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 관용차로 공급된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 사진=현대자동차
덴마크 정부는 녹색성장 비전을 제시하며 오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 이산화탄소(CO2) 배출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계획이 수립됐지만, 그 중 가장 큰 걸림돌로 교통수단 문제 해결이 제기됐다. 이에 덴마크 정부는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해 국민들이 석유·디젤 차량 대신 전기나 수소연료 등 친환경 에너지 차량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덴마크 에너지청에 따르면 현재 덴마크 내에 밴을 제외한 승용차는 총 257만 3676대다. 하지만 이 중 친환경 차량 비율은 0.3%에 그쳤다. 전기차가 9146대, 천연가스차 131대였다. 수소차는 겨우 78대에 불과했다. 밴이나 버스, 중장비차량까지 합치면 친환경 차량의 비중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수도 코펜하겐 내에 수소차는 얼마나 될까. 코펜하겐 시청에 따르면 시내의 수소차 보유 대수는 전국 78대 중 17대였다. 이들 수소차는 모두 시청에서 사용하는 관용차였다. 15대는 앞서 설명한 초기에 들여온 현대차 투싼ix였고, 나머지 두 대도 지난 5월 시장들이 의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로 구입한 것이었다. 즉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는 수소차는 코펜하겐 시내에 단 한 대도 없는 셈이다.
처음 수소차를 도입하면서 현대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코펜하겐 시청 측은 “당시에는 수소차를 개발해 최초로 시장에 내놓은 기업이 현대차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코펜하겐 시청에서 친환경 차량을 담당하는 기술·환경관리 도시운영과의 데이비드 마크 구레위시 씨는 “도요타 등 다른 자동차 업체의 수소차도 사용해 봤는데, 너무 크고 불편했다”며 “현대차가 수소차 중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은 차다. 현대차에서 나오는 모델 넥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코펜하겐 시청은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미션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수소차는 물론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해 선제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씨는 “코펜하겐 시청에는 소형차부터 중장비차까지 2100여 대의 차량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2025년 탄소 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그 수요의 차량을 모두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해 나가야 한다”며 “이에 소형차, 밴, 트럭, 버스 등 여러 종류의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다. 수소차를 구매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처음 수소차를 도입한 2013년 이후 5년여 동안 수소차 정책에 큰 진전이 없었던 것은 인정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덴마크 전역의 수소차와 전기차를 비교해도 전기차가 100배 이상 많은 수치를 보였다. 코펜하겐 시청 내에도 밴과 승용차 등 전기차는 300여 대가 있는 반면, 수소차는 17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씨는 “전기차는 이미 상용화된 상태다. 반면 수소차는 아직 실험단계”라며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성능이 점점 나아지면서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불편없이 이용 가능한 거리다. 충전소도 많아졌고, 그동안 문제로 제기됐던 긴 충전시간도 고속충전소가 개발되면서 해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비싼 수소차의 가격도 큰 진입장벽으로 지적됐다. 실제 지난 2015년 코펜하겐 시청이 투싼ix를 처음 구매했을 때 차량 가격이 부과세를 제외하고도 1대당 1억 7000여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펜하겐 시청 관용차로 사용되는 현대차 수소차 투싼ix와 코펜하겐의 수소차 충전소. 사진=민웅기 기자
또한 인프라 구축 문제에 대해서도 코펜하겐 시청 측은 공감했다. 앞서 에너지청에 따르면 전기차를 위한 충전소는 전국에 2000여 곳인데 비해, 수소차 충전소는 단 10곳에 그쳤다.
