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ABL에서 동반 활약한 이혜천(왼쪽)과 고창성. 사진=이혜천 제공
[일요신문] 사상 최초로 국외에 한국 프로야구팀이 창단될 예정이다. 지난 5월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코리아팀이 창단 체결식을 가졌다.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는 배경으로 창단된 팀이다. 국내 기업이 운영하고 한국인 코칭스태프, 한국인 선수들로 팀이 채워진다. 하지만 호주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난 2015년부터 호주에서 거주하며 ABL에서 활약해온 ‘파이어볼러’ 이혜천이 그 주인공이다. ‘일요신문’은 이혜천과 전화통화로 한국팀 창단의 실상과 소회를 직접 들어봤다.
코리아팀 창단 소식에 야구팬들은 환영했다. 겨울에도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데다 선수들에게 재기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혜천은 이런 생각에 고개부터 저었다. 그에게 한국팀 창단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 이유부터 물었다.
“코리아팀에서 숙소 등은 제공하지만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프로로 불리는 리그에서 급여가 없다는 말에 놀랐다. 다른 선택지도 있기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혜천은 돈을 받지 못하고 야구를 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팀 창단에 대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 자체는 좋다”며 배경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팀 창단 외에 선수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팀 창단이 아닌 선수가 개인적으로 호주 구단에 접촉해 입단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면서 “최근에도 한국 선수들의 호주 야구팀 입단이 진행되고 있다. 호주 팀에 입단하면 각종 편의시설과 급여까지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단을 고민하는 선수라면 비자 발급과 관련해서 잘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난 5월 21일 열린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제7구단 창단 체결식. 연합뉴스
구대성, 임경완, 이혜천, 고창성 등의 활약으로 야구계에서는 호주가 새로운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호주 현지에서도 적극적이다. 한국팀 창단이 발표돼 한국 선수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호주 팀들은 여전히 한국 선수들 영입에 관심이 많다.
이혜천은 “ABL 소속 6개 팀이 모두 한국 선수들을 영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 구단은 7월 중순 국내에 들어와 복수의 구단과 접촉했고 선수 개인과도 미팅을 가졌다. 이 구단 관계자는 많은 급여는 줄 수 없음을 밝히며 선수에게 숙소 제공을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혜천은 후배들에게 호주 현지 사정을 전하며, “KBO 구단에서 밀려난 선수들이 호주 무대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물론 재기를 하면 좋겠지만 더 이상 선수생활을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호주 팀에 소속이 되면 많지는 않지만 급여를 받으면서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기를 위해 최근 ABL 구단과 미팅을 진행한 한 선수는 “호주에서 새로운 환경과 시각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어서 고민하고 있다”며 ABL을 선택하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혜천은 코리아팀을 통한 선수들의 재기 가능성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한국 선수만 30명을 뽑아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선수들은 그 안에서 또 경쟁을 해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야구라는 운동이 어디서든 경쟁은 존재한다. 선수들의 개인 노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윈터리그 격인 호주리그는 한 시즌 팀당 40경기만을 소화한다. 이혜천은 “호주 내 타 팀과 계약을 하면 어느 정도 경기 출장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천은 마지막으로 “야구인으로서 후배들이 바라는 바가 다 이뤄졌으면 좋겠다”면서 “어떤 선택을 하든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선택 이전에 충분히 알아보고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반면 코리아팀 측은 이 같은 주장에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선수 급여 문제에 대해 “급여를 제외한 대부분의 편의를 제공한다. 숙식은 물론 훈련장까지의 교통, 유니폼, 배트 등 일부 용품까지도 제공할 예정이다. 호주 리그 급여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비용이 든다”면서 “소액의 급여를 주는 것보다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보장해 주는 편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당당하게 밝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BL 구단의 선수 처우에 대해 “여전히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구단과의 계약을 통한 위탁 연수 개념이 아니고서는 ABL 구단이 선수에게 숙소까지 제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훈련장과 숙소를 오가는 이동 비용도 그렇고 구단에서 지급하는 급여만으로는 호주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혜천의 비자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정식 스포츠 비자를 발급할 계획이다. 야구 선수로서 활약을 하는 데 제약이 없다. 비자를 발급해주며 우리가 선수로부터 비용을 받을 계획도 없다”고 했다.
이들은 겨울철에도 팬들에게 야구 콘텐츠를 제공하고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주려는 팀의 창단 배경을 강조했다. 이어 “현재 회사입장에선 비용만 들어가고 있는 프로젝트다. ABL은 카메라 3대로 아마추어 수준의 중계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우리가 직접 장비와 인원을 투입해 중계를 할 예정이다. 오히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코리아팀 측은 KBO 구단의 위탁 육성도 언급했다. 이들은 “구단에서 위탁을 바라는 경우에는 KBO 및 구단과 협의 하에 정식 절차에 따라 선수단으로 합류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호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항이다.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NPB)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스는 위탁 계약을 맺고 젊은 유망주들을 ABL 멜버른 에이시스에서 경험을 쌓게 했다.
이혜천은 마지막으로 “야구인으로서 후배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어떤 선택을 하든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선택 이전에 충분히 알아보고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