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은 둥글다. 세계 1위 독일이 우리에게 2-0으로 무너지기도 하고, 쟁쟁한 스타들이 힘을 쓰지 못하기도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쫓아 집중력을 놓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며 공을 다루는 선수들을 보면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게 된다.
축구는 역동적이다. 내가 갖지 못한 역동성과 동물적인 감각, 그 감각으로만 다가갈 수 있는 집중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매력적인 스포츠다. 열심히 사는 당신이 바로 국가, 라는 말이 월드컵 무대에서는 정말 실감난다.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바로 국가다. 음바페는 프랑스고, 네이마르는 브라질이다. 메시는 아르헨티나고, 호날두는 포르투갈이며, 아름다운 울보 손흥민은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열광하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우리 속에 있는 줄 몰랐던 공격적인 본능을 보며, 거기서 기원하는 환희와, 안타까움, 그리고 헛헛함까지, 우리 안의 감정들을 숨김없이 정직하게 다 드러낸다. 자아팽창이 이렇게 쉽게 일어나는 곳이 있을까. 또 자아팽창이 이렇게 위험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 그 점에서 월드컵은 그 자체가 일종의 축제의 장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발견한 선수가 있다. 바로 검은 피부가 유난히 건강해 보이는 프랑스의 젊은 공격수 음바페다. 카메룬 출신 아버지를 둔 19살 축구 샛별! 그는 ‘프랑스’다. 20년 전 알제리 이민자의 아들 지단이 프랑스였던 것과 같다. 올해 월드컵에 출전한 프랑스 대표팀 23명 중 15명이 아프리카 출신이고, 17명이 이민자 가정의 아들이라 한다. 어쩌면 그것이 월드컵 4강이 유럽축구가 된 이유이기도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프랑스다. 그들과 함께 프랑스 국민들이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앙리는? 프랑스의 공격수로서 한때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줬던 앙리가 벨기에 코치가 되어 프랑스와 싸운 것은? 아프리카 출신인 것 같은 움티티의 골로 1-0으로 지고 앙리가 프랑스 선수들과 인사하는 모습은 묘하게 감동적이었다. 거기서 나는 국가 개념이 변하고 있는 현장을 본 것 같았다. 더 이상 철통 같은 국가, 변하지 않는 절대선으로서의 국가가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사람 따라 변하는 국가, 사람이 국가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낯설지만 그래도 익혀야 할 것 같다. 열심히 일한 우리가, 당신이 바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주향 수원대 교수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