다. ‘안철수가 낙선하면 미국으로 도망간다’는 뜻이다. 낙선과 동시에 그의 낙선인사 현수막도 논란이 됐다. 이 현수막은 흰 바탕에 파란 글씨로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검은 글씨로 ‘부족한 저에게 보내주신 사랑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안철수 드림-’이라고 쓰여 있었다. ‘바른미래당’이라는 당명은 물론 상징 색인 민트색도 쓰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의 상징적 인물인 안 전 대표가 당에 지나치게 무심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후 안 전 후보는 21일 귀국했는데, 당내 인사들조차 “(귀국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조용한 귀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직후 열렸던 바른미래당 통합 워크숍에서 안 전 후보에 대한 ‘은퇴론’이 제기됐는데, 안 전 후보는 25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자신의 정계은퇴를 묻는 질문에 “문상 와서 그런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 안 전 후보는 27일 ‘초심’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 정계은퇴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 배현진 전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승승장구형
배현진 전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는 6·13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의 ‘히든카드’라며 야심차게 내세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29.6%의 득표율을 얻어 54.4%의 득표율을 기록한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그리고 10여 일 뒤인 24일, 한국당은 혁신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한 준비위원회 인선을 발표했고 여기에는 배 전 후보가 포함됐다.
한국당은 배 전 후보를 포함한 여러 인물들의 인선에 대해 “당내의 선수와 계파를 아우르고 원외 및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 혁신의 객관성과 균형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배 전 후보도 “당협위원장을 유지하면서 21대 총선을 노려볼 계획”이라며 “정치에 첫발을 들였으니 차후를 노려보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정치신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배 전 후보는 재보선에서 2등으로 낙선했지만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당 전면에 섰다는 점에서 선거를 통해 몸값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혁신비대위 준비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끝난다 할지라도 당 대변인 등의 당직을 맡거나 송파을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하며 정치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 이헌태 전 대구 북구청장 후보=겸손형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지만, 대구에서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민주당 이헌태 전 대구 북구청장 후보는 득표율 40.55%를 얻어 한국당 배광식 후보(49.11%)에게 북구청장 자리를 내줬다. 이 전 후보는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선거 다음날인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권자들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새 북구청장에 당선되신 배광식 당선자께는 진심으로 축하를, 함께 경쟁하신 구본항 후보께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위로를 보낸다”고 몸을 낮춰 인사했다.
선거 뒤 3주 동안 낙선인사를 하겠다고 밝힌 이헌태 전 대구 북구청장 후보. 사진=이헌태 전 후보 페이스북
이후에도 이 전 후보는 ‘북구청장 낙선자 이헌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일반적으로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와 낙선자들은 감사의 뜻을 담은 현수막을 거리에 걸어두는 정도로 선거 후유증을 마무리하곤 한다. 하지만 이 전 후보는 선거가 끝났음에도 유세를 하듯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지역 주민들에게 고개를 연신 숙였다. 이 전 후보는 “변화의 희망을 놓지 말자는 제 마음을 전하고자 앞으로 3주 더 낙선인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가 2년 뒤 치러질 21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 전 후보도 “(지역 주민들이) ‘다음엔 될끼다. 나도 찍어줄게’라는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 박종진 전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옹고집형
박종진 전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는 “제가 3등을 하면 석촌호수에 뛰어들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그는 개표결과 최재성 민주당 후보와 배현진 한국당 후보에 이어 3등을 했고, 유권자들과 한 약속인 ‘석촌호수 입수’를 지켜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송파구청 측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박 전 후보의 석촌호수 입수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청 측은 “호수의 수심이 깊어 위험하며, (박 후보가) 뛰어든다면 관리 인원을 더 배치해 막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박 전 후보는 입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후보에 따르면 호수에 입수할 경우 과태료만 부과될 뿐 전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태료 정도는 각오하고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구청에서 관리 인원이 나와 몸싸움 장면이 연출되면 보기 좋지 않으니 밤에 몰래 입수한 걸 촬영하든지 해야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박 전 후보는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생계유지를 위해 인터넷 방송 등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낙선 충격에 쓰러진 안타까운 사연도… 대구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권오현 달서구 제4선거구 후보는 49.33%의 득표율을 얻고 한국당 황순자 후보에게 1.33%p 뒤져 간발의 차로 낙선했다. 14일 오전 3시, 권 전 후보는 개표 결과를 지켜보다가 갑자기 손 떨림과 기력 없음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당시 그는 득표율 50%를 넘기던 상황에서 상대 후보에게 추격당해 역전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권 전 후보는 그렇게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뇌경색 진단을 받게 됐다. 민주당 대구시당 달서구 김태용 위원장은 27일 “아직까지도 (상태에) 차도가 없다. 의료진들도 100% 확신을 갖고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면 보름 이상도 의식이 없다고 (의사들이) 전하더라”며 “제가 권 전 후보의 공천자인데 맘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절친한 후배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구시의원 등 동료 정치인들은 권 전 후보의 병원비에 보탬을 주기 위해 후원을 받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바른미래당 소속의 한 구의원 후보 A 씨(54)도 뇌사판정을 받고 사경을 헤매다 24일 숨을 거뒀다. 그는 선거 다음날인 14일 자택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예후가 나빠져 뇌사판정을 받았다. 선거운동 중 쌓인 피로와 선거 패배 충격 등으로 쓰러진 것 같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추측이었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