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대한가수협회 원로가수 초청 간담회에서 박일서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 사건 가처분 소송 재판부는 “박일서 등 해임 임원에 대한 징계처분에는 협회 정관에서 요구하는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임 과정에서 협회 이사회의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했다고 인정된 것이다. 본안이 남아있기는 하나, 완전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임원 자격은 복권된 상태로 유지된다.
박일서는 “김흥국 회장의 궐위에 따라 회장 권한은 정관상 당연히 수석부회장에게 위임된다. 수석부회장이 복권됐으므로 이제 ‘비상대책위원회’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가수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 궐위 시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일 경우 수석부회장이 직무를 대행할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지난 5일 대한가수협회 사무실을 방문, 정상 업무에 돌입하려 했으나 협회 측의 방해로 무산됐다고도 덧붙였다. 박일서는 “아침에 협회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CCTV를 설치하고 출입구에 지문 인식 기계를 달고 있더라”라며 “그런데 이 기계에는 사무실 상주 직원 2명의 지문만 입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임원들이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면 사무실에 출입할 수 있도록 우리 지문도 입력해 줘야 맞는 게 아닌가”라며 “그런데 우리 지문은 입력할 수 없다며 그게 ‘회장님 지시’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가수 남진을 위원장으로 추대한 ‘대한가수협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박일서 측이 내세운 주장들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요신문’ 과의 통화에서 “이미 김흥국 회장이 남진 위원장에게 회장 전권을 위임해 협회의 정상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짚었다. 이어 “김흥국 회장이 사퇴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 상황을 ‘궐위’로 볼 수 없다”며 “비대위는 분명히 9월까지 회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말했고, 감사에서 회장에게 사퇴의 책임을 물을 만한 사안이 발견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서 박일서 수석부회장에게 회장의 권한은 결코 위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흥국이 회장 권한을 남진 비대위원장에게 위임한다고 쓴 자필 서면. 사진=대한가수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비대위 측은 박일서 등 해임 임원들의 복권에 대해서 “이들에게 비대위 해체를 요구할 수 있는 자격과 명분이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 협회를 이 지경까지 만들고 결국 비대위가 출범하게 한 과정에 이들 해임 임원들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나”라며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이들이 바로 협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곧바로 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비대위는 지난 6월 11일부터 협회에 대한 업무 및 회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오는 23일 정기총회를 열어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김흥국 회장 재임 당시 집행부에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당시 집행부 수석부회장 직을 맡았던 박일서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 총회에서 박일서 등 복권된 임원들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경우 가처분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해임 또는 회원 자격 정지가 다시 부과될 수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 미투, 폭행, 사문서 위조, ‘3억 4500만원 횡령’까지…김흥국 둘러싼 고소고발들 또 다시 지루한 공방전이 예견되고 있다. 네 번째로 고발된 김흥국의 이번 혐의는 ‘공금 횡령’이다. 대한가수협회의 이름으로 모금되거나 지원된 돈 가운데 총 3억 4540만 원 상당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를 고발한 장본인은 대한가수협회 수석부회장인 박일서다. 
