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또 한국에 왔다. 25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을 소개하기 위해 전세기를 타고 15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그는 17일까지 2박 3일 동안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연일 푹푹 찌는 폭염도 문제될 건 없었다. 관객과 일일이 손잡고 인사하는 레드카펫을 두 시간 가까이 소화했고, 무대인사에도 나섰다. 바쁜 시간 쪼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촬영까지 했다. 자신이 기획, 제작해 주연까지 맡은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어김없이 내한해 한국 관객에 작품을 소개하는 행보가 이번에도 이어졌다.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영화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 주연 배우인 톰 크루즈, 헨리 카빌, 사이먼 페그,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은 톰크루즈가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사진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 매번 ‘목숨’ 건 액션
톰 크루즈에게는 한국에서만 통하는 여러 개의 별명이 있다. 내한 때마다 보여주는 친근한 행보 덕분에 붙은 ‘친절한 톰 아저씨’가 대표적이다. 최다 내한 기록을 더하면서 최근에는 ‘프로 내한러’로도 불린다. 일단 시작했다 하면 2시간 동안 레드카펫에 머무는 팬서비스로 인해 ‘레드카펫 장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할리우드에서도 톱클래스에 속하는 그가 한국과 인연을 본격적으로 맺기 시작한 계기는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명 발키리’부터다. 작품을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당시 레드카펫 행사를 무려 2시간 동안 소화해 화제를 뿌렸다. 자신을 보려고 몰려든 팬들을 손수 부축해주는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퍼지면서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별명이 처음 붙었다.
자신을 향한 팬들의 열렬한 반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그때부터 자주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스타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레드카펫 내한 행사를 열기도 그가 처음이다. 톰 크루즈에 이어 내한 횟수가 두 번째로 많은 스타는 5번 한국에 온 휴 잭맨. 그 역시 적은 방문횟수는 아니지만 톰 크루즈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1962년생으로 올해 56세인 톰 크루즈는 20대 때부터 갈고닦은 액션 실력을 지금도 발휘하고 있다. 스턴트맨이나 컴퓨터그래픽의 도움도 없이, 때때로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난이도가 상당한 액션연기를 소화하고 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대역의 도움도 받지 않는다. 소신을 지키는 이유는 그만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내한 기자회견에서 만난 톰 크루즈는 “포유!(FOR YOU)”라고 밝혔다. 관객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배우가 되기 전에도, 세계적인 스타가 된 지금도 “평생 영화를 만들면서 매일 촬영장에 나가고 싶다”는 그는 “오직 관객을 위해 열심히 영화를 만들 뿐”이라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 월드타워에서 진행한 ‘미션 임파서블:폴아웃’ 레드카펫 및 무대인사.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1996년 출발한 ‘미션 임파서블’은 톰 크루즈로 상징되는 인기 첩보액션 시리즈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폴아웃’까지 22년 동안 총 6편이 제작됐고 시리즈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세계적인 흥행에도 성공했다. 특히 최근 나온 4, 5편은 이야기나 캐릭터 그리고 액션 완성도에 있어서 깊이를 더해 호평 받았다. 톰 크루즈는 1편의 프로듀서로 참여해 지금은 제작까지 맡고 있다. 22년 동안 시리즈가 지속된 배경을 두고 톰 크루즈는 “그 비결은 팬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는 관객이 만족하도록 언제나 혼신을 다하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내한 프로모션에 함께 나선 또 다른 주인공 헨리 카빌과 사이먼 페그 그리고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시리즈 인기 비결을 두고 이구동성 “톰”이라고 꼽았다. 국내 관객에는 ‘맨 오브 스틸’ 시리즈의 슈퍼맨으로 잘 알려진 헨리 카빌은 “톰은 매번 목숨을 걸고 있다”고 했고, 2006년 시리즈 3편부터 참여한 사이먼 페그는 “말도 안 되는, 위험한 장면을 톰이 이뤄내면서 우리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강해지는 액션 장면은 이번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스파이기관 IMF의 최고 요원 에단 헌트(톰 크루즈 분)는 테러 조직을 막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한다. 자신의 편이라고 믿었던 CIA의 견제까지 받는다. 악화되는 상황처럼 극적인 액션 장면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톰 크루즈가 직접 헬기를 몰면서 펼치는 극한의 항공 추락 액션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그동안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해 이륙하는 항공기 외벽에 붙은 ‘항공액션’부터 두바이 최고층 빌딩에 매달려 펼친 ‘고공액션’ 장면까지 그야말로 ‘목숨 건 액션’을 모두 직접 소화했다. 체력과 관련 기술,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한 이 과정을 전부 직접 맡는 데는 그만의 신념이 작용한다.
“관객이 실제처럼 느끼는 리얼한 액션을 추구한다. 이번 헬기 장면만 해도 내가 직접 운전하면서 카메라 앵글을 계산하고, 그 와중에 연기까지 했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 심층적인 준비와 논의를 거쳤다.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관객을 위해 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일이니까 말이다.”
‘미션 임파서블:폴아웃’ 홍보 스틸 컷
# “90살 돼서도 하고 싶은 액션”
에너지가 넘치는 톰 크루즈는 활동을 줄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언제까지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고민 없이 “영원히, 할 수 있을 만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맥쿼리 감독은 “톰은 90살이 되어서도 휠체어 타고 찍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다. 실제로 톰 크루즈는 이번 촬영 때 고층 건물 사이를 뛰다 무릎 골절상을 입었다. “벽에 부딪힌 순간 뼈가 부러진 걸 느꼈지만 그때 ‘감독에게 뭐라고 말하지?’ ‘오늘 촬영은 어쩌지?’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고 했지만 정작 다음에 꺼내는 말에서는 또 다른 열정이 묻어난다.
“사실 대역 없이 모든 액션을 하겠다는 약속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액션을 할 때야말로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친다. 한 편의 시리즈가 20년 넘도록 유지되는 데 있어서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업계 최고의 사람들이 모여, 매일매일 관객 하나만 생각하는 작업. 바로 그게 내가 원하는 꿈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