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8 부산국제식품대전(부산커피쇼)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부산에 저가 커피 브랜드가 난립한 것은 국내 최대 항만도시라는 입지적인 요인으로 커피원두 수입업체들이 많은 까닭에 기인한다. 손쉬운 원재료 수급에다 물류비용 절감이란 매력적인 요인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레 부산이 저가 커피 브랜드 생성의 최적지가 됐다.
저가 커피 브랜드는 저비용으로 청년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손쉽게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이점에다 효율성까지 높아, 올해 상반기 창업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됐다. 소비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커피를 저렴하게 마실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의 난립이 최근 사회적인 갈등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을 부풀리고 가맹점의 실내장식 비용에 폭리를 취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부가적인 이윤을 얻기 위해 가맹비, 실내장식 비용, 주방용품, 교육비 등을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들이 마케팅에만 집중하다 보니 가맹점에 대한 관리 소홀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가맹점 늘리기에만 급급해 위생과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업체 가운데 한 곳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불공정거래로 사실관계를 다투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국에 200여 개의 가맹점을 둔 A 사는 가맹점 늘리기에 급급해 무분별한 가맹영업을 해왔다. 상시 할인을 시행하면서 점주 간 가맹 개설의 형평성 문제도 일으켰다.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원료로 신제품을 개발한 뒤에 가맹점주에게 해당 제품 판매를 강요하기도 했다. 물류 기반도 허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중구 지역을 중심으로 가맹사업을 펼쳐온 B 사는 원두 로스팅 시설이 미비한 가운데,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품이나 조악한 품질의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위생 문제가 대두되는 것과 함께 가맹점주들의 불만도 팽배해지고 있다.
C 사는 가맹점 개설 시 거리제한을 두지 않아 가맹점주 간의 분쟁을 일으켰다. 심지어 400m 내에도 신규 가맹점을 개설해 같은 브랜드끼리 경쟁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실내장식 비용도 기준금액보다 터무니없이 올린 뒤, 이를 가맹점주에게 부과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가맹본부들의 사업행태는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가맹점주들의 채산성 악화와 불만 등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프랜차이즈 형태의 가맹본부에 대한 점검이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커피 브랜드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제재 또는 법적 조치의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피해 신고가 발생할 때에만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와 위법행위에 대한 조치를 시행한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가맹점 위생상태 등의 점검은 관할 구청 소관이라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대박의 꿈을 안고 창업에 뛰어든 젊은 창업가, 가족의 생계유지와 노후 대비를 위해 마지막으로 투자를 결정한 중년가장, 그리고 브랜드만 믿고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은 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