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 볼 것 많고 할 것 많은 여행지로 떠나기에는 에너지가 딸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냥 집에서 부족했던 잠이나 자면서 푹 쉴까?’ 하다가도 그러기엔 1년에 한번뿐인 여름휴가가 너무 아깝다. 이럴 때, 누군가 “자, 아무 생각 말고 그냥 따라와. 내가 다 책임질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졸래졸래 따라가고 싶어진다.
여기, 이런 사람에게 주는 여름휴가 처방전이 있다. 바로 ‘숲’이다. 숲이 모든 걸 책임지는 휴가다.
일본에는 53개의 산림테라피 기지가 있어 체계적인 숲 치유가 가능하다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에게 숲은 어쩌면 고향이다. 그래서 늘 그립고, 가보면 반갑고, 있다보면 더 머물고 싶다. 우리나라에 자연휴양림이 있다면 일본엔 산림테라피 기지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독일과 일본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특히 유명한데, 이는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고도로 발달된 산업사회에서 노동자가 감당해야 했던 스트레스의 반증일 테다. 독일의 산림테라피는 정부주도적으로, 일본은 지자체와 민간이 주도한다. 특히 일본은 지자체마다 각기 다른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자연자원과 인적자원을 활용해 ‘헬스투어리즘’이 정착되어 있다.
일본에는 53개의 산림테라피 기지라는 것이 있다. 산림테라피 기지는 자연자원과 시설 조건 등이 일정수준으로 정비되어 있어, 보다 쾌적하게 산림테라피를 받을 수 있는 정비된 삼림환경을 갖춘 숲으로 정부가 인정한 곳이다. 산림에 의한 안정 효과가 전문가에 의해 과학적으로 실증된 곳이며 방문자를 위한 체계적인 산림테라피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 산림테라피 기지 1호, 시나노 마을
그 중에서도 나가노현 시나노 마을은 2006년 4월에 일본에서 산림테라피 기지 1호로 인증 받은 마을이다. 시나노 마을은 5개 산에 둘러싸여 있고 조신에쓰고원 국립공원 속 고원분지에 위치하며 면적의 73%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늘한 기후 덕에 1900년대부터 해외 선교사를 비롯해 일본의 예술인들에게 인기 있었던 일본의 대표 휴양지이기도 하다. 여름엔 피서지로 겨울엔 스키여행지로 이름 나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시나노 마을의 상징은 치유와 건강이다. 시나노 마을은 일본 산림테라피 기지 모델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독일의 자연요법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이곳에는 산림호흡, 요가와 기 체험, 향 테라피, 숲 산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 산림테라피로 피로는 다운, 면역은 업
그렇다면 산림테라피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림욕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개념이다. 단순히 산림자원의 효용을 누리는 것을 넘어 산림이 갖는 명백한 치료효과를 다각도로 활용해 건강증진과 재활에 도움이 되는 삼림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산림테라피의 효과는 생각보다 더 크고 장기적이다. 산림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이 상승한다는 것은 일본의과대학에서 실험을 통해 밝힌 구체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도심과 산림에서 각각 20분씩 걸어보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농도가 산림에서 현저히 저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혈압은 저하되고 면역세포는 활성화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2박 3일 산림테라피 기지에서의 삼림욕 후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난 뒤의 수치다. 삼림욕을 하는 바로 당시에 면역력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삼림욕 후 일주일이 지나도 그 수치가 유지되며, 30일이 지나도 수치가 약간 떨어질 뿐 면역세포가 계속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은 놀랍다. 삼림욕이란 단기간에 반짝 하고 끝나버리는 에너지 드링크 같은 휴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여행자는 산림테라피를 통해 스테레스 감소와 면역력 증진이라는 생리적 효과뿐 아니라 심리적·정서적 치유의 효력도 느껴볼 수 있다. 우울증부터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글 이송이 여행레저 기자 runaindia@ilyo.co.kr
자료제공: 나가노현 도쿄관광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