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업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이시형 씨가 최대주주(지분 75%)인 ‘제2의 다스’ 에스엠은 다스 협력업체인 다온을 2016년 인수했다. 인수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다온은 다스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자금 지원과 납품단가 인상 등 특혜를 받았다. 다스 실소유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이 같은 특혜가 MB의 다스 실소유 여부를 입증한다고 봤다.
다온은 지난해에만 19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6년에도 3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년 사이 매출은 568억 원에서 457억 원으로 급감했다. 부채는 같은 기간 20억 원(340억→360억)가량 늘었고, 자산은 400억 원에서 220억 원으로 축소됐다. 다스 실소유 의혹과 별개로 부실 회사를 인수한 에스엠과 이를 지원한 다스 모두 경영상 책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온 매각 대금이 다온 지분 100%를 가진 시형 씨 회사로 흘러간다는 점은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온 인수를 추진한 정학용 당시 다스 부사장은 이시형 씨의 최측근이다. 정 부사장은 지난 3월 ‘검찰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임원직에서 물러났다. 이시형 씨는 다스 기획본부에서 감사법무실로 자리를 옮긴 후 출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온 매각은 MB의 첫 공판이 있던 5월 전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앞의 다스 사정에 밝은 인사는 “에스엠도 앞으로 어찌될지 모른다”며 “MB가 감옥에 갇힌 바람에 이시형이 직접 다스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11일 다스는 강경호 다스 대표이사(사장) 해임을 위한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강 사장은 MB 최측근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다스는 MB 것”이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이날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던 이사회는 강 사장이 스스로 사임하면서 무산됐다. 앞서 강 사장은 지난 1일 다스 명목상 최대주주(47.26%)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면직을 통보하자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인사명령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며 “회사 인사권은 입사 이래 대표이사 사장인 내가 행사해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의 인사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이어 친(親) MB계로 분류되는 홍 아무개 다스 부장 등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라”고 주장했다. ‘MB맨’인 강 사장 거취를 놓고 친 MB계와 반(反) MB계가 맞붙었다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지난 1월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고성준 기자
그러나 강 사장이 사임하면서 ‘무게추’는 이 회장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인사명령을 통해 현대차 부사장 출신인 송헌섭 씨를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송 씨는 현대차 재직 시절 인도 첸나이공장장을 역임하면서 다스 인도법인을 총괄한 이동형 다스 부사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안팎에선 과거 이시형 씨에게 밀린 이동형 씨가 다스를 장악하기 위해 ‘형제의 난’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스 전·현직 관계자는 강 사장 해임을 위해 이사회를 계획한 것도 이동형 씨라고 주장했다. 이동형 씨는 진행 중인 MB 재판에서 MB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의 다스 사정에 밝은 다른 인사는 “이동형이 현 노조 지도부에 반대하는 조합원과 접촉해 ‘어용노조’를 세우고 신임 사장 내정에 반대하지 않도록 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스는 이르면 이달 말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만약 주총에서 송 씨 선임안이 통과되면 이동형 씨의 ‘친정체제’가 본격화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스 3대 주주(19.91%)인 기획재정부도 주총에 참석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간기업 경영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임원 인사에 대해선 별도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다스 일각에선 기재부가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동형 씨를 돕고, MB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다스 내부의 권력 이동은 진행 중인 MB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쇼’라는 시각이 있다. 이상은 회장이 인사권을 행사함으로써 다스 실소유주가 본인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MB 측은 재판에서 이를 방어 논리로 사용할 것이란 주장이다.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은 “내가 아는 이상은 회장은 경영권을 행사할 능력이 안 되는 인물”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MB 재판을 위한 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스 실소유 문제를 추적해 온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쇼가 맞다”며 “대표이사가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도 이상하고, 강경호는 해임하면서 같은 MB 쪽 사람인 신학수 다스 감사는 그대로 놔둔 것도 그렇다. 또 이상은이 다스 실소유주라면 수백억 원대 횡령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 이상은 회장은 그럴 만한 능력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온 매각을 시작으로 다스와 관련된 국내외 법인이 경영난을 이유로 매각될 것이란 우려는 다스 협력업체를 옥죄고 있다. 현대차가 장기적으로 다스에 공급하던 일감을 줄이고 다른 부품업체에 신규 아이템(일감)을 줄 것이란 주장이다. 현대차 한 간부는 “다스 말고 다른 시트 납품업체가 있기 때문에 (일감을 줄여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국내 다스는 사실상 소멸하고 다스 해외법인만 아이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법인을 제외하고 미국 등을 포함한 해외법인의 경영권은 이시형 씨에게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의 다스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MB 측에선 에스엠을 다스 해외법인의 본사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