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가까운 이라와디 강가로 나들이를 왔다. 일상적인 여행이다.
[일요신문] 양곤 한국 대사관 앞입니다. 여권을 찾으러 왔습니다. 여권의 사증을 다 써서 덧붙이기를 신청했습니다. 대사관에서 10장의 사증면을 새로 붙여주었습니다. 이걸 다 쓰면 그때는 여권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직원이 말해줍니다. 대사관 뜰에서 새삼스럽게 여권을 뒤적거립니다. 한국에서도 여권면을 다 쓰거나 만기가 되어 여러 번 바꾼 적이 있습니다. 미얀마는 비자기간이 있으니 참 많이도 다닌 셈입니다. 주로 인도차이나 나라들입니다. 나라마다 갖가지 모양의 스탬프를 보며 여행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떠난 자리를 더 소중하게 만드는 여행.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자유롭기에 즐거움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왜 사람들은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가길 원하는 걸까요.
젊은 처녀들은 머리띠 대신 자주 꽃을 매단다. 흔한 풍경이다.
여행의 즐거움과 일상 속의 즐거움. 우리는 일상이 너무 바쁘고 즐거울 틈이 없으니까 여행을 통해 신선한 충전을 기대합니다. 여권을 받아들며, 이제는 먼 곳으로의 여행이 아니라 일상 속으로 여행을 가자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이웃, 사진첩 속에서 오늘은 즐거움을 찾아냅니다. 왜 이 나라에 왔는가. 저에겐 삶의 정체성을 찾는 시간입니다.
부족 공동체에 강 가두리에서 건져올린 민물고기가 오는 날.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의 나라. 그래서인지 미얀마를 다녀간 여행객들은 이 나라 사람들의 순한 표정이 유난히 생각난다고 합니다. 언젠가 길에서 본 ‘해운대행 7번 버스’가 생각납니다. 저 버스를 타면 해운대를 갈 수 있을까, 하며 우린 웃곤 했지요. 번호만 바뀐 그 버스를 다시 만납니다. 그리운 해운대가 제게로 오고, 저는 바다로 가는 즐거운 상상을 다시 합니다. 그리고 황폐한 돌더미 앞에 길게 늘어뜨린 제 그림자를 들여다봅니다. 그 그림자는 즐겁고 기쁜 삶의 여행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일상을 사랑하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여행. 그 여행을 이제 떠나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
미얀마 여행지 풍경.
마을 소녀들의 고무줄 놀이.
차, 고구마, 과일 등 마을 토속품으로 차린 손님상.
노천 서점 풍경.
해운대를 다니던 버스가 왔다. 지금은 번호만 바뀌어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