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성들이 월드컵을 맞아 전세계에서 날아온 운명의 상대를 만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러시아 여성 축구팬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연합뉴스
러시아는 전세계적으로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러시아 미녀’라고 하면 으레 푸른 눈동자에 금발, 그리고 훤칠한 각선미를 떠올리게 된다. 심지어 ‘슈테른’은 몇몇 여행 가이드 책에서는 러시아 여성들을 가리켜 ‘반드시 봐야 할 볼거리’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유명세(?)에 대해서는 러시아 여성들 본인들 역시 잘 알고 있기는 마찬가지. 이런 고정관념에 부합하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애를 쓰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가령 폭풍이 휘몰아치든 우박이 쏟아지든, 혹은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뚝 떨어지든, 아니면 질척거리는 눈 때문에 걷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든, 러시아 여성들은 결코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그리고 드레스를 포기하는 법이 없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곱게 치장을 하고 멋을 부리면서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완벽을 향한 고집스러움은 때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아름다운 외모로 칭송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자칫 ‘쉬운 상대’라는 오명을 안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부작용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 기간 동안에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여성과의 썸씽을 기대하고 러시아를 찾은 전세계 축구팬들 대부분이 쉽게 러시아 여자를 유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 축구팬들은 이렇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집트에서 온 무스타파(25)라는 이름의 남성은 “러시아에는 미인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월드컵 직관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콜롬비아에서 온 디에고(50)라는 남성은 얼굴에 익살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저녁에는 밖으로 놀러나갈 생각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 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콜롬비아에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으로, 가족들이 모두 축구에 관심이 없어서 혼자 놀러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대도시의 길거리에서 러시아 여자를 만나는 행운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SNS를 통해 설레는 만남을 갖길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셜데이팅 어플인 ‘틴더’가 대표적인 경우다. 실제 ‘틴더’의 언론보도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월드컵 첫주 사용자들이 누른 ‘좋아요’ 횟수는 월드컵 전보다 42% 증가했으며, 심지어 매칭 횟수는 66% 증가했다.
또한 러시아에서 가입한 신규 회원들은 미국, 영국, 독일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으며, 그 뒤로는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이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시 말해 러시아를 찾은 축구팬들이 현지에서 러시아 여성을 만나기 위해서 즉흥적으로 서비스에 가입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여성들 사이에서 외국인들이 특히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남미 출신의 남성들이 가장 인기가 높다. 이에 대해 한 신문기자는 “많은 러시아 여성들이 ‘열정적인 남미 청년’들에게 완전히 미쳐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콜롬비아 출신의 한 축구팬은 “‘틴더’를 통해 벌써 56명의 러시아 여성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이 가운데 다섯 명과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이들 모두와 데이트도 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남미에서 온 축구팬들은 자신들만의 데이트 성공 비법도 개발했다. 이를테면 러시아 여성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무조건 프로필 사진을 올려야 하고, 또 근육질의 상반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식이다. 여기에 문신까지 있다면 매칭 확률은 더 올라간다.
러시아 여성들 사이에서 이렇게 외국인 남성들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슈테른’은 말했다. 첫째, 이국적인 매력에 끌리기 때문이다.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사실 러시아 소도시나 시골에서는 외국인들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 때문에 낯선 외국인들에게 신비로운 매력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둘째, 러시아의 심각한 성비 불균형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례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월등히 많은데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러시아의 성비율은 여성 100명에 남성 86.8명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러시아와 같은 나라에서의 이런 불균형은 여성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러시아 여성들은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인생에 있어 가장 최우선적인 과제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른 살이 됐는 데도 아직 결혼을 안 한 여성을 가리켜 시골 지역에서는 벌써 ‘노처녀’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런 까닭에 많은 러시아 여성들에게 결혼은 1순위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슈테른’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러시아 여성들이 하이힐과 미니스커트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배우자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러시아 여성들이 외국인을 만나 결혼해서 해외로 이주하길 희망하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현재 러시아 곳곳에 북적이고 있는 외국인 축구팬들은 이들의 눈에는 미래의 잠재적인 신랑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여성들이 외국인 신랑감을 찾는 이런 현상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인 콘스탄틴 네비토빔은 “그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왔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틴더’를 통해서만 소통해왔던 외국인들이 실제 손님으로서 러시아를 찾아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과 결혼하길 희망하는 러시아 여성들이 현실 세계 속에서 이들을 유혹할 수 있게 됐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눈물과 상처도 충분히 예상된다고 ‘슈테른’은 전했다. 왜냐하면 한쪽은 진실된 반쪽을 찾길 바라는 반면, 다른 한쪽은 한바탕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만남은 간혹 불쾌한 사건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가령 월드컵 개막 직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이 일으킨 성희롱 사건이 그 예이다.