대한가수협회 현 회장인 김흥국이 이번에는 협회 기금 횡령 혐의로 고발됐다. 박은숙 기자 당초 음실련은 대한가수협회의 행사 보조금으로 4억 원을 지원하도록 결정했다. 그런데 김흥국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2016년 11월 15일 ‘가수와 연주자가 만드는 희망콘서트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에 2억 5000만 원만을 지급 받아 사용했다. 이에 회원들이 반발하자 “2억 5000만 원을 내가 내는 비용으로 처리하겠다. 그러면 음실련으로부터 받는 4억 원은 그대로 협회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논란을 무마시켰다. 김흥국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2억 5000만 원은 재무제표에서 협회의 수입금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일서 측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 돈이 재무제표상 가수금으로 회계 처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김흥국이 협회로부터 해당 금액을 그대로 지급 받아갈 수 있다. 음실련은 2016년 8월 12일자로 2억 원, 같은 해 12월 9일자로 5000만 원을 대한가수협회에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 돈이 2016년 12월 5일 2억 원, 같은 달 15일 2400만 원, 16일 2500만 원, 17일 100만 원 등 순차적으로 ‘선수금 반환’에 따른 김흥국의 가수금으로 회계처리됐다. 이 돈은 약 9개월간 대한가수협회의 음실련-희망콘서트 계좌에 보관되다가 지난해 8월 31일 자기앞 수표로 1억 4000만 원과 1억 1000만 원 두 차례에 걸쳐 전액 출금됐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가 지원한 2억 5000만 원은 가수금 처리돼 지난해 8월 31일 두 차례에 걸쳐 출금됐다. 사진=박일서 제공 대한가수협회의 회계 감사를 진행한 회계 법인은 이를 지적하며 “실제로 지급 받은 보조금이 행사 비용으로 지급되지 않았다면 2억 5000만 원은 협회장 가수금이 아니라 음실련의 선수금(부채)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또 행사가 진행됐는 데도 재무제표에 손익이 인식되지 않은 채 협회장의 가수금으로 회계 처리됐다면 이는 계정 분류의 오류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일서는 “당시 2억 5000만 원이 가수금으로 처리됐다는 것까진 알고 있었으나 지난해 8월 31일 그 돈이 모두 출금됐다는 건 최근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이 ‘김흥국 파’인 이사들이 이 2억 5000만 원을 ‘2018년 7월 김흥국이 협회로부터 반환 받아 가는 것으로 한다’고 올해 초에 의결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라며 “지난해에 이미 찾아가 없는 돈을 마치 최근에서야 반환한 것처럼 근거를 만들기 위해 속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 |
| 이미 ‘문제 없음’ 결론? 내부 감사 보고서 보니… 고발 후 침묵을 지키고 있던 김흥국을 대신해 그 측근이 언론에 입을 열었다.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밝힌 요지는 “문체부 정산 보고와 지난해 회계 감사를 통해 박일서가 지적한 사안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흥국 측은 당시 그 회계 감사에 관여한 사람이 바로 박일서라고 지목하면서 “감사 당시 수석부회장이었던 그가 이제 와서 감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맞섰다. 실제 김흥국 측의 주장대로, 박일서가 주장하는 혐의 가운데 2억 5000만 원에 관한 것은 이미 지난해 6월 대한가수협회 내부 감사에서 지적됐던 바 있다. 그런데 “문제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는 김흥국 측의 이야기와는 달리, 감사 보고서에는 오히려 이를 지적했음에도 김흥국과 그 집행부가 소명 자료를 전혀 내지 않았다고 적혔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김흥국의 횡령 혐의 고발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조항조, 이수미 감사가 진행한 2016년 감사 보고서에 “희망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지출한 돈(2억 5000만 원)은 이사회의 결의 없이 협회장(김흥국)이 임의로 지출한 후 협회의 가수금으로 처리한 것이어서 가수금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의견이 적혔다. 협회 내부 감사에 앞선 지난해 1월에는 박일서 수석부회장을 위시한 협회 집행부들이 긴급 이사회를 열고 2억 5000만 원의 책임을 물어 김흥국 회장을 해임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비대위가 꾸려졌으며 박일서가 직접 실무 회장을 맡았다. 이 사안으로 실제 고발까지 이뤄졌으나 김흥국의 사과로 취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덮였다가 최근 박일서의 재고발로 다시 수면 위로 오르면서, 협회 내부에서는 “고발의 진위가 궁금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년 내내 박일서가 비대위를 주도해서 김흥국을 몰아붙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김흥국과 무슨 합의를 했는지 몰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처음 불거졌던 그때 계속 밀고 나갔어야 되는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김흥국은 2억 5000만 원 외에도 협회 기금 7000만 원을 포함해 협회 이름으로 모인 기부금 등 총 9540만 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흥국 측은 이 가운데 7000만 원은 “김흥국이 개인 사비를 털어 협회 운영비로 빌려준 돈이 그 정도 된다”라며 이 경우 가수금 처리돼 반환 받은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