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는 총 24개의 산하 공공기관이 있다. 경기도시공사, 경기관광공사 같은 공기업과 킨텍스, 경기도주식회사와 같은 출자회사, 경기연구원, 경기도 일자리재단 같은 출연기관이 그것이다.
이 중 일부는 막대한 예산과 권한을 가졌지만 이재명 지사의 정책 방향과 도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행보를 보여와 기관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 사진=경기도
경기도시공사는 2017년 기준 매출액 2조 2241억 원, 당기순이익 4654억 원, 임직원 482명의 공기업이다. 매출액과 사업 영역, 직원 수를 감안하면 사실상 도 산하기관 중 첫 번째로 손꼽힌다. 하지만 공사의 수장인 김용학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리라는 관측은 많지 않다.
김용학 사장은 지난 2017년 인사청문회에서 인천도시공사 사장 퇴임 이후 직무 관련 업체에 취업해 4년간 15억 원의 고액 연봉을 받은 것과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적 중립성 위반 문제가 제기된 인물이다.
경기도시공사가 지난 1년간 이런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뛰어난 성과를 보였으면 좋았겠지만 김 사장의 임기 동안 공사는 예산 낭비, 특혜 의혹에 시달렸고, 노조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20년 6월 12일까지로 예정돼 있으나 이재명 지사의 정책에 발맞춰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기류가 안팎으로 감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킨텍스는 국내 전시·컨벤션 산업의 국제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국제 전시·컨벤션 센터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코엑스의 3배, 부산의 벡스코와 비교해도 2배 이상의 전시면적을 갖고 있다.
킨텍스는 경기도와 고양시, 코트라(KOTRA)가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653억 원을 기록했다. 직원 1인당 평균임금이 6500만 원에 달하고 신입사원 초봉도 4300만 원을 상회한다.
킨텍스의 대표이사는 민선 2기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임창열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다. 임창열 대표는 지난해 킨텍스 대표이사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언론은 임 대표의 연임을 결정한 주주총회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를 임기만료 2개월 전에 구성하거나 임기만료 2개월 전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코트라도 이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반대의 뜻을 전했지만 당시 경기도와 고양시의 찬성으로 임 대표는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임 대표는 킨텍스 설립 후 10년간 적자를 기록해 왔으나 2014년 9월 자신이 취임하고 난 후 2016년 첫 흑자를 기록했다며 “대표이사는 경영성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장관을 지낸 경륜에 걸맞은 자신감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사장 비서직 직원 등에 대한 비공개 채용 의혹과 용역직원의 킨텍스 자회사 고용 승계 거부, 게다가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의 부정적 인식이 도민들의 기억에 남아있다는 게 변수다.
경기도주식회사는 2016년 11월 남경필 전 지사가 경기도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기중소기업 연합회 등과 함께 설립한 출자기관이다. 홈페이지에는 ‘경기도의 신개념 공유적 시장경제의 핵심 사업’을 수행하며 디자인 자문, 파워 셀러 지원, 재난·안전 산업 전문가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모양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최근 ‘새로운 경기특위’로부터 디자이너 채용 과정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 등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지사도 경기도주식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지난해에만 1억 8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직원 정원은 26명이지만 실제로는 절반도 안 되는 인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기관장들은 도지사의 임기와 거취를 함께 해온 전례가 있어 완행이냐 급행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물갈이는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예산과 권한이 집중된 자리에는 벌써 유력인사들의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마평에 대해 도내 인사들과 민주당 경기도당, 인수위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경기도시공사 같은 알짜 공기업에는 국회의원을 역임한 민주당 중앙당 인사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 관계자는 “도청에 성남 측 인사들이 많이 들어간 만큼 특정 기관의 경우 당 측 인사가 임명될 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운을 띄우면서 “하지만 기초단체와 달리 경기도는 자리가 많고 요직도 많아 갈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