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의 역사는 KBO 리그의 발전과 궤를 같이 했다. 사상 첫 올스타전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7월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열렸다. 부산 구덕구장과 광주 무등구장, 서울 동대문구장이 그 무대였다. 그리고 첫 경기부터 ‘야구의 꽃’인 만루홈런이 터졌다. 당시 롯데 선수였던 김용희 전 SK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그 후 37년간 이어진 올스타전에서 수많은 스타들이 숱한 명장면과 에피소드를 남겼다.
2017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승리한 드림올스타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올스타전 출전 선수 어떻게 뽑나
올스타전은 KBO가 주관하는 행사다. 10개 구단이 드림 올스타와 나눔 올스타로 양분된다. 드림 올스타는 두산, 롯데, SK, 삼성, KT로 구성된다. 나눔 올스타에는 KIA, NC, LG, 넥센, 한화가 소속돼 있다. 올스타전 장소를 홈으로 쓰는 구단이 소속된 쪽이 그해의 홈팀이 된다. 양쪽 올스타에 포함된 구단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져 있다. 8개 구단 체제였던 2009년엔 이스턴리그(SK·두산·롯데·삼성)와 웨스턴리그(한화·KIA·넥센·LG)로 나뉘어 올스타전을 치렀는데, 공교롭게도 전년도 1~4위 팀과 5~8위 팀이 대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팀에는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 결과를 합산해 선정된 베스트 멤버 12명과 감독 추천 선수 12명이 포함된다. 투수는 선발-중간-마무리로 세분화된다. 원래는 투수도 다른 포지션처럼 한 명만 뽑았던 터라 대부분 에이스급 선발 투수들이 올스타 베스트 멤버로 선정되곤 했다. 하지만 리그 최강의 불펜 투수들도 베스트 멤버로 출전할 자격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2016년 처음으로 중간과 마무리 부문이 신설됐다.
투표 방식도 달라졌다. 당초 팬 투표 결과를 100% 반영해 베스트 멤버를 뽑곤 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면서 인기 구단 선수들이 라인업 대부분을 점유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2015년부터 선수단 투표를 진행하고 최종 결과에 30% 반영해 ‘올스타’의 공정성을 높였다. 실제로 올해 LG 박용택과 유강남, 넥센 박병호, KIA 안치홍, LG 박용택은 팬 투표에서 2위로 밀렸지만, 선수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올스타 베스트 멤버로 최종 선발됐다. LG의 오지환과 이형종은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에서 모두 2위를 하고도 총점에서 앞서 베스트 멤버로 뽑히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 전년도 성적이 더그아웃 서열을 좌우한다
한 팀에 다섯 구단이 소속되는 올스타전에서 양 팀 감독을 선정하는 기준은 역시 직전 시즌 성적이다. 5개 팀 가운데 직전 해 팀 순위가 가장 높았던 구단 감독이 사령탑으로 선임되고, 다른 감독 네 명은 코치를 맡는다. 올해는 지난해 준우승팀 두산의 김태형 감독이 드림 올스타, 지난해 우승팀 KIA의 김기태 감독이 나눔 올스타 지휘봉을 각각 잡는 식이다.
이 때문에 2013년 올스타전에선 당시 한화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응용 감독이 3루 주루 코치로 나서게 될지를 놓고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필이면 그해 같은 팀 감독을 맡은 사령탑이 해태 시절 애제자인 선동열 KIA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쿨하게 “감독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지만, 선 감독은 “말도 안 된다. 무조건 그늘에 앉아 계시라”며 예우하는 훈훈한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더불어 선 감독의 고려대 선배인 김경문 당시 NC 감독도 함께 예우를 받았다. 대신 주루코치처럼 ‘체력’이 필요한 일은 막내급인 김기태 당시 LG 감독과 염경엽 당시 넥센 감독의 몫으로 넘어가 웃음을 안겼다.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올스타전 시구자로 나서 1회 명예 감독을 맡은 김응용 전 감독이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년도 성적이 좋은 팀은 올스타전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올스타 팀 공식 매니저와 트레이너, 더그아웃 기록원을 두 구단에서 파견하고, 외국인 선수가 올스타전에 출전할 경우엔 통역을 담당하는 직원 역시 양 팀에서 보내야 한다. 또 올스타전에서 사용하는 경기구는 KBO가 공급하지만, 선수들이 훈련할 때 사용하는 연습구는 역시 두 팀이 제공해야 한다. 경기 시간 3시간 전까지 대회 본부로 연습구 100개를 보내는 게 원칙이다.
