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전경.
[일요신문] 김창의 기자 =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이 진정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사용자 편을 들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3월 서울 강서구청 지역공동체 근로자 A씨는 강서구민회관에서 강서구청 B과장에게 반말과 폭언을 들었다. B과장은 구청장에게 민원을 제기한 A씨에게 “강당으로 들어가! 들어가라고!”라고 소리치고 “안 들어갔지? 저거 돈 주지마!”라고 고함을 쳤다.
반말과 폭언을 들은 A씨는 3월 14일 고용노동부에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접수한다.
사건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으로 넘어갔고 서울남부지청 근로개선지도1과 근로감독관은 3월 30일 A씨와 사용자 측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한다. 사용자 측에선 B과장의 부서 직원 2명이 대리인으로 나왔다.
이날 조사에서 B과장이 A씨에게 반말과 큰소리를 지른 것은 양측이 인정했다. 이외에도 A씨는 B과장이 구민회관을 나서다 다시 돌아와 자신을 향해 폭행할 것처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때 다른 공무원이 B과장과 A씨 사이에 끼어들어 막아서며 물리적 폭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용자 측 대리인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원래 좀 다혈질인 분이다”라고 두둔하자, A씨는 근로감독관에게 구민회관의 CCTV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민회관의 강당에는 CCTV가 있고 이를 확인하면 B과장의 움직임 같은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의 조서를 작성하고 일터로 돌아가 처분을 기다렸지만 서울남부지청의 회신은 없었다. 진정사건의 처리 기한은 통상 25일이지만 3월 14일 진정 접수 후 두 달이 넘도록 근로감독관에게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두 달가량이 경과한 5월 21일경 A씨는 근로감독관에게 사건의 진행 상황을 묻는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근로감독관은 그제 서야 ‘처리 기간 연장’을 했다고 변명하기 시작했다.
근로감독관은 사건 처리기간을 연장해놓고 A씨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게다가 A씨가 CCTV 확인 여부를 묻자 근로감독관은 “조사 방법은 근로감독관이 정하는 것이다. CCTV 확인이 필요한지 여부는 내가 판단한다”면서 A씨를 몰아붙였다.
A씨는 답답해하며 강서구민회관은 강서구청 산하기관이 관리하는 건물로 CCTV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도 있어 신속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근로감독관은 A씨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았다면서 뒤늦게 근로개선지도1과 과장에게 결재를 올렸다고 무마했지만 근로개선지도1과 과장에 의하면 이 같은 결재는 올라온 적이 없었다.
근로감독관의 이 같은 태도에 A씨가 “CCTV확인도, 처리 기간 연장 통보도 없이 두 달간 어떤 조사를 했느냐”고 묻자 그제 서야 근로감독관은 “7월에 서울남부지청 감사가 있어 감사 준비를 하느라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고 시인하기에 이른다.
이후 서울남부지청은 5월 24일 한 차례 더 처리기간을 연장하고 6월 15일 참고인(구청 측)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 후, 6월 30일 법 위반사항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해 버린다.
한편 올해 3월부터 지역공동체 근로자들은 B과장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당 안에서 교육을 듣던 근로자들이 놀랄 만큼 큰 소리가 들렸고, 싸우는 소리에 밖으로 나온 근로자도 있었던 만큼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서울남부지청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폭언이 일회적이라 처벌할 수 없다 해도 재발방지를 위해 노동청은 계도나 주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계도나 주의도 없이 사건을 종결한 건 사실상 사용자 측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사건은 지역공동체근로자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6월 30일에 맞춰 종결 처리됐다.
서울남부지청 근로개선지도1과는 “근로감독관에게 맡겨진 사건이 너무 많아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사건 연장 통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확인해 보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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