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문춘’은 6월 21일자에서 신칸센 살인사건 용의자 아버지와의 인터뷰를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사건은 6월 9일 오후 9시 47분경, 도쿄발 신오사카행 신칸센 ‘노조미 265호’에서 일어났다. 차량에 타고 있던 한 남성이 갑자기 손도끼를 꺼내더니, 다른 승객들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객실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해당 열차는 임시 정차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고지마 이치로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했다.
이번 흉기난동으로 3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20대 여성 2명이 다치는 참극이 빚어졌다. 더욱이 용의자 고지마는 “짜증이 나서 그랬다. (범행 상대로) 누구라도 좋았다”고 범행 동기를 밝혀 공분을 샀다. 그는 어쩌다 괴물이 됐을까.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은 “고지마가 일그러진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고지마는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에서 자랐다. 위로 누나가 한 명 있고, 아버지 S 씨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자동차 관련 회사에 근무 중이다. 어머니는 시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으며, 현재는 NPO 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고지마의 친척은 “고지마가 5세 즈음 어린이집으로부터 ‘발달장애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고지마의 어머니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런 건 크면 다 낫는다’면서 방치했다”고 한다. 또 고지마가 14세 때 스스로 병원에 가고 싶다고 했으나 어머니는 약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
중학교에 진학한 고지마는 등교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가족 간의 대화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는 방에만 틀어박혀 인터넷과 애니메이션을 보는 등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게 된다. 고지마 일가를 잘 아는 지인은 “식사를 챙겨주는 가족이 없어 고지마가 스스로 만들어 먹거나 만들어둔 것을 혼자 먹곤 했다”며 “실질적으로 부모는 고지마 양육을 포기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유일하게 고지마가 따르던 사람은 외할머니뿐이었다.
그러던 중 부모자식 간의 신뢰를 끊어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지마의 아버지 S 씨는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당시 (아이들이) 새학기라 물통이 필요했다. 아내가 딸에게는 새 물통을 사줬고, 그에게는 남에게 얻은 물통을 줬다. 그런데 그날 밤 그가 문을 부수고 우리 부부가 자는 침실로 들이닥쳤다. 여기가 핵심인데, 집에 있던 부엌칼과 망치를 던지려 했다. 살의는 없었다지만, 찔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가 엉뚱한 쪽으로 흉기를 던졌고 그 틈에 내가 헤드록 같은 몸싸움을 걸어 10분 정도 실랑이를 벌였다. 아내에게 ‘당장 경찰을 부르라’고 소리쳤었다.”
당시 고지마는 출동한 경찰에게 “누나와의 차별에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부자관계에 결정적인 균열이 생겼다. S 씨는 아들을 꺼려했으며, 고지마도 아버지를 혐오하게 됐다. 이후 고지마는 모친이 NPO법인에 부탁해 ‘쉘터(집 없는 사람을 수용하는 간이 숙박시설)’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직업훈련학교까지 무려 5년 동안 고지마는 이 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보냈다.
한편 “고지마의 학업 성적은 우수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 그의 동창들은 “책을 많이 읽고 똑똑한 친구”로 그를 기억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같은 문학작품과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 역사책을 주로 탐독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고지마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재학 중에 취득한 전기수리기사 자격증으로 기계수리 회사에 취직했으나 이듬해 결국 퇴사하고 만다. 이와 관련, 지인은 “사내에서 고지마가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해 10월 고지마는 첫 가출을 감행했다. 후에 가출 이유에 대해 고지마는 ‘부모에게 살해당할 것 같아서’라고 털어놨다고 한다. 지인은 “그 뒤로도 고지마가 언짢은 일이 있으면 계속 가출했고, 2017년 2월부터는 지역 전문병원에 2개월간 입원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고지마가 받은 진단은 자폐증이었다.
퇴원 후 고지마의 운명은 또 한 번 뒤틀렸다. 고지마의 어머니는 그에게 “외할머니 집에서 지낼 거라면, 성(姓)도 외할머니 쪽으로 바꾸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고지마는 외할머니의 동의를 얻어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일본 매체에 따르면 “올해 1월 고지마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니 죽어버리겠다’는 말과 함께 가출한 뒤 가족들과는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그리고 6월 9일 고지마는 달리는 신칸센에서 ‘무차별 살인’ 사건을 저지른 용의자가 됐다.
사건이 보도된 후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용의자 아버지 S 씨의 존재였다. 다름 아니라 S 씨는 텔레비전과 신문 등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어디까지나 생물학적 아버지”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아들을 생판 남처럼 ‘그’ 혹은 ‘이치로 군’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주간문춘’은 S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아들을 버린 이유’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먼저 매체가 “어릴 적 고지마에게 식사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묻자 S 씨는 “같이 먹지 않아 그의 식사를 준비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가 직접 요리한 것을 뺏거나 한 적은 없다. 이를 학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고 답했다.
또한 고지마를 중학교 때부터 시설에 맡긴 것과 관련해서는 “시설에 살게 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라고 S 씨는 정정했다. 하지만, 시설 측 증언으로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로 다소 시기가 엇갈린다. 아울러 “세간에 부모가 용의자를 학대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고 전하자, S 씨는 “학대란 있을 수 없다. 우리 부부의 침실에서 날뛰던 날, 그 애가 경찰에게 ‘학대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몸에 멍이나 상처가 없어서 경찰도 믿지 않았다. 그날 나는 결심했다. (아들) 교육을 포기하기로…”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시설에 아들을 맡긴 행동에 대해 “부모로서 애정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전하자, S 씨는 “방치라고 하면 방치다. 부친 실격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다만 나 나름대로는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아들 물건이나 사진이 집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없다. 다 버렸다. (골판지와 물건이 쌓인 실내를 둘러보다가) 보는 바와 같이 그의 방은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가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인터뷰에 응하는 이유가 있을까. 이에 대해 S 씨는 “취재에 답하는 건 속죄라고 할 수 있다. 부모로서의 책임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쇼와대학 의학부의 이와나미 아키라 교수는 “용의자 정신건강을 황폐하게 만든 가정환경이 ‘묻지마 범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결핍’이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다”면서 “용의자의 일그러진 인격은 부모로부터 버려졌다는 감정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