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모임 소속으로 알려진 전해철 의원.
부엉이 모임은 민주당 친문 초·재선 의원 3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이 있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의원들이 주축이다. 2012년 문 대통령 대선 패배 후 만들어진 뒤 비정기적인 만남을 갖다가 지난해 대선 승리 후부턴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었다고 한다. 부엉이라는 명칭은 ‘밤새 문 대통령을 지키자’는 의미다.
최근 언론 등을 통해 부엉이 모임이 세간에 알려지자 여러 억측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와 관련된 논의가 모임에서 오갔다는 소식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친문 핵심 의원들 행보에 따라 전당대회 결과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엉이 모임 소속인 전해철·박범계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들이다. 전대를 앞두고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부엉이 모임에 속한 의원들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전해철 의원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서 ‘밥 한번 먹자’ 해서 한 달에 한 번, 어떤 때는 한두 달에 한 번 본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그저 밥 먹는 모임”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확산됐고, 결국 해체를 발표했다. 모임 간사를 맡았던 황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저 밥 먹는 모임을 그만두는 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고 적었다.
야권에선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집권당은 대통령 권력에 치중하고 대통령 권력만을 위한 당체제가 되기를 원하냐”면서 “(부엉이 모임이) 계파 갈등으로 이어지면 우리처럼 위험해지고 망해갈 수 있다”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나라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집권당 핵심 의원들이 이런 모임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게 정말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거들었다.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자는 기류가 우세해 말을 삼가고 있긴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군데군데서 들린다. 민주당 한 의원은 “충분히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들 주장처럼 단순한 밥 먹는 모임이 외부엔 어떻게 비쳐질지 생각을 했어야 한다”면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친 그들은 누가 뭐래도 실세다. 빌미를 줄 수 있는 모임은 문 대통령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친문이 친박처럼 되지 말란 보장은 없다. 박근혜 당선에 공을 세운 친박들은 정권 출범 후 골박(골수친박)·원박(원조친박) 등으로 분화하며 권력다툼을 했고, 이는 결국 계파 갈등으로 번졌다. 그러다 ‘진박 감별사’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을 두고 ‘뼈문’ ‘진문’ 등과 같은 말이 나온다. 민주당 이너서클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속하지 못한 의원들 입장에선 이들이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세력인 친문계는 2016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그 수가 급격히 늘었다. 정권 출범 후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발탁된 인사들도 친문으로 분류됐다. 비문으로 통했던 의원들 중에서도 공공연히 ‘친문’을 자처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6월 지방선거 땐 후보자들이 앞 다퉈 ‘친문’을 외쳤다.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문 대통령 지지율 때문이다.
시민단체, 학계, 재계 등 다양한 출신들이 친문 진영에 분포돼 있지만 엄연히 그 결은 다르다는 평이다. 부엉이 모임이 주목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비문 의원은 “그들 스스로 성골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는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부엉이 모임을 접하고 ‘친문이라도 다 같은 친문이 아니다’ ‘우리는 너희와 다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6월 지방선거 때 몇몇 민주당 후보들이 친문과 대립각을 세웠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친문 핵심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던 후보들은 선거 내내 친문 지지자들의 공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명 경기지사다. 당시 친문 진영에선 “이 시장이 결국 문 대통령 뒤통수를 칠 것”이란 말이 돌았는데, 선거 후 이 시장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친문 인사들은 부엉이 모임이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중진급의 한 의원은 “당의 일부 의원들이 청와대 참모들을 견제한다고 들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새롭게 (친문으로) 편입된 인사들에 대한 텃세 아니겠느냐”면서 “문 대통령은 그런 식의 파워게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부엉이 모임이 개인적인 조직인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적어도 임기 동안엔 다시 부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