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쿠딩 COO. 글로벌 패션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꿈꾸는 ‘쿠딩’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크로스보더 플랫폼 ‘쿠딩’(KOODING)은 한국 문화로 한국 의류, 미용, 화장품에 친숙해진 전 세계인을 노린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한국으로 배송받는 직구가 아닌, 외국 소비자가 한국 물건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크로스보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한국 의류, 한국 스타일 브랜드를 사서 입고 싶지만 배송비가 너무 비싸거나 공인인증서 등 구매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구매할 수 없었던 소비자들을 노린다.
특히 주 타깃이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미국이다. 공동대표들이 미국 대학에서 유학 중 만나 결성한 회사답게 미국에서 불편하고 어려웠던 점, 반면 미국 스타트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도전했다. 국내보다 넓은 시장에서 한국 상품 인기, 틈새 공략 등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일요신문’은 두꺼운 미국 문을 두드리고 있는 김영일 쿠딩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났다. 그는 “쿠딩을 통하면 영어나 해외 마케팅을 몰라도 전세계 90개국으로 수출 및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동대표가 세 명이다. 어떻게 만나게 됐나.
“2014년도 쯤 셋 다 전공이 달라서 세 명이 합치면 온라인 쪽에서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나를 제외한 류정빈 CEO, 류성빈 CTO 두 명은 쌍둥이 형제다. 나 혼자였다면 시작 못했을 거다. 셋 다 전공이 다르다. 나는 오퍼레이션매니지먼트, 류정빈 CEO는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류성빈 CTO는 컴퓨터 사이언스가 전공이다.”
―어떻게 처음 한국 의류를 해외에 판매하게 됐나.
“유학 시절 미국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산 기억이 없었다. 사이즈도 안 맞고, 가격도 엄청 비쌌고 그렇다고 디자인이 예쁘거나 ‘핏’이 맞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 어렵게 한국에서 높은 해외 배송비를 지불하고 사더라도 안 맞고 반품을 못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 문제점을 나만 가지고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특히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보니 외국인 친구들도 관심을 많이 가졌다. 한국에서 산 옷을 입고 수업을 가면 꼭 묻는 친구들도 한두 명씩 있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만든 서비스를 자세히 설명해 본다면.
“쿠딩은 여러 브랜드가 입점한 일종의 오픈마켓이다. 쿠딩에 접속한 미국인 등 해외 고객들은 한 번에 여러가지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다. 만약 쿠딩이 없었다면 브랜드마다 들어가서 결제하고 배송비를 따로 내야 한다. 그럼 해외배송이다 보니 배송비만 10만 원은 쉽게 넘는다. 옷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든다. 쿠딩에서는 고객이 구매를 하면 브랜드 별로 발주를 해서 브랜드에서 그 상품들만 쿠딩 물류센터로 넣는다. 보통 고객은 한 브랜드에서 주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소 3~4개 브랜드를 섞어서 주문을 넣으면 각 브랜드가 입고될 때마다 하나의 패키지에 넣어 모든 상품이 도착하면 배송을 시작한다. 해외배송에서는 UPS를 쓰기 때문에 미국까지 2~3일이면 도착할 수 있다. 50달러 이상이면 쿠딩에서 부담해 무료 배송까지 하기 때문에 해외 고객 입장에서는 국내 배송처럼 접근 할 수 있다.”
―처음 입점 브랜드는 어떻게 모았나.
“당시 세 명 다 직업이 있었다. 그래서 매일밤 아이디어를 짜고 초반 플랫폼 작업을 하면서 휴가를 쓰며 한국에 들어가 브랜드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3개 브랜드로 시작했다. 플랫폼이 미완성인 상황에서도 브랜드를 찾아가 아이디어만으로 같이 하겠냐는 말에 고맙게도 OK해줬다. 3개의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사이트 구축을 시작했다.”
쿠딩의 공동대표 세 명. 왼쪽부터 류정빈 최고경영자(CEO), 류성빈 최고기술책임자(CTO), 김영일 최고운영책임자(COO).
