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기내식 대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임준선 기자
지난 1일 아시아나항공은 승객들에게 기내식을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해 운항 지연 사태까지 벌어졌다. 일부 노선에서는 승객들이 기내식을 먹지 못한 채 목적지로 향하는 ‘노밀(no meal)’ 운항까지 이뤄졌다.
단순한 기내식 파동으로 그칠 것으로 보였던 소란은 지난 2일 오전 기내식 납품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사태는 확전됐다. 여기에 박삼구 회장의 중국 출장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기내식 대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박 회장의 중국출장은 2013년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진행하는 KLPGA 아시아나항공 오픈(2018년부터 금호타이어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 명칭 변경) 점검차 이뤄졌다. 기내식 공급 차질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데도 박 회장 등 그룹 고위임원들을 태운 항공편엔 기내식이 예정대로 공급되고 운항지연도 없었기 때문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중국에서 급하게 귀국한 박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박 회장은 기내식 공급 업체 변경 과정에서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과 함께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태 확산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시아나는 지난 15년 동안 기내식을 공급해왔던 루프트한자 스카이셰프그룹(LSG)과의 계약 관계를 최근 청산했다. 그리고 중국 하이난항공과 아시아나 합작회사로 알려진 ‘게이트고메코리아’와 7월부터 30년 동안 기내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계열사 경영권을 위해 1600억 원 투자조건으로 기내식 공급업체를 무리하게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중국 하이난항공그룹은 아시아나가 발행한 20년 만기 1600억 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무이자·무보증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수했다. 이를 하이난그룹 계열사의 사이닝보너스 533억 원과 합치면 2133억 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간 영업이익과도 맞먹는 액수다.
고개 숙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임원들. 임준선 기자
문제는 지난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 공장에 불이 나면서 불거졌다. 기내식 생산 공장에 불이 나면서 아시아나는 기내식을 대신 공급해 줄 회사를 찾아 게이트 고메 코리아 협력사인 샤프도앤코와 기내식 단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샤프도앤코는 하루에 3000명 분에 달하는 기내식을 공급해 본 경험밖에 없었다. 아시아나항공에 필요한 1일 기내식이 2만~3만 명분에 달한다는 점에서 기내식 대란은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그룹 재건을 위한 자금 마련에만 급급한 채 기내식 공급 대책엔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다. 애꿎은 기내식 납품업체 사장만 목숨을 잃었다는 비난도 거세다.
여기에 올 초 박삼구 회장을 둘러싼 ‘승무원 성희롱’ 논란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채 가시지 않은 데다 항공 라이벌인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까지 ‘오버랩’되면서 비난의 화살이 박 회장을 향하고 있는 형국이다.
급기야 2013년 발생했던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은 2013년 7월 6일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3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다쳤다. 국토부는 조종사의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고, 항공사 교육훈련이 미흡했다는 등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에 해당 노선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렸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최 골프대회 이미지. 대회일정이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일과 겹친다. 사진=KLPGA 홈페이지
공교롭게도 2013년 샌프란시스코 항공사고 발생시기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최한 골프대회와 맞물려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골프대회는 그해 7월 5일부터 7일까지 첫 대회가 치러졌다. 사고발생 시기에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그룹 고위인사들이 모두 중국에서 열린 골프대회 행사에 참석한 배경이다. 이번 기내식 대란도 마찬가지로 중국 골프대회 관련 출장일과 겹친다.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가 골프대회에 열을 올리다 국민들의 열만 올렸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