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대교. 1985년 한국이 지은 14.5km의 다리다.
[일요신문] 바다 위 긴긴 다리를 건너갑니다. 페낭대교입니다. 빗방울이 자동차 앞유리창을 후두둑 때립니다. 다리는 안개에 젖어 바다와 함께 온통 회색빛입니다. 페낭(Penang)은 크디큰 섬이지만 이 대교를 놓으며 말레이 반도와 연결되었습니다. 33년 전 한국의 현대건설이 만들었습니다. 총길이 14.5km, 바다 위 구간만도 8.5km나 됩니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에겐 지금도 통합과 경제발전의 상징입니다. 다리 중앙의 주탑은 말라카 해협을 오가는 선박들을 위해 사장교로 지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 다리가 개통하던 1985년. 당시 이 나라 마하티르 총리가 승용차로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가 이번 5월 대선에서 야당연합으로 나와 다시 총리가 되었습니다.
페낭 시내의 빌딩과 아파트들.
페낭대교는 건설 입찰 당시, 프랑스가 따낸 공사였지만 공사기간을 프랑스보다 6개월 단축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뤄졌습니다. 실제로는 더 빨리 끝났습니다. 당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설물은 한국서 만들어서 실어오도록 해서 이 나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빨리빨리 문화. 이것이 우리의 성장동력이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얀마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이 문화가 잘 안 통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느립니다. 시간과 속도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양곤과 달라섬을 잇는 우정의 다리를 한국이 추진 중이지만, 몇 년이 지나도 아직 착공을 하지 못해 애를 태웁니다. 페낭대교를 건너며 양곤 항구를 건너 달라섬으로 가는 우정의 다리를 생각합니다.
조지타운 거리의 벽화들. 자전거 등 철제 오브제를 사용하여 실제처럼 느끼게 한다.
현대식 건물들과 아파트가 늘어나는 페낭. 그럼에도 관광객을 유혹하는 3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바투페링기 해변지역의 최고급 휴양 리조트들입니다. 또 하나는 고유의 음식들입니다. 아쌈락사, 간장볶음국수, 해산물 요리들입니다. 아쌈락사는 면과 야채와 고등어가 들어가는 매콤하고 시원한 맛으로 페낭의 명물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거리 예술가들이 남긴 ‘벽화의 거리’입니다. 바랜 담벽들과 골목에 그려진 벽화와 철제 오브제들. 리투아니아 출신 화가 어니스트 자카레빅(Ernest Zacharevic)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의 작업은 이 거리를 예술마을 차원으로 끌어올려 전세계인의 시선을 받게 했습니다. 마을은 현실로 착각할 듯한 벽화와 고풍스러움으로 가득합니다. 좁은 골목마다 중국계 상점들이 빼곡합니다.
페낭 바투페링기 해변의 풍경(위)과 해변지역 리조트의 식당.
이제 페낭대교를 건너고 저 멀리 말레이시아 서북부 스버랑 프라이가 보입니다. 그곳에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잿빛 바다는 여전히 고요하고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33년 전 이 다리를 건넜던 총리가 다시 총리가 된 이 나라를 생각합니다. 다리는 연결과 소통의 상징입니다. 정치는 곧 국민들 간의 다리이기에 오늘 지나는 페낭대교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