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공연장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아마 이 근방에 있다가 갑작스런 진동과 함성 소리를 느꼈다면 분명히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팬미팅 탓일 터다.
허니팝콘의 첫 팬미팅이 7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제일라아트홀에서 열렸다. 사진은 지난 3월 21일 허니팝콘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 사진=임준선 기자
한두 명의 여성을 제외하면 모두 남성들도 20대 중반부터 많게는 50대로 추정되는 ‘아재 팬’도 보였다. 팬심(心)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멤버들이 서툰 한국어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젊은이들 못지 않은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멤버들은 1부 의상으로 흰색 망사를 두른 노란색 베이비돌 드레스를 입은 채 무대 위로 등장했다. 관객석에서는 “키타(왔다라는 뜻의 일본어)”라는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데뷔 곡인 ‘비비디 바비디 부’에 맞춰 공연이 펼쳐졌다.
한국어 실력은 지난 3월 데뷔 쇼케이스에서 보여준 것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리더인 미카미 유아는 서툰 한국어로 “지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여러분들과 빨리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최근에 배운 한국어인 ‘헐’을 외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새로 배운 한국어라며 ‘믿듣허(믿고 듣는 허니팝콘)’를 강조했다.
걸그룹들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졌던 ‘애교’ 요청도 이어졌다. 미카미 유아의 ‘아이우에오 5행시’는 각 행이 끝날 때마다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마츠다 미코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온천의 개구리 직원을 집어 삼킨 가오나시의 성대모사를 보여줬다. 그의 성대모사를 이해하기에 조금 시간이 걸린 모양인지 관객석에서의 박수는 시간차를 두고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무대에는 허니팝콘 멤버들이 직접 선택한 케이팝 곡으로 커버 공연이 준비됐다.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와 트와이스의 ‘왓 이즈 러브’, 오마이걸의 유닛 반하나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공연으로 1부가 마무리됐다.
곧바로 2부에서 멤버들은 크롭티와 테니스 스커트로 의상을 갈아입은 채 다시 무대 위에 섰다. 2부는 팬들의 질문에 멤버들이 답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혹여나 있을 선정적인 질문을 걸러내기 위해 스태프들이 각별히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직 AV배우들로 구성된 걸그룹 허니팝콘. 사진=임준선 기자
그러나 다소 밋밋한 질문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대부분의 질문은 멤버들에게 “어떤 케이팝 음악을 좋아하나” “한국 음식은 어떤 걸 좋아하나”는 등의 한국과 관련된 것이었다. 멤버들은 가장 좋아하는 케이팝 그룹으로는 트와이스를, 한국 음식으로는 떡볶이와 찌개를 이야기했다.
“오늘 날씨가 정말 좋은데, 팬미팅이 끝나고 교외로 드라이브 가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미카미 유아는 “가고 싶어요, 어디로 데려다 주실 건가요? 한강에 가고 싶은데” 라고 답해 질문자를 설레게 했다. 미코는 롯데월드를, 모코는 한국 여기저기를 일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질문지가 당첨된 팬들은 멤버들과 악수를 할 수 있는 기회와 폴라로이드 사진아 상품으로 주어졌다. 당첨되지 못한 팬들 사이에서는 “부럽다” “약오른다” 라는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질문자로 뽑히기 위해 자유 질문 시간에는 양손을 번쩍 들고 간택을 바라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질문이 끝나자 멤버들이 직접 번호표를 뽑아 당첨된 팬에게 사인 앨범을 상품으로 건넸다. 운이 좋으면 멤버들과 셀카를 찍을 기회도 주어졌다. 이렇게 되자 리더인 미카미 유아가 뽑은 팬은 자신의 번호가 호명되자 기쁨에 못 이겨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멤버들과의 게임도 이어졌다. 번호표로 뽑힌 팬 3명이 각자 멤버 1명과 함께 짝을 이루는 식이다. 멤버들이 짝궁의 손에 핸드크림을 가득 짜고, 짝궁인 팬은 끈적하고 미끄러워진 손으로 유리 주스 병의 뚜껑을 따서 주스를 원샷하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걸그룹 허니팝콘 팬미팅 현장. 사진=임준선 기자
마지막은 미카미 유아의 솔로 무대가 장식했다. 검은색 탱크톱과 핫팬츠를 입고 등장한 그는 현아의 ‘립&힙’을 완벽히 재현해 냈다. 애교로 무장한 깜찍한 콘셉트 뿐 아니라 강렬한 섹시 콘셉트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사실 이날 팬미팅도 당일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7만 7000원으로 입장료가 책정돼 있었으나 팬미팅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무료로 전환됐다. 허니팝콘은 앨범 제작부터 데뷔에 이르기까지 활동비 대부분을 미카미 유아가 사비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팬미팅 역시 무료로 진행된다면 미카미 유아의 사비일 가능성이 높다.
팬미팅이 ‘19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허니팝콘의 한국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소속사 KYUN CREATE는 “안타깝게도 19세 미만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공연이 아니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이 현직 AV배우이기 때문에 국내 정서상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카미 유아는 “저희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저희를 받아주시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모여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2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2명의 새로운 멤버를 충원, 5인조로 활동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