―입점을 꺼리는 브랜드도 있나.
“만약 우리가 일반적 오픈마켓이었다면 기존에 관리하던 오픈마켓에다 별도의 추가적인 업로드가 필요해 꺼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추가적으로 업로드할 ‘쿠딩 팀’을 꾸려야 한다. 그래야 쿠딩에 물건도 올리고 배송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쿠딩은 브랜드가 자사몰인지 오픈마켓인지 상관 없다. 콘텐츠를 올려 놓은 사이트만 있다면 된다. 브랜드 쪽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자체 개발한 자동화 시스템이 자동으로 ‘쿠딩’에 상품이 올라갈 수 있게 한다. 브랜드는 하루에 한 번 쿠딩 한국 물류센터로 배송만 해주면 더 이상 할 게 없다. 브랜드에서는 아무런 비용 발생 없이 효율적인 유통망 하나를 더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브랜드 대표를 만나 이야기해보면 입점을 거부하는 경우가 없었다.”
―브랜드와 가격 협상은 어떻게 하나.
“브랜드마다 마진이 전부 달라서 협의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측에서 쿠딩에 도매가로 제공을 하면 그 가격을 검토해 우리가 마진을 붙인 소매가를 판단해 결정한다. 상품 퀄리티에 비해 소매가가 너무 높다고 보면 공급가 조정도 조금씩 하고 있다.”
―여러 브랜드에서 받아오기 때문에 환불이 힘들진 않나.
“온라인 의류 업계 평균 반품률이 35%라고 하는데 해외 판매를 하기 때문인지 쿠딩 반품률은 5%가 안 돼 높지 않다. 환불은 브랜드마다 조율이 다르긴 한데 고객 변심에 의한 환불 대부분은 쿠딩이 재고를 가져온다.”
―자동화를 추진한 배경은 뭔가.
“한국 브랜드 특성상 페이지에 상당한 양의 사진이 올라가 있다. 이 사진들을 수동으로 다운을 받고 사용될 사진 선별 그리고 크로핑(사진 크기 조절)을 해야 된다. 물건의 대한 정보도 변환해 올린다. 그러다보면 초기 4명이서 작업하면 1사람 당 15~20개밖에 못 올렸다. 계속 똑같은 작업을 하는데 하루 상품이 100개도 안 올라간다. 초기 입점했던 3개 브랜드 직원을 다 합치면 200~300명 될텐데 4명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신상품도 올려줘야 하고 발주도 하고 CS도 하고 배송도 하려면 답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자동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브랜드가 10개, 50개, 100가 돼도 진행이 가능하고, 인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될 수 없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해 바로 솔루션 개발에 들어갔다.”
―어떻게 해결했나.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이 있다. 예전에 일일이 사진들을 다운받았다면 지금은 자동으로 사진, 상품 이름, 가격, 사이즈 정보, 컬러 옵션을, 상세 정보를 받게 된다. 거기에 자동 변환까지 이뤄진다. 예전에 한 사람이 하루에 20개 정도밖에 못하던 걸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하루에 2000개 이상 할 수 있다.”
―엄청난 변화다.
“지금 브랜드가 70개 입점했는데 옵션 제외하고 상품 개수가 5만 개 이상된다. 상품 관리하는 직원 3명이 다 할 수 있다. 품절이 나도 자동으로 관리된다. 브랜드 홈페이지마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몇 개가 해당 홈페이지에서 품절이 됐는지 찾아 쿠딩 사이트에 반영한다. 브랜드 자체에서 재고 관리만 잘 되면 실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빠르게 반영되게 만들어 놨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개발해도 완벽하게 쓸 수 없는 게 한국 의류 쇼핑몰이 재고 관리가 100% 안 된다. 예외 없이 한국 의류 쇼핑몰이 재고 관리에 약하다. 큰 기업, 대형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국내 의류사이트의 재고 관리 문제가 심각한가.
