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사들이 대거 중간배당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선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2월 한국거래소 시황판 모습. 최준필 기자
올해 1·2분기 기준 코스피 상장사 31개사와 코스닥 상장사 14개사, 총 45개 상장사가 중간배당을 위해 주주명부폐쇄 결정을 공시했다. 하나금융지주·하나투어·S-Oil·진양홀딩스·금비·KPX케미칼 등은 2016년과 2017년에 이어 올해도 중간배당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올해 처음 중간배당에 나선 곳은 6곳으로 코스피 상장사로는 SK·두산밥캣·동남합성, 코스닥 상장사로는 위닉스·아나패스·레드캡투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주가 개선과 꾸준한 실적 상승으로 순이익이 늘면서 중간배당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간배당에 나서는 기업은 매년 늘고 있다. 중간배당을 결정한 기업은 2016년 25개사에서 지난해엔 27개사로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66% 증가한 45개사가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배당금 총액은 2016년 5299억 원, 지난해 8411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간배당은 기업이 회계연도 중간에 이익을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것으로 사업연도 중 1회 실시할 수 있다. 기업들은 통상 연말 결산배당만 실시하지만 경우에 따라 중간·분기 배당을 하기도 한다. 반기결산일인 6월 말을 기준으로 하는 중간배당은 8월에 현금으로 지급되면서 일명 ‘여름 보너스’로도 불린다. 구체적인 배당금 규모와 지급 일정은 해당 기업 각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중간배당 확대는 최근 커져가는 주주 환원 요구에 기업들이 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가치 제고 목소리에 힘이 실렸을 뿐만 아니라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헤지펀드의 배당 확대 압박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이를 따른 측면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 노력이 굉장히 낮다는 평가를 받던 와중에 최근 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배당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예고에 기업들이 선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은숙 기자.
기업들이 자사 재무구조·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침으로써 기업 신뢰도와 주가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들은 결산배당 이전에 중간배당을 지급해 자사 경영이 잘되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어필하는 효과를 누린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최근 들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잉여자본금을 주주배당으로 돌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속되는 경기 부진과 저성장, 신성장동력의 고갈로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주주가치 환원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과거 설비·장비 등에 대한 투자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산업시장이 아이디어 집약적인 형태로 변모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자본 투자가 필요치 않게 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실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설비투자는 전월과 비교해 3.2% 하락하면서 3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최배근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간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기업들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배당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배당금 지급으로 내비친 재무적 자신감과 주주환원 정책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간배당이 단순히 이벤트로 끝날 것 같지만 과거 주가 움직임을 살펴봤을 때 중간배당주의 주가는 7월부터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선진국들의 통화 긴축 신호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2300선까지 내려앉은 상황에선 배당주가 ‘방어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목은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당주의 주가 상승이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시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취하는 종목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배당 발표 시에만 주가가 반짝하는 것뿐”이라며 “사실 배당은 어디까지나 주주환원의 일환이지, 기업 가치까지 변화시키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