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밤토끼’ 운영자 검거 이후 불법 웹툰 업로드 사이트 방문자 수 1위에 오른 H 코믹스. 각종 웹툰이 불법으로 업로드 돼 있다. 사진=H 코믹스
4일 현재 기준으로 국내 웹툰 불법 업로드 사이트는 40여 개로 집계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접속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30개의 불법 사이트가 2018년 7월 현재까지도 성업 중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밤토끼가 개설되고 난 이후인 2017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즉, 밤토끼가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정착된 이후에 불법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들은 밤토끼와 동일하게 네이버, 다음, 레진코믹스, 탑툰,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서비스 중인 웹툰을 그대로 ‘긁어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불법 웹툰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수백만 명의 이용자를 거느리고 있어 이를 토대로 불법 토토, 포르노 동영상, 성인용품 사이트들과 제휴를 맺고 광고 수익을 올리는 식이다.
검거된 밤토끼 운영자에 의해 밝혀진 이들의 수익은 도박 사이트 등 배너 광고로만 1년 동안 약 9억 5000여 만 원 상당이다. 유명세를 타고 접속자들이 늘어나면서 2017년 6월 월 200만 원이었던 광고료가 2018년 5월 기준으로 월 100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밤토끼의 뒤를 이어 국내 웹툰 불법 업로드 사이트 중 접속자 수 1위를 거머쥔 것은 H 코믹스다. 현재 국내 전체 웹사이트 가운데 방문자 수 등 접속 통계를 통틀어 66위를 기록했다. 밤토끼(2018년 2월 기준 14위)에 비해서는 적은 수치지만, 밤토끼가 단속에 들어간 전후로 방문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웹사이트 접속자 통계를 분석하는 ‘시밀러웹’에 따르면 H 코믹스의 지난 4월 초 방문자 수는 155만 명 상당이었다. 그러나 밤토끼가 단속을 피해 서버를 바꾸거나 폭파시키는 일이 잦아졌던 4월 말~5월 초 방문자 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보여준다. 5월 기준으로 H 코믹스의 방문자 수는 61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불법 사이트의 공통점은 지난 5월 밤토끼 검거를 기점으로 서버를 이동시키거나 주소를 바꾸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트위터 계정을 따로 만들어 회원들에게 변경된 주소를 알려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단속 강도가 높아지면서 검색어로 쉽게 걸릴 수 있는 SNS 계정을 폐쇄하고 불법 웹툰 업로드 사이트를 한데 모아 소개하는 또 다른 사이트를 통해 바뀐 주소를 공유하고 있다.
이 ‘소개 사이트’는 자신의 사이트에 대해 “단순 링크만 제공할 뿐, 불법 웹툰 업로드 사이트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접속 상위권 불법 사이트들이 이 소개 사이트를 통해서도 변경 주소를 지속 공지하고 있어 이른바 ‘소개비’ 명목으로 돈을 챙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들 불법 사이트 운영진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밤토끼의 경우는 서버가 미국에 있었으나 운영진들은 국내에 거주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의 검거가 비교적 수월했지만 다른 불법 사이트의 경우는 해외에 직접 사무실을 두거나 해외 서버를 이중삼중으로 두고 운영되고 있다. 수사망이 좁혀질 때마다 이용하던 서버를 버린 뒤 새 서버로 옮겨 타는 식이다.
특히 이들은 보안이 철저한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광고 제휴업체나 고객 접촉을 시도하며 새로운 사이트 주소를 전달하는 식으로 수사망을 피하고 있다. 밟힐 꼬리를 남기지 않으면서 관계 기관의 단속을 비웃고 수사망을 빠져 나갈 새로운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런 불법 사이트들은 웹 표준 프로토콜(HTTP)에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보안 프로토콜(HTTPS)을 이용하고 있어 사이트 차단이 어려웠다. 국내에서는 HTTP를 이용한 URL(인터넷 주소)의 유해 사이트에 한해 접속을 차단하고 있으나, HTTPS로 URL이 암호화된 사이트는 차단이 불가능한 탓이다. 이 때문에 많은 웹툰 사이트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사법기관에 불법 사이트 추적과 차단을 의뢰해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또 다른 불법 웹툰 업로드 사이트 G 툰. 밤토끼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이 합동으로 “HTTPS를 이용한 불법 유해 사이트에 대한 새로운 차단 방식을 도입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5월 2일 문체부 등은 “서비스 별로 차단하는 방식인 SNI 필드 차단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새 시스템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현행 차단 방식인 DNS 방식(사이트 연결 시 DNS 서버에서 아이피 주소를 변환하는 방식. 이 경우 서버에서 도메인 접속 차단이 가능)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일부 유해 사이트가 아님에도 과하게 차단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긴급 대응이 필요한 저작권 침해에 한해서 진행한다고도 덧붙였다.
한 지방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불법 웹사이트 차단을 정부 기관들이 주도해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번 방침에 따라 차단이 이뤄질 불법 사이트들은 그야말로 업계 전체를 쥐락펴락하던 곳”이라며 “이런 곳이 차단된다고 해서 국민 대다수에게 큰 불이익이 있을 거라곤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불법 사이트에게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도 불법을 행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 밤토끼가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고 우후죽순 유사 사이트가 생긴 것도 그러한 불법 행위가 확실한 돈이 됐기 때문 아닌가”라며 “이용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의식적으로라도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불법이란 것을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