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영복 회장은 옥중에서도 여전히 엘시티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데, 최근 이 같은 이야기에 힘이 실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영복 회장이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는 주식회사 엘시티(전 트리플스퀘어자산관리 주식회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5월 29일 이 회사 대표이사로 강 아무개 씨가 취임했다.
엘시티 재판 사건 진행 내용을 확인한 결과, 강 씨는 또 지난 6월 28일 변호인선임계를 제출하고 이 회장의 변호인으로도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강 씨는 이 회장 회사의 대표이자 이 회장의 변호인이다. 강 씨는 과거 이영복 회장이 관여돼 있는 다대·만덕 택지전환 특혜의혹 사건 당시 담당검사였다. 다시 말해 과거 이영복 회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사가 지금은 이영복 회장의 최측근인 것이다. 또한 변호인이자 회사 대표인 덕에 강 씨는 옥중의 이 회장을 수시로 만날 수도 있다. 이 회장이 변호인 강 씨를 통해 ‘옥중경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영복 회장의 이름이 세간에 떠들썩하게 등장한 것은 1996년 다대·만덕 택지분양 사건이다. 당시 이 회장이 사장으로 있던 동방주택건설은 1993~1996년 부산 사하구 다대동 임야 4만 2000여㎡를 매입했다. 원래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제한된 곳이지만 이 회장이 땅을 사들인 이후 해당 지역은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주거용지’로 변경됐고,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10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특혜 의혹과 관련해 1999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이 회장은 2년의 도피 생활 끝에 자수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2002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이영복 회장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영복 회장의 정·관계 로비설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다대·만덕 사건으로 이영복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4년이 지난 2016년 11월 엘시티 공판을 앞둔 이영복 회장의 변호인단에는 다대·만덕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부산지검 특수부장 출신 박 아무개 변호사가 포함돼 있었다. 부장검사 시절 조사했던 이 회장의 변호인으로 나선 것에 대해 비판이 거세자 박 변호사는 결국 사임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 사임 후 1년 7개월가량이 지난 현재, 다대·만덕 사건 당시 부산지검 특수부 소속 주임검사였던 강 씨는 앞서 언급한 대로 주식회사 엘시티의 신임 대표에 올랐을 뿐 아니라 이영복 회장의 변호인단에도 새로이 합류했다. 강 씨는 다대·만덕 사건 때 이 회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 및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를 직접 담당한 인물이다. 강 씨는 이 회장의 다대·만덕 사건 항소심이 열리기 직전인 2002년 8월 퇴직 후 부산에서 개인 변호사 사무소를 열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강 씨는 이영복 회장의 변호인으로 합류하자마자 지난 3일 다른 변호인들과 함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이영복 회장 재판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강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엘시티는 엘시티 사업의 시행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주식회사 엘시티PFV’의 자산관리회사다. 공시에 따르면 주식회사 엘시티의 지분 83%를 (주)이젠위드가 보유하고 있으며, (주)이젠위드는 판결문에서 이 회장의 페이퍼 컴퍼니로 명시돼 있다. 법원이 주식회사 엘시티와 주식회사 엘시티PFV 모두 사실상 이영복 회장 회사로 본 것이다.
엘시티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미 재판을 통해 이 회장이 엘시티의 실소유주인 것은 확인됐다”며 “강 씨가 변호를 맡으면서 엘시티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강 씨와 엘시티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강 씨의 변호사사무실 관계자는 지난 10일 전화 연결 당시 강 씨와 주식회사 엘시티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이후 응답도 없었으며 전화도 받지 않았다. 엘시티 관계자는 강 씨의 대표이사 취임에 대해 “답변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BNK금융지주 끈질긴 엘시티 사슬 부산지역 최고 금융그룹인 BNK금융지주가 엘시티 사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2016년 엘시티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해준 것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으며, BNK금융의 초대 회장인 이장호 전 회장은 이영복 엘시티 회장에 대한 특혜 대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은행은 엘시티 특혜 대출 논란과 관련해 지난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부산은행이 엘시티 개발사업 시행사 엘시티PFV의 관계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허위로 여신심사 서류를 작성하고 우회 대출 해주는 등 고의로 은행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고 PF 신규 영업 일부 정지 제재를 내렸다. 부산은행은 지난 5월 28일부터 오는 8월 27일까지 3개월간 PF 대출 신규 취급 업무를 할 수 없다. 부산은행은 또 비슷한 시기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았다. 당시 부산은행은 엘시티와 관련 없는 정기세무조사라고 선을 그었으나 공교롭게도 엘시티에 대한 세무조사가 같은 시기 진행되면서 부산은행에 대한 세무조사가 엘시티 의혹에 대한 연장선상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부산은행은 또 다시 엘시티와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렸다. 부산시장 선거전에서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5월 27일 기자회견에서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에 대해 “부산은행-엘시티 간 첫 특혜 대출이 오 후보가 부산은행 리스크관리 담당 사외이사 재직 당시 이뤄졌다”며 비난했다. 이에 오 후보 측은 같은 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은행 사외이사가 아닌 BS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며, 대출 등 사업 부문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반박 과정에서 BNK금융지주에서 받은 답변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