다른 선수들이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는 시기에 또 다른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니, 올스타로 뽑힌 선수들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따른다. 올스타전에 초대받은 선수와 감독들에게는 1인 100만 원씩 출장 수당이 지급된다. 매니저, 트레이너, 더그아웃 기록원, 통역원 역시 숙식비 명목으로 1인 30만 원씩을 받게 된다. 대신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가 부상이나 사고, 질병과 같은 정당한 사유 없이 경기 출장을 거부하면 KBO 규약에 따라 1군 등록이 자동으로 말소된다. 이후 소속팀의 정규시즌 10경기가 끝날 때까지 재등록을 신청할 수 없다.
# ‘미스터 올스타’의 영광을 잡아라
올스타전 최고의 영광은 두말할 것도 없이 최우수선수(MVP) 격인 ‘미스터 올스타’다. KBO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고, 대부분 타자들이 받는다. 투구 이닝이 1~2이닝으로 제한된 투수들은 아무리 인상적인 피칭을 해도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린 타자들을 이기기 어렵다. MVP 부상은 매년 다르다. 주로 그해 새로 출시된 자동차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첫 17년 동안 ‘미스터 올스타’의 부상은 승용차였다. 실업야구 시절 올스타 MVP는 파이오니아 전축을 받아갔지만, 프로야구로 넘어가면서 부상의 ‘급’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승용차가 지금처럼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부상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많았다. 앞서 원년 올스타전 만루홈런의 주인공으로 언급한 김용희 전 감독은 그해 ‘맵시나’를 받았고, 1984년에 다시 MVP로 뽑혀 맵시나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맵시’를 손에 넣었다.
1998년 삼성 SM5를 마지막으로 승용차는 잠시 MVP 부상 목록에서 사라졌고, 이후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골든볼이나 골든배트, 상금 1000만 원, 대형 TV 등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추억 속의 자동차 부상이 부활했다. 주로 기아자동차가 협찬한 자동차들이 미스터 올스타의 품에 안겼다. 수년 전 ‘미스터 올스타’로 뽑혔던 한 선수는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를 평소 자신의 일을 많이 도와준 구단 프런트에게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넘겨 야구계에 훈훈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스터 올스타 이외의 기타 수상자는 기록에 따라 결정된다. 우수 투수와 타자 각 1명과 감투상이 선수들에게 돌아가고, 승리팀 감독은 감독상을 받는다. 승리팀에게는 상금 3000만 원이 돌아간다. 만약 9회까지 승부를 내지 못하면, 연장 10회부터는 이닝 제한 없이 승부치기가 진행된다.
미스터 올스타 선정 당시의 김용희 전 감독. 연합뉴스
# ‘별들의 잔치’에선 시구도 빛난다
올스타전의 또 다른 관심사는 ‘시구자’다. 시구가 KBO 리그의 특별한 문화 가운데 하나로 정착한 지 오래지만, 올스타전 시구는 포스트시즌 시구만큼이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영광으로 꼽힌다. 특별한 사연이 있거나 그 시기에 가장 화제가 된 인물, 혹은 야구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상징성을 띠는 인사가 주로 올스타전 시구를 맡는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올스타전에는 1~3차전에 당대 가장 인기 있던 여배우 트리오인 이경진-정애리-정윤희가 차례로 나섰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원로 야구인은 “그때만 해도 야구선수들이 연예인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을 때라 야구장에 나타난 최고 여배우들 모습에 선수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고 농담했다. 배우 김혜수(2008년)와 장나라(2002년), 고두심(1985년 1차전) 같은 여성 연예인도 올스타전 시구를 경험한 몇 안 되는 여성 연예인이다.
매년 장소를 바꿔 가며 열리는 올스타전 특성상 개최지 특성에 맞는 시구자들이 선정되기도 했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1993년 올스타전에는 부산 출신으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챔피언에 오른 탁구 스타 현정화가 시구를 맡았다. 그보다 3년 앞선 1990년에는 현정화의 라이벌이자 한국 탁구 선수 안재형과 결혼한 전 중국 탁구 국가대표 자오즈민이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역시 부산에서 개최된 2007년엔 롯데 출신 역대 ‘미스터 올스타’인 김용희-허규옥-김민호-김응국-박정태가 나란히 시구하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동시에 시구하는 다섯 레전드의 공을 받기 위해 그해 올스타전에 출전한 후배 포수들도 시포자로 총출동했다. 또 2009년 광주 올스타전에선 타이거즈 레전드 김봉연, 2010년 대구 올스타전에선 삼성 레전드 김시진, 2012년 대전 올스타전에선 김영덕 전 빙그레 감독이 각각 기념비적인 시구를 했다.
