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시점부터 시작된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6·1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격화돼 한계점에 달했다. 지방선거 참패와 당의 얼굴인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후퇴가 맞물리며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설이 또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박은숙 기자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을 수습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쇄신의 칼을 꺼내 들었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두 세력 사이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와 지방선거 때 지도부였던 유승민 전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며 이들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당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쪽에선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파가 탈당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물론 이들의 탈당설은 이전부터 꾸준히 나온 얘기이긴 하지만, 지방선거 패배와 맞물리며 탈당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지방선거 참패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당직자 구조조정과 전당대회 일정 및 방식 등을 두고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2월 합당했다. 두 살림을 합치다보니 당사도 두 개, 당직자 수도 버거운 수준이 됐다. 현재 210여 명에 달하는 바른미래당 중앙당직자 가운데 100여 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를 어떤 비율로 어떻게 정리하느냐다. 현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비중이 7 대 3 정도로 알려졌는데, 이들을 같은 비율대로 정리할지를 두고 당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은 서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전당대회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에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3명은 통합선거로 선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방식으로 선출하길 바란다. 반면 국민의당 출신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분리해서 선출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통합선출방식을 따르면 당 대표에서 떨어지더라도 그 다음 순번인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분리 선거를 하게 되면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에서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예정대로 8월 19일에 추진하자고 하지만, 바른정당 출신은 두 달 뒤에나 전당대회를 열자고 주장한다. 전당대회를 열기에 앞서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짚어보고 쇄신을 먼저 하자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그 내면에는 다른 의도가 깔려 있다. 현재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후보들 가운데 당선이 유력해보이는 바른정당 출신 인물이 없다. 때문에 바른정당 측에서는 인물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최대한 전당대회를 미루자는 것이다.
이 같은 잦은 마찰은 당의 재건을 위한 과도기적 상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일각에선 이를 ‘탈당 명분 쌓기’로 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상 총선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당의 간판급 얼굴인 안 전 대표와 유 전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년부터는 2020년에 실시될 21대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기상 탈당을 본격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국민의당 출신인) 김동철 비대위원장과 김관영 원내대표가 당헌‧당규를 뜯어고치며 보수 노선에 대한 내용을 축소하려 하는데 바른정당파가 더 이상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다만 그 시점은 전당대회와 국회 원구성이 끝난 이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당대회 결과 국민의당 쪽이 당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바른정당 쪽의 탈당 원심력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당대회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끝없이 불만을 제기하며 명분을 쌓고, 그 뒤 탈당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으로 바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한동안 무소속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당 상태가 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들은 ‘전당대회‧원 구성 이후’라는 시점에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이들이 탈당을 꾀하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이 관계자는 “(탈당) 시기상의 준비를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쯤에나 탈당을 할 것 같긴 한데, 무소속은 아닐 것 같다”고 한국당 복귀를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빨라야 내년 초, 총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의견을 낸 관계자도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갈등이 바닥까지 드러났고 2~3주 전부터 그런 이야기(탈당)가 돌긴 했다. 뭐가 있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당이 정리가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탈당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 초부터 총선 준비에 돌입할 텐데 아무리 늦어도 그때는 탈당하고 한국당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선 ‘국민의당파 탈당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의당 출신인) 김관영 원내대표와 김동철 비대위원장이 당 지도부로서 주도권을 갖고 있으니 탈당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숫자도 많지 않은가”라며 “탈당을 한다면 바른정당 측에서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어떻게 혁신되느냐에 따라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교감이 있으니 탈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