“브랜드 측도 그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른다. 홈페이지에는 올라가 있는데 발주를 넣으면 공장 문제로 품절이라고 피드백이 온다. 그럼 최소한 그 사이트에서는 상품을 내려야 하는데 그대로 둔다. 처음에 ‘우리한테 일부러 그러나’ 싶어서 개인으로 그 옷을 주문하면 그때서야 품절이라고 전화 온다. 주먹구구식이 너무 많다. 하나 있으면 올리고 없으면 또 내렸다가, 반품 들어오면 올리는 식이다. 미래에는 우리가 통합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제공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통합 ERP를 제공하면 브랜드의 재고 관리도 잘 되고 품절 이슈도 줄어들어 국내 매출도 올라갈 수 있다. 원하는 방향이지만 실제로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매출 성장률은 어떤가.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말까지는 거의 매달 10% 성장했다. 지금은 숫자가 올라오다 보니 그 정도 폭발적 성장은 안 된다. 2018년에는 저희가 예상하는 연매출은 한 120억 원에서 150억 원 정도다.”
글로벌 패션 크로스보더 플랫폼 ‘쿠딩’. 쿠딩은 역직구를 통해 미국을 주축으로 전 세계에 한국 패션, 뷰티 상품을 팔고 있다.
―같은 제품을 보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반응이 비슷한가 다른가.
“패턴은 많이 다르다. 나라마다도 다르다. 예를 들어 중국 고객은 화려하고 빨간색이 들어가면 더 좋아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무조건 좋아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뷰티는 워낙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냥 믿고 살 정도다. 아직 패션은 뷰티 정도 수준은 아니다.”
―고객의 나라별 비율은 어떻게 되나.
“판매되는 나라를 개수로 따지면 한 90개국 이상으로 배송하고 있다. 미국이 60% 정도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 유럽쪽 합쳐서 10~15%,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가 역시 10~15% 정도다.”
―판매 비율에서 중국 비율이 거의 없다.
“우리는 중국을 위험 부담이 있는 시장이라 판단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나 싱가포르를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안 나왔다. 미국 외에도 확장을 계획한다면 남미다. 앞으로는 남미가 큰 시장이 될 것 같다. 남미는 이제 온라인 구매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류정빈, 류성빈 대표 형제들이 유년 시절 칠레에서 10년간 살았기 때문에 충분히 익숙한 마켓이다.”
―남미 쪽에 지사를 낼 생각도 있나.
“남미에 지사를 낼 생각이다. 그래야 남미에 들어오는 반품을 처리하고 남미에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남미 브랜드도 입점시킬 생각이다. 우리가 크로스보더 온라인 마켓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도 한국 브랜드로 미국 진출하면서 다시 미국 브랜드가 5~6곳 입점하고 있다. 미국에서 미국 브랜드가 입점하듯 남미 로컬 브랜드를 입점해 전 세계로 판매하고 소개할 생각이다. 이 방식을 위한 배송작업도 준비 중이다.”
―투자도 받을 예정인가.
“투자도 받고 싶다. 하지만 투자금에만 의존하는 일반 스타트업과 달리 수익을 창출하며 투자유치도 진행하면서 비즈니스를 계속 키워나갈 예정이다. 딱히 투자를 언제까지 받겠다고 정한 건 없다. 올해 정도 유치하면 좋겠다는 계획 정도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단기적 목표 한국 로컬 브랜드들이 쿠딩을 통해서 해외 수출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게 일차 목표다. 브랜드 개수로는 200개에서 300개 정도 입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전 세계 로컬 브랜드를 입점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앞으로 미국 브랜드 소싱을 시작하면서 미국 브랜드를 한국에 가져와 시장에서 검증하는 게 두 번째 목표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로 더 확장해 전세계에 있는 로컬 브랜드를 쿠딩에 묶는 거다.”
―종합쇼핑몰을 꿈꾸는 건가.
“종합이지만 어느 정도 콘셉트는 잡을 것 같다. 이것 저것 다 하기보다는 패션 그리고 디자인과 관련된 제품이 위주가 될 것 같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