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한 대표팀은 4년 뒤를 준비한다. 이종현 기자
[일요신문] 세계 각국의 축구 대표팀은 4년에 한 번 주기적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팀을 이끌던 베테랑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물러나기도 하고 팀은 4년 후를 바라보며 유망주를 합류시키기도 한다. 사령탑의 이동도 활발하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평가를 받은 감독들은 본인의 직장을 유지하기도, 잃기도 한다. 좋은 성적을 낸 감독이 휴식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도 변화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기도 전에 대표팀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오랜기간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춰온 기성용-구자철. 일요신문DB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리그 2패로 몰린 막다른 골목에서 독일을 상대로 승리했다. 세계랭킹 1위이자 전 대회 우승팀을 상대로 따낸 당당한 승리의 기쁨도 잠시 수년간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한 구자철은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구자철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도 사실이다. 마음속으로는 결정을 내렸다”며 대표팀 은퇴 의향을 내비쳤다. 그는 동갑내기 절친이자 대표팀 동료인 기성용과도 이 같은 대화를 많이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팀 이적 관련 문제로 홀로 뒤늦게 귀국한 기성용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A 대표팀 은퇴에 대해 사실상 마음의 정리를 했다”는 말을 남겼다.
2008년 같은 해 나란히 A 대표팀에 데뷔한 이들은 오랜 시간 팀의 주축으로 활약해왔다. 대표팀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도 진출했다.
박지성, 이영표라는 두 스타 선수가 떠난 자리에 이들은 이청용 등과 함께 대표팀을 지탱해 왔다. 박지성 시대 이후 박주영이 대표팀 주장 완장을 이어 받았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구자철, 기성용이 차례로 주장직을 이어갔다. 이미 A 대표팀 주축이었던 이들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축구 동메달이라는 업적도 달성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대표팀에서 성공가도만을 달려왔던 것은 아니다. ‘런던 세대’가 주축으로 활약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철저한 실패를 경험했다. 2010년 이후 8년간 6번의 감독 교체도 경험했다.
약 10여 년간 대표팀 중원을 지켜온 이들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기성용·구자철을 대신할 차세대 후보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성용과 구자철 이후 한국축구를 이끌 선수로는 손흥민이 첫 손에 꼽힌다. 손흥민은 이미 대한민국의 에이스이자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어린 선수, 막내의 이미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고 A 대표팀에서도 황희찬, 이승우 등 어린 선수들과 함께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주장 기성용이 부상으로 독일전에 결장하자 주장 완장을 대신 차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어린 시절부터 유럽에서 성장해온 이승우, 백승호, 이강인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승우는 같은 포지션 선수들의 부상을 틈타 월드컵 대표팀에도 합류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백승호는 최초로 경험하는 성인무대 1부리그 활약에 따라 성인대표팀 합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2군팀에서 짧은 시간 모습을 드러낸 이강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세 선수는 월드컵 종료 직후인 8월에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기성용과 구자철의 포지션은 중앙미드필더다. 당장 이들을 대체할 자원으로는 월드컵에 함께 나선 정우영, 주세종과 이전까지 대표팀에 드나들던 이명주, 이창민, 손준호, 김보경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기성용, 구자철과 비슷한 연령대이거나 큰 차이가 없지만 대표팀 은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는 다음 월드컵도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들은 여전히 20대다.
감독선임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김판곤 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도 후보 중 한 명”…새 감독은 누구?
구성원이 바뀌는 대상은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고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될 위기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다. 당시 그의 계약기간은 7월까지였다. 월드컵을 마친 현재 계약기간이 종료됐지만 그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약 10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경험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지도자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수비축구를 구사해 2회의 무승부를 거둬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다. 이후 평가전 과정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어느 정도 월드컵에서의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핵심 선수들의 줄부상도 이어졌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첫 두 경기에서 연패를 기록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피파랭킹 1위이자 전 대회 우승팀 독일을 잡아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신태용 감독의 공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주전 선수들의 중도 이탈을 잘 수습했다는 평가와 결과적으로 16강 탈락이라는 성적표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엇갈리고 있다.
신태용 감독도 새 감독 후보군에 포함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축구협회는 이 같은 ‘협상설’에 곧바로 “사실 무근”이라며 공식 대응했다. 협회는 다음날(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신태용 감독 재계약, 외국인 감독 선임 등이 결정될 수 있는 자리였다. 많은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김판곤 위원장은 약 2시간 30분간의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신태용 감독의 유임도 스콜라리와 같은 유명 외국인 감독 영입도 아니었다. 그는 “유명한 감독이 아닌 유능한 감독을 찾는 것”이라며 “새로운 감독을 찾으면서 신태용 감독도 후보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차기 감독 선임 기준도 제시했다. 그는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나라의 격에 맞는 감독이었으면 한다”면서 선임 기준으로 ‘①월드컵 예선 통과 경험 ②대륙컵대회 우승 경험 ③세계적인 리그에서의 우승 경험’ 정도를 거론했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감독선임위는 지난해 12월 축구협회 개편 당시 기술위원회에서 분리 신설됐다. 감독선임위는 취임 후 첫 작업으로 아시안게임에 나설 U-23 대표팀에 김학범 감독을 선임했다. 이들은 이제 신설 이후 두 번째 과제를 안게 됐다. 김 위원장의 “가장 강력한 대표팀을 만들 감독을 원한다”는 공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해프닝으로 끝난 ‘이강인 귀화’ 추진 소동 2018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인 지난 2일, 대한민국의 ‘17세 축구신동’ 이강인이 때 아닌 주목을 받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발렌시아 CF B팀 메스타야에 소속된 이강인은 시즌을 마치고 휴식기를 보내고 있었다. 세계 정상의 축구 스타들이 모여 축제를 벌이고 있는 시기에 월드컵에 나서지도 않은 선수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스페인 귀화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발렌시아 지역 언론은 “스페인축구협회가 이강인 귀화를 위해 3년 전부터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1년 뒤인 2019년 7월이 되면 이강인의 귀화 조건이 충족된다는 소식과 함께였다.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 자연스레 부여되는 병역 의무에 대한 이야기도 더해졌다. 한국 축구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강인이다. 발렌시아 구단으로부터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파격적인 소식이었다. 그가 월드컵 개막 직전 열린 청소년 친선대회인 툴롱컵에서 자신보다 3살가량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 특출한 경기력을 선보였기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 냉소적인 팬들은 “나라가 해준 게 뭐가 있냐”며 귀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이강인의 아버지 이운성 씨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전혀 귀화를 고려한 적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축구계에서는 “이강인 본인뿐만 아니라 태권도 사범인 이강인의 아버지 또한 귀화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