이들은 러시아 여성들을 앞에 두고 포르투갈어나 스페인어로 음란한 속어를 주고받거나 혹은 노출 부위를 촬영해서 온라인에 올리는 식으로 순진한 러시아 여성들을 희롱했다. 가령 로스토프에서는 두 명의 브라질 축구팬들이 러시아 여성 세 명에게 포르투갈어로 여성의 음부를 뜻하는 단어가 섞인 말로 희롱했는가 하면, 모스크바에서는 브라질 축구팬들이 미모의 금발 여성을 둘러싸고 ‘부세타 로사’라고 연호하기도 했다. ‘부세타 로사’란 포르투갈어로 ‘장밋빛 음부’를 뜻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무슨 뜻인지를 모르고 있던 러시아 여성은 영문도 모른 채 순진하게 이 말을 따라했고, 이에 더욱 신이 난 브라질 남성들은 큰 소리로 ‘부세타 로사’를 연호했다.
도를 넘은 이런 성희롱에 단단히 뿔이 난 다른 축구팬들은 이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고, 이에 따라 이들은 쓰디쓴 대가를 치러야 했다. 성희롱을 한 한 아르헨티나 축구팬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명령에 따라 모든 경기장에서의 출입이 금지됐으며, 또 브라질 항공사 LATAM의 직원인 브라질의 한 축구팬은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브라질 헌병대 소속의 한 남성은 현재 브라질 검찰에 의해 인종차별 및 성희롱을 한 이유로 곧 형사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외국 남성을 선호하는 러시아 여성들의 이런 태도에 대해 러시아 남성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슈테른’은 러시아 축구팬클럽 회원들 사이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적인 경쟁에서 자신들이 압도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슈피리진 연합팬클럽 회장은 “수많은 러시아 축구팬들의 불만이 들려오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 여성들이 외국인들이 모이는 곳을 찾고, 그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즐기는 것에 매우 화가 나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런 달뜬 분위기는 모르긴 몰라도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축구스타 아이 임신하면 5천만원+평생 와퍼” 버거킹 황당 마케팅 역풍 버거킹이 도를 넘은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다 역풍을 맞았다. ‘월드컵 출전 선수들의 아이를 임신하세요.’ ‘버거킹’이 외국인 신랑감을 찾고자 하는 러시아 여성들의 이런 속내를 겨냥한 황당한 마케팅을 해서 비난을 샀다. 러시아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인 ‘맥도날드’를 의식한 듯 과도한 광고 캠페인을 내세웠다가 그만 역풍을 맞고 만 것이다. ‘버거킹’의 소셜미디어 담당부서가 월드컵이라는 호재를 맞아 기획했던 이 광고 캠페인은 러시아 여성들에게 ‘최고의 축구 유전자를 얻도록’ 월드컵 출전 선수들의 아이를 갖도록 부추기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대손손 러시아 축구팀의 성공을 기원하자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신에 성공한 여성에게는 상금 300만 루블(약 5000만 원)과 함께 평생 와퍼를 제공하겠노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광고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러시아 대다수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광고가 나간 직후 비난이 쏟아지자 ‘버거킹’은 즉시 광고를 철회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버거킹’ 측은 “이 광고는 우리 브랜드와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