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은 수사를 통해 고 김재정 씨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의 대부분이 MB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 씨가 갖고 있던 다스 지분 48.99%도 마찬가지다. 2009년 1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2010년 2월 사망한 김 씨의 지분 중 43.99%는 부인 권 아무개 씨에게 상속됐고, 나머지 5%는 청계재단으로 기부됐다. 검찰은 김 씨 사망이 MB가 청계재단을 설립한 배경이 됐을 것이란 입장이다.
‘MB 집사’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재산 사회 환원이 추진되지 않다가 김재정이 쓰러진 직후 청계재단 설립이 진행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재정이 곧 사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재단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다. 당시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고, 사망 시 상속 재산 처리에 재단이 있으면 도움이 되니 급히 추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6월 20일 재판에 출석한 MB는 “재단은 하나의 신념이다. 김재정이 죽으니까 거기에 5%나 10% 다스 지분을 받겠다고 서둘러 재단을 만들었다? 이건 충격적”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MB 측 강훈 변호사도 “2008년 광우병 사태로 정국이 소란스러울 때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 가장 먼저 나온 아이디어가 ‘대통령의 재산 헌납 약속을 실행함으로써 국민 인식을 바꾸자’는 것”이라면서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기 중에 (완료)하려면 그때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김재정 씨가 건강하게 살아있었다고 해도 2009년에는 이 논의가 시작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MB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친이계 핵심 인사는 “광우병 사태 때 국면 전환용으로 재단 설립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당시 근무했던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다들 모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MB로서는 자신의 재산으로 탄생한 청계재단이 의심받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만 의혹을 불러일으킨 것은 본인”이라고 말했다.
MB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정치인도 “(재단 업무는)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비서실의 극히 소수만 관여했다. MB 측이 재판에서 광우병 사태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법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단이 정치적 목적 하에 세워진 것 아니냐”면서 “설립 후 MB의 개인적 용도로 활용됐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계재단 설립 전후를 살펴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재단 이사진에 MB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 포진했다. 이사장인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과 감사를 맡은 김창대 씨는 MB 후원회장 출신이다. 나머지 이사들 역시 MB와 인연이 깊은 인물들이다. MB 사위 이상주 씨도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청계재단의 실질적 운영을 맡은 이병모 사무국장은 MB 금고지기로 통하는 인물이다. 재산을 기부한 자의 특수 관계인으로만 이사진을 채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명의만 개인에서 재단으로 바뀌었지, 재산은 여전히 MB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재단이 설립 이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MB의 개인 채무 변제였다. MB는 2007년 대선 출마 직전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으로부터 30억 원을 빌려 특별당비를 냈다. 천 회장이 당비를 대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MB는 2008년 4월 본인 소유 건물 중 한 곳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이를 갚았다. 그 후 MB는 이 건물을 포함한 재산을 출연했고, 그 채무는 고스란히 재단 몫이 됐다.
재단은 이 채무 때문에 매년 3억 원의 이자를 냈다. 이는 재단이 한 해 지급한 장학금 규모와 비슷한 금액이다. 결국 재단은 채무를 갚기 위해 2016년 2월경 MB가 출연한 또 다른 건물을 매각해야 했다. 당장에 이자 비용은 사라졌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물 매각으로 인한 임대료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장학사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든 것은 MB가 진 빚을 재단이 갚는 데서 비롯됐다.
앞서 언급한 ‘김재정 지분 5% 기부’ 말고도 재단과 다스의 연관성은 또 있다. 청계재단이 입주한 서초동 영포빌딩 101호는 원래 홍은프레닝 주소지로 돼 있는 곳이었다. 홍은프레닝과 재단이 같은 사무실을 쓰는 셈이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MB의 다스 실소유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로 보기도 했다. 다스 자회사(지분 100%)인 홍은프레닝은 2007년 대선 때 천호동 지역 주상복합건물 특혜설에 휩싸인 바 있다.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 김재정 씨 등도 홍은프레닝 임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청계재단 입주 당시 홍은프레닝 대표는 김재정 부인 권 씨였다.
검찰 관계자는 “권 씨는 검찰에 출석해 남편 지분 5%가 청계재단으로 갔다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다. 만약 다스 지분이 진짜 김 씨 소유였다면 부인이 이를 모를 리 있겠느냐. MB 것이니 권 씨 허락 없이 기부를 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지금까지 수사 내용을 종합했을 때 MB가 김재정 사후 상속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청계재단을 동원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잿밥에 더 관심? 청계재단 장학금 규모 살펴보니 2009년 설립된 청계재단의 장학금 지급 액수는 매년 줄어들었다.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청계재단은 2010년 6억 1915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2011년(5억 7865만 원)→2012년(4억 6060만 원)→2013년(4억 5395만 원)→2014년(3억 1195만 원)→2015년(3억 4900만 원)→2016년(2억 6680만 원)→2017년(2억 8020만 원)으로 감소했다. 첫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공시에 따르면 현재 청계재단 총자산은 500억 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처음 설립됐을 때 4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0억 원 늘어난 금액. 2016년 건물 한 곳을 팔긴 했지만 다스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다스 지분은 100억 원가량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총자산은 늘었는데 오히려 장학금 지급 규모와 수혜 학생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총자산 대비 장학금 지급 액수 비율은 1%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크게 감소했다. 2010년 445명이던 장학금 수혜자는 이듬해 379명으로 줄었고, 2015년(177명) 2016년(134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111명이 청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총자산에 비하면 장학금 규모가 너무 작다. 정확한 집계는 내보지 않았지만 아마 공익법인 중 거의 최하위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계재단이 본래 목적인 장학사업보다는 다른 의도로 설립된 것 아니냐는 의혹과도 맞물린다. 대형로펌 소속의 한 세무사는 “청계재단은 건물과 주식 등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절세 혜택을 받는다. 정확히 계산은 해봐야 하겠지만 일 년에 최소한 10억 이상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장학금보다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돈이 훨씬 더 많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