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직원이 부동산업체 대리인과 공모해 파이낸싱 프로젝트를 추진,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분양업에 종사하는 A 씨와 지인 4명은 한국투자증권 직원이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투자사기를 쳤다며 최근 경찰과 금융감독원(금감원), 한국투자증권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투자증권 모 지점 PB관리팀 B 차장이 부동산업체인 동삼기업의 사업시행 대리인 C 씨와 함께 주상복합오피스텔 신축사업에 대한 PF투자를 권유한 후 그 자금을 갈취했다고 주장한다.
A 씨 주장에 따르면, B 차장은 근무시간에 자신이 근무하는 지점 사무실에서 자필 서류 등을 보여주며 해당 사업을 설명했고 “PF자금 250억 원이 이미 확약돼 있고 대형 건설사가 시공할 예정으로 한국투자증권을 믿고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여기서 근무하는 저와 회사(한국투자증권)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A 씨와 일행들은 한국투자증권이라는 브랜드와 B 차장의 재직 상태를 봤을 때 해당 계약을 의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B 차장은 자신의 사무실과 외부 카페·식당에서 만나 2~3차례 더 투자를 권유했고 C 씨도 미팅자리에 함께 나오기도 했다. 이후 B 차장은 지난 3월 6일 사업투자금 18억 원 중 5억 원을 먼저 본인 계좌로 송금할 것을 요청, 계약 불이행 시 모든 금액을 3월 30일까지 반환키로 하는 차용증에 서명까지 했다. A 씨는 총 4차례에 걸쳐 총 1억 410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A 씨는 해당 부지가 이미 계약을 끝마친 곳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부지는 본래 제일병원과 동삼기업이 나눠 가지고 있던 곳으로 지난 2월 20일 부동산개발 시행업체인 ㈜카이로스시티에 매각됐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땅은 이미 매각됐고 예정됐던 신축건설은 보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A 씨와 일행은 차용증 내용에 따라 금액 반환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지난 18일 B 차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B 차장이 서명한 차용증.
현재 동삼기업 사업시행 대리인 C 씨는 구속된 상태지만 B 씨는 아무런 처벌 없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B 차장은 문자 답변을 통해 “피해자 측 잘못이며 대응할 가치가 없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조치가 예상된다”며 “투자를 진행하다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를 포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개인간 발생한 일로서 회사 책임은 없으며, 향후 법정 다툼 결과에 따라 B 차장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 차장은 투자금 유치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단지 개발권자와 투자자들을 연결해준 것뿐이라고도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B 차장은 제일병원 한 관계자로부터 사촌동생이라며 개발권을 갖고 있는 C 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둘은 애초에 서로 몰랐던 사이”라며 “투자자를 연결해달라는 제일병원 관계자 부탁에 B 차장은 증권사 선배를 거쳐 A 씨 일행을 연결시겨준 것”이라고 말했다. 차용증에 서명한 이유는 증권사 직원의 참여로 투자지원을 독려하고 이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려 했던 것이었다고 B 차장을 대신해 설명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연결만 해준 위치에 있는 사람이 투자금액을 본인 계좌로 받은 것이나 한국투자증권이라는 회사의 신뢰성을 강조한 부분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들다.
한국투자증권 직원들의 금융사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한국투자증권 영등포·창원지점, 2016년 여수충무영업소·강서지점에서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는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금감원이 실시한 ‘2016년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64개 금융사 중 ‘금융사고’ 부문에서 유일하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매번 ‘개인사건’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11번째 연임 성공으로 장기집권을 이어가면서 내부 조직관리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 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관련 공지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개인간 거래를 회사가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담당부서에서 민원을 처리 중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잘잘못을 따질 수 있다”며 “사실 이러한 경우는 자본시장법보다 민법·상법이 우선 적용돼 직원과 회사 책임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시공사·재단이 차익 갈취 의혹” 제일병원 헐값 토지매각 논란 한국투자증권 B 차장과 동삼기업 대리인 C 씨가 PF를 진행한 토지는 본래 동삼기업 소유였다. 동삼기업은 이재곤 제일의료재단 이사장의 동생인 이재훈 대표가 운영하는 부동산개발업체다. 2007년 말 제일병원은 신관 건축을 위해 동삼기업으로부터 전체 부지의 3분의 1을 10억 원대에 매입했다. 하지만 극심한 경영난과 불완전한 시공 계획, 노조 반발 등으로 제일병원은 신관 건축을 중단, 지난 2월 해당 토지를 ㈜카이로스시티에 매각했다. 문제는 재단이 당시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토지 매각 시 과거 동삼기업으로부터 매입했던 가격으로 똑같이 되팔아야 한다’는 환매 특약 조항에 따라, 해당 토지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매각 금액이 주변 시세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5년 전 전체 병원 부지를 대상으로 진행한 감정평가 금액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병원 입장에선 땅을 비싸게 팔아야 이득이 되는데, 시세보다 낮은 수준의 감정평가 금액으로 팔았다”며 “그 차익을 매각 대상자인 시공사와 재단 등이 갈취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당시 토지매각 결의를 위해 비밀리에 이사회를 열면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해당 조항이 기재된 매매계약서와 그렇지 않은 계약서 2개가 발견되면서 적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매입 가격의 3배 높은 가격으로 매각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동삼기업 사업시행 대리인 C 씨가 이재훈 동삼기업 대표, 이재곤 제일병원 이사장 등과 긴밀한 관계라는 정황이 나오면서 이번 투자사기 논란이 결국 이재곤 형제를 포함한 윗선의 이익 챙기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제일병원 노조는 지난 4월 이 이사장을 배임·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