‘마지막’을 알린 시구도 적지 않다. 은퇴식 없이 선수 생활을 마감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14년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을 치르면서 직접 시구를 했고, ‘국민 타자’ 이승엽은 은퇴 시즌인 2017년 올스타 베스트 멤버로 출전해 두 아들이 시구와 시타를 각각 맡고 스스로 시포가 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015년엔 역대 감독 최다승을 남긴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이 사령탑 은퇴식과 함께 포수로 앉은 선동열 감독의 미트를 향해 힘찬 시구를 끝냈다.
프로야구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시구의 추억을 남긴 인물들도 있다.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철통 보안과 007 작전 끝에 2003년 올스타전 시구자로 깜짝 등장해 놀라움을 안겼다. ‘구도’ 부산 출신답게 프로선수 못지않은 투구 폼으로 박수를 받았다. 한국 야구의 레전드 투수였던 고 최동원도 2004년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기념 시구를 했다. 롯데를 빛낸 ‘안경 에이스’의 등장에 부산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
출전 뒤 타격감 뚝뚝…메이저리그 올스타 홈런 더비의 저주 KBO 리그에서도 ‘올스타’란 타이틀은 영광스러운 훈장이지만, 무려 30개 구단 선수들 가운데 선발되는 메이저리그 올스타들에게는 그 단어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올스타전 출전 여부가 ‘특급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를 가리는 기준이 되고, 올스타전에 몇 번 출전했느냐가 명예의 전당 투표 때 영향을 미칠 정도다. 한번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선수의 기사에는 꾸준히 ‘올스타’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메이저리그 14년 차인 추신수(텍사스)가 올해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발된 뒤 “오랜 목표이자 꿈이었다”며 남다른 감격을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유독 손사래를 치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홈런 더비’다. 오직 ‘누가 더 많이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느냐’를 가리는 홈런 더비는 사실 거포형 타자들에게 ‘밑져야 본전’인 행사다. 거포 이름값을 한 타자보다는 의기양양하게 홈런 더비에 출전했다가 기대 이하의 기록을 남기고 고개를 숙인 타자들이 훨씬 많다. 무엇보다 ‘홈런 더비에 출전하면 후반기에 타격감이 떨어진다’는 징크스를 호소하는 선수들이 많다. 기록을 의식해 풀스윙을 연발하다가 전반기에 잘 다져 놓은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곤 한다는 얘기다. 상징적인 사례가 지난해 뉴욕 양키스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애런 저지다. 저지는 지난 시즌 전반기에만 홈런 30개를 쳤다. 12.2타석 당 홈런 하나가 나오는 엄청난 페이스.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팀에서 밥 먹듯 홈런을 때려내는 슈퍼 루키가 등장하자 미국 전역 야구팬의 관심이 저지의 홈런 기록에 쏠렸다. 저지는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도 참가해 당당히 우승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후반기를 시작하자마자 타격감이 바닥을 쳤다. 후반기 타율이 1할대로 떨어졌고, 무엇보다 주특기인 홈런이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슬럼프 탈출에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리자 ‘홈런 더비의 저주’라는 말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저지뿐 아니라 2007년 이후 홈런 더비에 참가한 타자들이 대부분 후반기 들어 눈에 띄게 성적이 떨어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자연스럽게 선수들도 홈런 더비 출전을 꺼리게 됐다. LA 에인절스 간판타자 마이크 트라웃은 데뷔 후 늘 홈런 더비 참가를 고사해왔고, 올해 역시 각 팀을 대표하는 거포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내셔널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워싱턴 간판타자 브라이스 하퍼에게 “홈런 더비에 참가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하퍼는 고심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저지와 트라웃은 물론이고 아메리칸리그 홈런 선두를 다투고 있는 J.D. 마르티네스(보스턴)와 호세 라미레스(클리블랜드)도 올해 끝내 홈런 더비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출처 불분명한 징크스가 ‘팥 없는 찐빵’을 만들어 냈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