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단 위협받는 방탄소년단·에이핑크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차트 정상을 밟으며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돋움한 방탄소년단은 끊임없는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는 9월 5일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에서 지민에게 위협을 가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 공연을 앞두고도 비슷한 협박이 있었으며, 지난 5월 컴백 직전에도 “지민을 총으로 쏘겠다”는 협박성 글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이런 협박은 해외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LA 경찰국은 방탄소년단의 현지 공연을 앞두고 이 같은 테러 위협이 나온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결국 미국 NBC 뉴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LA 경찰국은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가 살해 위협을 받은 것과 관련해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우리는 그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는 현지 경관의 인터뷰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가 해외 네티즌에 살해 위협을 받자 LA 경찰국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이핑크 역시 비슷한 위협에 시달렸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30대 한국계 미국인 남성으로 알려진 인물이 에이핑크 및 개별 멤버들이 참석하는 행사 현장 등에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식의 협박 전화를 걸고 있다.
이 남성은 지난해 11월 에이핑크의 리드싱어인 정은지가 출연하는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언터처블’ 제작발표회장으로 전화를 걸어 폭탄 테러를 예고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폭발물 수색을 벌였고, 제작발표회는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자칫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던 터라 경찰력이 동원됐고 많은 이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 외에도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남성의 계속된 협박 때문에 에이핑크는 예정된 팬 사인회를 취소하는 등 계속된 피해를 입고 있다.
#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이런 살해 및 테러 위협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따라서 실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 소속사는 경찰에 신고하는 등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경우 지난해 6월과 7월, 트와이스의 멤버 미나를 살해하고 염산테러를 가하겠다는 협박범이 등장해 아연실색했다. 이 글은 극우 성향을 가진 사이트인 ‘일간베스트’를 통해 공개됐고, 칼을 찍은 사진까지 포함돼 많은 이들을 불안감에 떨게 만들었다. 결국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곧바로 고발장을 접수했고, 소속사는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범인이 지난해 7월 검거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붙잡힌 20대 남성은 “트와이스가 일본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격분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적잖은 아이돌 가수 및 한류스타들이 크고 작은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언급된 사례처럼 공개된 경우도 있지만 SNS를 사용하는 연예인들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협박을 하거나, 각 행사장마다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그들이 스타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아도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타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언제든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폭탄 테러 협박을 받은 에이핑크. 사진=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이 때문에 각 소속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넘어가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협박의) 진위를 떠나서 멤버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최선을 다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과거에도 철저한 대비를 했고 실제로 사건은 발생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계속 상황을 주시하며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실제로 스타들을 테러한 사례는?
단순 협박을 넘어 실제로 스타들이 테러를 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 2000년에는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스토커에게 폭행을 당했다. 무려 13년 동안 김창완을 쫓아다닌 이 남성은 급기야 김창완의 집에 침입해 그의 코뼈를 부러뜨려 실형 1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에는 방송인 노홍철이 자신의 집 앞에서 정신 분열증 환자에게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했다. 전신 타박상에 갈비뼈 골절 등 전치 5주의 중상을 입은 노홍철이 당시 이 남성을 다독이는 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돼 그의 기지에 새삼 주목받기도 했다.
특히 극성팬이 많은 아이돌 가수들을 향한 협박은 부지기수다. 지난 1999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던 HOT의 문희준과 열애설이 난 베이비복스 멤버 간미연에게 면도칼이 동봉된 협박편지가 전달된 것이 대표적이다. 2006년에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20대 여성이 준 강력접착제가 섞인 음료수를 마시고 쓰러져 급히 응급실 옮겨 치료를 받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이에 앞서 그룹 god 역시 락스로 추정되는 세척제를 넣은 음료수를 전달받았고 god 멤버인 윤계상의 어머니가 모른 채 마셨다가 구토증세를 보여 위세척을 받은 적이 있다.
해외의 경우 더 극단적이다. 총기 소지가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비틀스의 존 레넌, 래퍼인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와 투팍, 헤비메탈 기타리스트 다임백 대덜 등이 총에 맞아 숨졌다. 이런 사례들 때문에 외국의 경우 특정 스타를 향한 살해 협박이 등장하면 더욱 민감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