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출전국 팀들은 각 경기 사이에 4~6일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되면 피로도가 쌓이고 컨디션 관리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16일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첫 경기 스웨덴전을 치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스트리기니 공항에 도착한 한국 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특히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개막 전부터 살인적인 이동거리 때문에 각 참가국들의 고민이 많았다. 러시아는 세계 1위 면적(1709만 8242㎦)으로, 한반도의 78배에 이른다.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걸치는, 하나의 대륙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크기다. 바로 옆 도시로 이동하려 해도 비행기를 타고 수백 ㎞를 날아가야 한다.
앞서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집트 대표팀이 월드컵 참가 32개국 중 조별리그 이동거리가 가장 길었다. 이집트는 우루과이와의 1차전을 치르는 예카테린부르크를 시작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전), 볼고그라드(사우디아라비아전)을 오고가, 무려 9140㎞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집트에 이어 두 번째로 이동거리가 긴 대표팀은 나이지리아로, 약 8987㎞에 달했다. 그 뒤를 사우디아라비아(약 7466㎞), 브라질(약 7434㎞), 덴마크(약 7372㎞) 등이 이었다.
한국 대표팀도 덴마크에 이어 전체 6위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이동거리를 보였다. 조별리그 동안 니즈니노브고로드-로스토프나도누-카잔 순으로 약 7368㎞를 옮겨 다녔다. 같은 F조의 스웨덴(약 7306㎞·7위), 멕시코(약 4863㎞·19위), 독일(약 4260㎞·23위)보다 이동거리가 더 길었다.
반면, 콜롬비아는 대진 운이 좋아 이동거리가 가장 짧았다. 약 1204㎞로, 이집트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이어 아르헨티나가 약 2266㎞로 두 번째로 이동거리가 짧았고, 튀니지(약 2953㎞)와 파나마(약 3029㎞)도 개최국 러시아(약 3042㎞)보다 유리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각 대표팀 이동거리 01. 이집트 – 9140km – 0승 0무 3패 (A조 4위) 02. 나이지리아 – 8987km - 1승 0무 2패 (D조 3위) 03. 사우디아라비아 - 7466km – 1승 0무 2패 (A조 3위) 04. 브라질 - 7434km – 2승 1무 0패 (E조 1위) 05. 덴마크 - 7372km – 1승 2무 0패 (C조 2위) 06. 한국 - 7368km – 1승 0무 2패 (F조 3위) 07. 스웨덴 - 7306km – 2승 0무 1패 (F조 1위) 08. 폴란드 - 7154km – 1승 0무 2패 (H조 4위) 09. 페루 - 6732km – 1승 0무 2패 (C조 3위) 10. 잉글랜드 - 6663km – 2승 0무 1패 (G조 2위) 11. 스위스 - 6623km – 1승 2무 0패 (E조 2위) 12. 스페인 - 6582km – 1승 2무 0패 (B조 1위) 13. 크로아티아 - 6526km – 3승 0무 0패 (D조 1위) 14. 세르비아 - 6172km – 1승 0무 2패 (E조 3위) 15. 모로코 - 5657km – 0승 1무 2패 (B조 4위) 16. 세네갈 - 5275km – 1승 1무 1패 (H조 3위) 17. 우루과이 – 5187km – 3승 0무 0패 (A조 1위) 18. 벨기에 - 4957km – 3승 0무 0패 (G조 1위) 19. 멕시코 - 4863km – 2승 0무 1패 (F조 2위) 20. 코스타리카 - 4640km – 0승 1무 2패 (E조 4위) 21. 프랑스 - 4596km – 2승 1무 0패 (C조 1위) 22. 아이슬란드 - 4497km – 0승 1무 2패 (D조 4위) 23. 독일 - 4260km – 1승 0무 2패 (F조 4위) 24. 이란 - 3814km – 1승 1무 1패 (B조 3위) 25. 포르투갈 - 3763km – 1승 2무 0패 (B조 2위) 26. 일본 - 3751km – 1승 1무 1패 (H조 2위) 27. 호주 - 3639km – 0승 1무 2패 (C조 4위) 28. 러시아 - 3042km – 2승 0무 1패 (A조 2위) 29. 파나마 - 3029km – 0승 0무 3패 (G조 4위) 30. 튀니지 - 2953km – 1승 0무 2패 (G조 3위) 31. 아르헨티나 - 2266km – 1승 1무 1패 (D조 2위) 32. 콜롬비아 - 1204km – 2승 0무 1패 (H조 1위) 자료출처=데일리메일 |
그렇다면 실제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동거리가 조별리그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 이동거리가 가장 긴 참가국으로 꼽힌 이집트는 결국 월드컵에서 3패만을 기록하며, A조 최하위로 28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을 무기력하게 마쳐야 했다.
이어 2위 나이지리아와 3위 사우디아라비아, 6위인 한국도 각각 1승 2패를 기록하며 각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H 조에서 16강 진출이 유력해 보였던 폴란드(약 7154㎞·8위)는 ‘이변의 주인공’이 되며 조 4위(1승 2패)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를 보면 긴 이동거리가 월드컵 성적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긴 이동거리 4위와 5위였던 브라질과 덴마크는 무난히 16강에 진출했고,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F조의 스웨덴 역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조 1위(2승 1패)로 16강에 안착했다.
반면 이동거리가 두 번째로 짧았던 ‘강호’ 아르헨티나는 16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긴 휴식시간이 무색하게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1승 1무 1패로 마지막까지 보는 팬들의 마음을 졸였다. 또한 독일은 23위로 비교적 적은 이동거리(약 4260㎞)에 속했지만, 1승 2패로 F조 최하위를 기록하며 ‘디펜딩 챔피언’의 명예를 구겼다.
실제 32개국을 이동거리 1~16위와 17~32위 절반으로 나눠 두 그룹을 비교해보면, 이동거리가 긴 1~16위까지 국가 중 16강 진출에 실패한 대표팀은 9개국, 17위~32위에서는 7개팀이었다.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16강을 넘어 8강에 진출한 팀을 봐도 4 대 4 동률이었다(브라질·스웨덴·잉글랜드·크로아티아-우루과이·벨기에·프랑스·러시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에는 각 대표팀 선수들은 전용기를 이용한다. 따라서 아무리 큰 나라라고 하더라도 이동시간이 5~10시간 차이가 나는 게 아니다. 길어야 30분~1시간 더 비행기를 탄다고 보면 된다“며 ”그러한 차이가 경기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반문했다.
6일 저녁 11시(한국시간)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 맞대결을 펼칠 브라질의 네이마르(왼쪽)와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 사진=러시아 월드컵 공식 페이스북
이제 각 8강 진출팀들은 최대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4강부터 결승 경기는 모스크바 주경기장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모두 열린다. 이에 이동거리가 따로 필요 없는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러시아 월드컵 8강전은 6일 저녁 11시(한국시간)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경기를 시작으로 브라질과 벨기에, 스웨덴과 잉글랜드, 러시아와 크로아티아의 대결이 이어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