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서 열린 제1회 알바데이 ‘알바도 노동자다’ 풍경. 연합뉴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가맹본사에 지급하는 가맹수수료 인하와 근접출점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정부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 및 세금에 대한 카드수수료 분담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을과 을의 전쟁이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며 “정부와 본사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편의점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24시간 영업해야 하는 편의점 특성상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가맹본점은 높은 수수료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방관하고 있다.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성수기였던 지난 6월 약 630만 원의 이익을 냈으나 본사에서 떼어간 것이 360만 원이었다”며 “남은 돈에서 (아르바이트생) 임금을 지불하고 나면 점주의 시급은 2000~3000원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본사에서 떼어가는 가맹수수료가 조절되지 않으면 정말로 ‘병과 정의 싸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점주의 설명에 따르면 출점 계약 당시 점주의 초기 투자금에 따라 계약유형이 달라지지만, 다수의 경우 본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점주의 이익보다 많다.
더욱이 본사가 출점 희망자에게 예상 매출액을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아 실제 운영 시 매출과 본사 정보의 차이가 큰 경우도 많다. 본사에서 출점 희망자에게 출점 지역의 매출이 아닌 전국 평균 매출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 또 교통카드 충전이나 담배 판매 등 실제 이익이 5%도 나지 않는 서비스 매출과 일반 매출을 합산해 알려주기 때문에 점주 입장에서는 운영을 통해 나오는 정확한 이익을 알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만약 하루 매출이 일반 매출 100만 원, 서비스 매출 30만 원이라면 130만 원으로 표시되지만 점주의 실제 매출은 1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라 상충된다는 것.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인건비 상승을 점주 이익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2월 리포트 ‘편의점 업계, 성장 한계 상황인가?’를 통해 “점주에 배분되는 이익 규모는 2017년까지는 월 기준 약 350만 원을 상회하여 왔으나 2018년 이후부터는 하락 추세로 전환돼 2019년부터는 300만 원을 하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2020년까지 시간당 1만 원으로 빠르게 상승할 경우 인건비 관련 지급액은 2017년 260만 원에서 2018년 300만 원, 2019년 350만 원, 2020년 400만 원으로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 362만 원이던 점주 이익은 2020년 262만 원으로 줄어드는 반면, 651만 원이던 인건비 등 비용은 2020년 858만 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본사가 받는 가맹수수료 또한 2016년 434만 원에서 2020년 473만 원으로 증가한다.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가맹수수료는 증가하지만, 점주가 가져가는 이익은 줄어드는 것.
점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며 “200개 대형 가맹본부와 거래하는 1만 2000개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진행해 가맹시장법 위반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주부터 외식업편의점 6개 분야 81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 지난 17일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본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예상매출액 정보 과장 제공 및 광고판촉비용 전가 행위, 불필요한 물품 구입 강제 행위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지난 18일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씨스페이스, 미니스톱 등 편의점 6개사와 간담회를 열고 가맹점주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가맹 본사에만 압박을 가하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가맹본부 역할론 등장의 배경에는 정부의 ‘폭탄 돌리기’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한 관계자는 “점주들은 최저임금을 반대하거나 가맹본사가 흑자를 본다는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한쪽에만 짐을 지우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가 있을 것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지원책이나 대응 방안을 마련해놓지 않았다”며 “가맹본사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관계자는 “공정위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산업부가 간담회를 가진 것은 점주들의 어려움이나 업계 현실을 확인하는 취지였다고 본다”면서도 “일련의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적인 부분을 가맹본사에 요구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최저임금 상승 후폭풍…정부 발걸음 어디로?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부가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먼저 정부는 올해 최초 시행된 일자리안정자금을 내년에도 집행하고, 근로장려세제를 개편키로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일자리안정자금은 3조 원 한도 범위 내에서 일부 조정하더라도 계속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을 완화하고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한 지원 사업이다. 30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주에 지원하며, 월 보수 190만 원 미만의 상용노동자에 월 13만 원을 지급한다. 근로장려세제 확대는 1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에 포함됐다. 김 부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고 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를 대폭 강화하겠다”며 “근로장려금 지급 총액을 당초 1조 2000억 원 수준에서 3조 8000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앞서 일자리안정자금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축소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일자리안정자금 확대와 관련해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지금 같은 일자리안정자금 방식은 한시적으로 하는데 ‘한시’를 정하는 중요 고려 요인은 그것이 끝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근로장려세제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