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 박은숙 기자
이날 친박계의 타깃은 ‘무대’ 김무성 의원이었다. 친박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청원 의원이 당을 떠났으니, 같은 논리로 비박계를 이끌었던 김무성 의원이 물러나 계파를 청산하자는 것이었다. 이들은 공개 발언을 통해 김 의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비박계 의원들은 “(서청원은) 스스로 나간 것이다. 누가 누구를 나가라고 하는 것은 너무한 것(강석호)” “이렇게 공개적으로 누구를 물러가라고 시작하면 끝이 없다(김영우)”며 김 의원을 엄호했다.
이처럼 친박계가 김 의원을 집중 겨누고 나선 것은 친박 청산을 핵심으로 하는 인적 청산의 배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계파도 없애자며 자중하고 노력하는 중에 (박성중 의원의) 메모가 발견됐고, 거기에 과거 계파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가 앉아있다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박성중 메모’는 박 의원이 한 모임에서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완구,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의 메모를 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일컫는다.
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김성태 원내대표가 중앙당 해체 및 외부 혁신위원장 영입 등을 골자로 하는 쇄신안을 발표했을 때도 친박계에선 김 의원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봤다. 김 원내대표 쇄신안에 친박을 축출하려는 김 의원 의중이 담겨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김 의원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앞서의 친박 의원은 “선거에서 지자 기다렸다는 듯 쇄신안이 나왔다. 이는 친박을 내몰고 당을 장악하려는 김 의원의 시나리오라는 게 친박 쪽 판단”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김 의원이 복당파 좌장이라는 점도 염두에 둔 듯하다. 혁신을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대립 전선은 복당파와 친박계가 맞서는 구도로 짜여졌다. 탄핵 때 당을 나가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다시 돌아온 ‘복당파’의 좌장은 김 의원이다. 그 수는 20여 명이다. 한 복당파 의원은 “비록 우리가 친박보다 수는 적지만 대세는 우리 쪽이다. 중립 성향 의원들 상당수가 김 의원을 따른다. 또 대부분 초재선인 친박에 비해 우리는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많다”면서 “친박이 김 의원을 집중 공격하고 나선 것도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은 당이 어려울 때 떠났던 김 의원과 복당파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특히 김 의원의 경우 한때 친박계 핵심으로 불렸던 만큼 더욱 그렇다. 또 다른 친박 의원은 “우리는 욕을 먹으면서도 끝까지 당에 남았다. 김 의원과 복당파는 당을 버리고 나갔던 자들 아니냐. 더군다나 김 의원은 우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모셨던 측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인 김 의원은 책임이 없느냐”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보고 친박이라며 나가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