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희정 전 지사와 수행비서 김지은 씨 간 성폭행 혐의 5차 공판에서 아내 민주원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13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 성폭행 혐의 5차 공판에 아내 민주원 씨가 피고인(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인 김 씨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증인으로 출석한 민 씨는 안 전 지사와 고려대학교 83학번 동기로 대학 1학년 때부터 교제를 시작해 1989년 결혼했다. 30년 넘게 안 전 지사를 헌신적으로 보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두사람을 부부이자 ‘정치적 동지’로 불리기도 했다.
민 씨는 “지난해 7월 말 김 씨가 수행 업무를 위해 아침에 피고인을 모시러 올 때 ‘지사님’이라고 부르면서 달려오는 모습을 처음 본 적이 있는데, 홍조 띤 얼굴이 마치 오랜만에 애인을 만나는 여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민 씨는 “여자들은 직감이라는 게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고, 매우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사실관계 위주로 진술해달라며, 감정적인 평가는 자제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 연합뉴스.
이후 민 씨의 진술 대부분은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했다는 진술이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단도 이날 민 씨 증인신문을 통해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이성적으로 좋아했다는 걸 드러내 검찰 측이 주장하는 ‘위력에 의한 성관계’가 사실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전 지사는 증인 진술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한편, 지난주 4·5차 공판에서 안 전 지사 측이 신청한 증인들의 진술이 이어지면서 피해자 김 씨 측은 “일방적인 언론 보도로 김씨가 2차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소사실의 중요 증거나 진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언론이 피고인 측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만 과장·왜곡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공개된 증인 진술 가운데 다소 자극적이거나 감정적인 소재가 언론에 비춰지고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선 지적되고 있다. 성폭력피해단체 역시 2차 피해를 강력히 규탄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와 수행비서 김지은 씨 간의 성폭행 혐의 재판이 양 측간의 위계에 위한 강제성 진위를 놓고 극으로 치닫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