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내식 대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임준선 기자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은 소규모 기내식 업체 ‘샤프도앤코’가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한 첫날 일어났다. 아시아나항공은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으려 했지만, 지난 3월 게이트고메의 기내식 생산시설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샤프도앤코와 3개월짜리 단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나에 필요한 기내식은 3만 식 수준이지만 샤프도앤코의 생산량이 3000식 수준이라 이번 노밀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
아시아나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기내식 업체를 바꾼 데는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의 꿈이 화근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하이난그룹과 모종의 딜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그 핵심에 있다. 아시아나는 하이난그룹의 기내식사업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와 2016년 합작해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설립했다. 그전까지 아시아나는 LSG와 5년 단위로 기내식 납품 계약을 맺었지만 GGK와는 30년이라는 이례적인 장기 계약을 맺었다. 반대급부로 2017년 하이난그룹은 금호홀딩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 원어치를 인수했다.
아시아나 임직원들은 익명 채팅방을 통해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의 사업을 이용해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해 배임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알짜인 기내식 사업을 넘기고 GGK에 지분투자까지 한 것은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을 인수하기 위한 실탄 마련이 급한 박 회장의 개인적 상황 때문이었다고 보는 것. 박 회장이 소유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역시 박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활용됐다. 박 회장은 문화재단의 수익확보를 위해 케이에이, 케이오 등의 자회사를 줄줄이 인수했다. 정작 이 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문화재단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금호홀딩스에 2015년 400억 원을 출자해 논란이 일었다.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설립됐다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올해 초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박삼구 회장이 자신의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힘쓰는 가운데 아시아나를 비롯한 금호그룹 임직원들의 노동 강도는 더욱 세졌다는 주장도 직원들의 익명 채팅방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항 서비스를 담당하는 케이에이 직원들은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하면서도 기본급 102만 원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209시간에 대한 기본급이 102만 원으로 시간당 임금이 4880원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에이에이치, 에이큐 등 지상 서비스를 담당하는 하청회사 직원 역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후 내놓은 아시아나 측의 사과나 설명에는 반성이나 자성이 담겨있지 않고 도리어 외부로 화살을 돌려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에 대한 죗값은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