데이비드 씨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다. 충전소가 갖춰져야 시민들에게 수소차 구매를 장려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반대로 충전소를 설치하는 개인기업 입장에서는 시중에 수소차량이 있어야 수익성을 보고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현재 덴마크 지자체에서는 수소차 충전소 부지 허가 등에만 관여하고 직접 설치에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EU(유럽연합)나 정부 차원에서 기업에 펀딩 지원을 하는 정도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덴마크를 비롯한 EU 주요 국가들이 수소차보다는 전기차를 주력으로 밀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수소차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수소차 사용자 입장에서는 우선 주행거리를 꼽았다. 데이비드 씨는 “현재 최고 성능의 전기차가 한번 충전으로 500㎞ 주행거리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 첫 모델의 주행거리가 500㎞였다. 현대차 최신 모델은 한번 충전으로 800㎞를 갈 수 있다고 한다. 수소차가 주행거리만큼은 훨씬 앞서간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수소차가 장거리 운행을 하는 대형운송트럭이나 버스 등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 차량은 일정한 고정노선을 오가는 만큼 당분간 많은 충전소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측은 친환경 차량의 미래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미래 변화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수소차가 전기차를 따라가는 입장에서, 당분간은 수소차보다는 전기차 위주의 시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비드 씨는 “수소차는 비용도 많이 들고,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며 “현재 상황에서 여러 정보를 받아보고 개발되는 상태를 지켜봤을 때 짧은 기간에 크게 발전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수소차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전환점을 2022년쯤으로 예측했다. 데이비드 씨는 “EU 협의회에서 벤츠, BMW 등 자동차 제조사에 친환경 차량 경영전략을 밝히라고 압박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제조사들은 2022~25년을 기점으로 수소차를 기존 차량들처럼 대량 생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선택 가능한 정도의 수준으로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럼 현대차와 더불어 수소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전망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자동차 생산 않는 덴마크의 친환경 차량 전략 “CO2 배출 최저 차량 공동구매” 덴마크에는 자동차 제조기업이 없다. 모든 운송수단은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부가 수립한 ‘2050년을 향한 에너지 전략’ 달성을 위해서는 가장 큰 걸림돌인 교통수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독일·미국·한국·일본 등의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협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덴마크 정부 차원에서는 사기업에 친환경 차량 개발 협력이나 요청을 하지 못한다. 다만 EU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디젤 차량의 CO2 배출을 엄격하게 제재하는 방식 등으로 자동차 제조사 등을 압박하고 있었다. 코펜하겐 등 지자체 차원에서 자동차 기업과 협조와 거래를 통해 친환경 차량 개발에 관심을 유도하고 있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여러 지자체들은 자동차 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다고 한다. 그럼 이들 지자체는 제공받은 차를 사용하며 테스트해 보고 그 결과를 기업에 보고해, 친환경 차량 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코펜하겐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과 함께 CO2 배출 최저 차량을 공동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펜하겐 시청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공동구매를 통해 싼 가격에 차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북유럽 3개 수도가 같이 행동에 나서니까 볼보 등 자동차사 입장에서는 친환경 차 개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웅] |
수소차 충전소 직접 찾아보니 “초기 시설이라 좀 큰 편” 덴마크는 전세계에서 최초로 수소차 충전소를 설치했다. 당시 충전소 설립을 위해 덴마크의 40여 개 기업이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후 충전소 설립은 예상과 달리 더뎠다. 현재 덴마크 전역에 수소차 충전소는 10개에 불과하다. 코펜하겐 시청의 데이비드 마크 구레위시 씨가 수소차 충전소에서 연료충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민웅기 기자 기자는 덴마크에서 최초로 세워진 수소충전소를 찾았다. 수소충전소는 수도 코펜하겐 중심부에서 약 5㎞ 정도 떨어진 도시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수소충전기는 기존 주유소 한편에 마련돼 있었다. 충전기는 하나밖에 없었지만 크기는 컨테이너박스 형태로 매우 컸다. 수소차량 충전을 위한 압축과 저장, 가스제어, 가스냉각장치 등은 물론 발전시설까지 갖추고 있다고 했다. 충전기는 둥근 단자처럼 생겨 전기차 충전기와 모양이 비슷했다. 수소차량 충전구를 열고 안의 둥근 노즐에 충전기를 연결하면 수소연료가 주입되는 형태였다. 일반 석유나 디젤 차량 주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소충전소가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대해 코펜하겐 시청 관계자는 “초기에 만들어진 시설이라 크기가 크다. 현재 충전소는 개발이 진행되면서 세워지고 있어 전국 10개 충전소가 모양이 조금씩 다 다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충전소 크기는 점점 더 작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