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 직후 한국당 의원들은 무릎꿇고 사죄를 했지만 또 다시 계파싸움을 시작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 박은숙 기자.
친박 성향 의원 14명은 김 원내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하자고 요구했고, 7월 4일 하루 동안에만 정우택 전 원내대표, 김태흠 전 최고위원, 이장우 의원 등이 릴레이로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초선 의원 7명도 사실상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아름다운 결단’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들이 계파 싸움으로 비치자 김 원내대표는 ‘언론이 나서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친박계와 복당파 모두 자신들은 계파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심지어 친박계와 복당파들도 계파가 아니라는 상대방의 주장에 코웃음을 친다.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 당에는 계파 모임 자체가 없어졌다. 현재 우리 당에서 유일한 계파는 복당파”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들은 당내에서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이 좌장으로 그런 행동하고 있으니 나가라는 거다. 박성중 메모도 김무성 의원이 배후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복당파 의원들은 복당 이후 몇 차례 공개적인 모임을 가졌었다.
이 의원은 “자꾸 친박계가 복당파를 공격한다고 하는데 최근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중 심재철 의원은 계파를 따지자면 친이(친이명박)계다. 우리는 당내 유일한 계파인 복당파를 해체하자는 것뿐이다. 김무성 의원이 탈당할 때까지 계속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아름다운 결단’을 요구한 초선 7인 중 좌장격인 성일종 의원도 “당내에 친박은 없다. 계파 싸움이 아니라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계파 싸움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성 의원은 “아름다운 결단에 김무성 의원도 포함된 것은 맞다”면서도 “복당파 의원들만을 겨냥한 성명이 아니었다. 친박계 중에서도 책임져야 할 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 중 해당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복당파 의원들도 자신들은 계파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복당파인 홍일표 의원은 “현역 의원은 관례상 당협위원장을 맡는데 우리들은 복당 후에도 한동안 당협위원장 복귀가 안됐다. 당협위원장 문제 때문에 가끔 모여서 논의한 적은 있지만 계파활동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홍 의원은 “모여서 우리 이익을 지키기 위해 뭘 하자 이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반면 친박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렇게 조직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친박계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했다.
중립성향의 한 한국당 당협위원장은 “서로 계파가 아니라고 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협위원장은 “양쪽 진영 다 원죄가 있다. 친박계는 탄핵당한 대통령의 잔존 세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복당파는 당을 버리고 떠났던 배신자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상대 진영이 당권을 쥐면 우리를 공천 학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양쪽 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당파 의원들은 바른정당 시절 친박 청산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복당 이후에도 일부 복당파 의원들은 친박 청산에 대한 소신을 밝혔었다. 친박계 역시 복당파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하다. 지난해 이완영 의원은 “보수가 이렇게 망가진 이유는 탄핵정국 때 ‘청문회 스타’ 의원들 때문 아니냐”며 탄핵을 주도한 복당파 의원들을 대놓고 비판했다.
지난해 류석춘 당시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분들의 잘잘못을 따지겠다”고 발언해 복당파 진영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양쪽 진영 모두 당권을 빼앗길 경우 공천 학살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이유다.
앞서의 당협위원장은 “이미 당내에서 비대위원회는 관심 밖이다. 비대위 한두 번 꾸려봤나. 별 효과 없을 거다. 관심은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가지게 될) 차기 전당대회에 쏠려있다. 전당대회에서 양 진영이 제대로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지난 6월 28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이 무슨 정통성이 있어서 우리 당을 혁신하느냐”며 “결국 혁신은 우리 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를 최대한 앞당겨서 결론짓고 가자”고 했다. 김태흠 의원도 “비대위를 꾸려봤자 아무 소용없다”며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를 구성하자”고 했다.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이었던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최근 김 의원을 향한 공격은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친박 진영의 노림수라고 해석했다. 장 소장은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무성 의원만 나가면 차기 전당대회까지 갈 것도 없이 자기들이 당권을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러는 것”이라며 “당헌 당규상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는 최다선 의원이 권한대행을 하게 되어 있다. 원내대표인 김성태 의원과 6선인 김무성 의원만 나가면 당권이 친박계로 넘어 간다”고 분석했다.
전당대회에서 양 진영이 맞붙는다면 어떻게 될까. 친박계가 당내 절대 다수지만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다. 복당파 의원은 21명에 불과하지만 복당파를 지지하는 친복당파 의원까지 합하면 50~60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지난해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복당파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55표를 얻었다. 문제는 복당파 중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면 마땅한 당권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박계가 김무성 의원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장우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이기 때문에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무성 의원은 어차피 당 대표 선거 나와도 안 될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이 의원은 “당을 분당시켰던 분이 다시 돌아왔으면 자중해야 하는데 계파 모임하고 당을 분열시키니까 책임지라는 거다. 당권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무성 의원 측 한 관계자는 탈당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 “김 의원은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개인 안위나 그런 것은 생각 안하고 있다. 당과 보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그런 차원의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전당대회에 나간다, 안 나간다 전혀 논의해 본 바가 없다. (김 의원이 당권을 잡고 친박 청산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