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내식 대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위협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초 3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해외신종자본증권 발행계획을 밝혔다. 가산금리만 연 5% 이상 주는 고리대다. 같은 달 말에는 CJ대한통운 잔여지분 40만 주를 638억 원에 팔아 치웠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비핵심자산 매각이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증거다.
올 1분기 아시아나항공은 적자를 기록했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자본총계는 8574억 원으로 자본금 1조 262억 원을 밑돈다. 이미 일부 자본잠식이다. 항공사업법 27조를 보면 항공사가 자본금 절반 이상이 잠식된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또는 완전자본잠식일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무구조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당장은 높지 않다. 하지만 항공업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 금리와 환율, 유가가 모두 상승하는 상황에서 평판 위험까지 겹치면 경영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서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차입금 상당액에 대한 조기상환의무가 발생하면서 부도 위험에 몰린다. 1분기 말 부채총액은 이미 자본의 7.23배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한 차례 받았는데, 다시 재무구조가 나빠져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다면 박 회장의 경영권은 박탈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에는 우선매수권 확보도 어려워 권토중래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박 회장이 지배하는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지분율은 33.47%지만,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도 11.9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재무구조도 금호아시아나그룹보다 월등하다. 시가총액으로 따져도 2.5배가 넘는다. 두 형제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다.
#사익 위해 회사 이권 넘겼나…‘배임’ 의혹 해명
기내식 대란이 박 회장의 그룹 경영권 회복이라는 사익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이익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도 필요했다.
2003년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인 LSG에 케이터링 사업부를 650억 원에 매각한다. 이후 LSG는 5년 단위 계약을 통해 15년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을 맡는다. 그런데 2017년 말로 돼 있는 계약만료를 앞둔 2016년 금호 측은 LSG에 재계약을 하려면 3000억 원을 투자하라고 요구한다. 그것도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금호홀딩스에 투자하란 것이다. LSG 측은 거절했고, 재계약은 이뤄지지 않는다. LSG는 부당한 요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다. 현재 이 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후 아시아나는 중국 하이난항공 대주주인 HNA에 접근한다. 같은 항공업계인 데다 아시아나의 주력 노선이 중국 쪽이어서 박 회장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HNA는 금호 측 요구에 응했고, 2016년 말 HNA 기내식 사업 계열사인 게이트고메가 아시아나와 6 대 4로 합작해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설립한다. 무려 30년간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권을 갖는 조건이다. 2017년 3월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는 운영자금 목적으로 16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HNA그룹이 이를 전액 인수한다. 20년간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만기에는 주식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다는 파격적 조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그룹 워크아웃 당시인 2011년 사재 3000억 원을 출연하며 전 재산을 거의 다 내놨다고 공언했는데, 2015년 사재 1500억 원에 외부 투자자 돈까지 모아 7228억 원을 마련해 금호산업을 인수했다”면서 “이후 금호타이어 인수에도 나섰는데, 투자자들이 확실한 수익보장 조건도 없이 돈을 넣으면서 혹시 그룹 관련 이권을 넘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금호산업 인수 이후인 2016년부터 금호타이어는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된다. 특히 원가율이 급등하면서 납품 관련 이권을 넘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비록 금호타이어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비상장사인 금호홀딩스 이익을 위해 상장사인 아시아나항공 이익을 훼손하려 했다면 배임이 될 수 있다.
#제2의 조양호 될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가족들 논란의 경우 이미 수년 전에 발생했던 사건이 재조명됐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동종업계이니만큼 박 회장 일가에게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존재한다.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역시 내부 직원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은 금호를 아래로 보고, 금호는 한진을 고까워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라며 “두 회장은 한 자리에 같이 있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