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설이 돌고 있다. 당내 최다선에 ‘친노(친노무현)계’인 그의 등판설에 청와대와 민주당,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은숙 기자
현재 민주당 당권주자로 오르내리는 인물은 이해찬 이석현 김진표 박영선 설훈 송영길 최재성 이인영 전해철 김두관 의원 등 10여 명이다. 이들은 서로 “내가 친문”이라며 주류이자 최다 계파인 친문 당원들의 표를 끌어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친노계·친문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7선)의 등판설이 제기되자 전당대회 구도는 요동쳤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문희상 민주당 의원이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문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고, 이해찬 의원이 대표가 될 경우 여권은 ‘친문 일색’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친문계로 힘이 지나치게 쏠릴 경우 비문계의 반감이 커져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타 후보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그의 선수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7선으로 현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가장 다선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히게 되면 현재 난립하고 있는 친문계 후보들의 교통정리가 자연스레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양한 후보들이 서로 견제와 경쟁을 통해 대표를 뽑아야 하는데, 7선인 대선배를 의식해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전대 출마 의사를 밝힌 안민석 의원(4선)도 언론을 통해 “그분(이해찬)이 워낙 당의 어른이시고 친노·친문의 가장 좌장이시고, 이 분이 출마하게 되면 아마 절반 이상, 아니면 그 이상이 (출마 선언을) 접거나 거취를 새로 정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 의원은 엄밀히 따지면 친문계라기보다는 친노계다. 친문과 친노는 한 뿌리임엔 분명하지만 그 결은 다르다.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해찬 국무총리는 각각 노무현 청와대와 노무현 정부에서 다른 길을 걸어 왔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력도 다른 성격을 나타낸다.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선 이 의원이 청와대를 향해 소위 ‘할 말은 다 하는’ 강경 노선을 밟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로 들려온다. 과거 이 의원이 보인 독불장군식 행보와 관련 앞으로의 대야권 협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드보이 리스크’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방선거 대승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자칫 오만에 빠질 경우 이는 여권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다소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해찬 의원을 당의 얼굴로 앞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설훈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얼마 전에 이 의원을 직접 만나서 물어봤더니 본인은 전대 출마 안 한다더라”며 “오히려 주위에서 부추겼지, 본인은 전대 출마할 생각이 없던데”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자신의 출마설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여론을 살펴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는 이들이 많다.
이 의원이 출마 의사를 아직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 의원이 아직 자신의 결정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당내 상황과 동향, 그리고 액션 등을 동시에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청와대는 당연히 어떤 인물을 당 대표로 내세우겠다는 계획이 없고, 전체적인 상황을 관망하고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청와대와 민주당, 전대에 같이 나오는 경쟁자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의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 2년차를 성공적으로 돕기 위해선 민주당은 야당과 싸울 것이 아니라 협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어려울 것이다. 그는 강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평론가는 “새로운 시대를 표방하고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한다. 올드보이를 교체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 의원은 30년을 정치에 몸을 담은 원로급이다. 이 의원이 출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