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개발 선도하는 현대차, 판매량은 지난 5년간 890여대 불과 ‘민망한 수준’
-미래성장동력 잃는다 우려에 “전기차 판매량 세계 상위권, 수소차 장기적 접근”
‘일요신문’은 세계 최초로 수소차 충전소를 세우고, 친환경 차량을 적극 장려하는 등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덴마크 현지를 직접 찾아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어봤다. 그렇다면 수소차를 미래 먹거리로 주목한 현대차의 수소차 시장 현황과 전망은 어떨까.
현대자동차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NEXO)’. 사진=현대자동차
덴마크 정부와 코펜하겐 시 측에서는 당분간은 수소차보다는 전기차가 친환경차량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등 독일과 미국 자동차 기업들도 아직까지는 수소차보다는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국내 최고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기아차는 수소차 개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역시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만약 전기차와 수소차 중 하나를 고르라면 한번 충전으로 일주일을 주행할 수 있는 수소차를 타겠다”고 말하며 수소차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또한 현대차가 지난 13일 내놓은 ‘2018 지속가능 보고서’에도 앞으로 기업의 환경책임과 커넥티드 카 개발, 친환경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수소차를 라인업에 함께 포함했다. 실제 현대차는 혼다·도요타 등 일본 기업과 함께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 수소차는 미국 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미국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물론 민간 사업자들의 수소차 충전소 보급 등 인프라 구축이 활발해 ‘수소차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불린다.
미국 친환경차 전문매체 ‘하이브리드카즈닷컴’에 따르면 현대차의 수소차 투싼ix는 지난달 판매량 ‘0’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도 36대 판매에 그쳤다. 전년 동기 20대보다는 16대 더 판 실적이지만, 경쟁사인 도요타 미라이가 743대, 혼다 클라리티가 616대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초라한 성적표다. 투싼ix는 ‘세계 최초 양산 수소차’다.
업계에서는 투싼ix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미라이나 클라리티에 비해 1회 충전 주행거리 등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내달 차세대 수소차 넥쏘의 생산시설 설비가 마무리돼 오는 10월 중 공식 출시가 가능하다”며 “진짜 경쟁은 이때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쏘 신모델은 1회 충전으로 609㎞까지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라이(502㎞)보다 100여㎞ 더 달릴 수 있는 현존하는 수소차 중 최장거리 수준의 항속거리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시청에 친환경 차량을 담당하는 기술·환경관리 도시운영과의 데이비드 마크 구레위시 씨 역시 “현대차가 수소차 중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은 차다. 현대차에서 나오는 신 모델 넥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코펜하겐 시청은 현재 현대차에서 나온 수소차 17대를 관용차로 구입해 사용 중이다.
앞서 현대차는 넥쏘를 지난 3월 국내에 먼저 선보였다. 넥쏘는 출시 이후 상반기 누적 179대를 기록, 전년 동기 20여 대에 그쳤던 수소차 판매량을 크게 끌어 올렸다. 그럼에도 수소차 판매량은 여전히 전기차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판매 현황에 대해 정확한 기록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외 및 국내 시장에서의 수소차 판매량이 무척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는 1세대 수소차 투싼ix를 출시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약 890대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 차 중 민간에 보급된 수소차는 한 대도 없다고 한다.
현대차는 오는 2022년까지 수소차 누계 기준 1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남은 5년 동안 매년 누계 판매량의 두 배가 넘는 1820여 대를 팔아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국내 1위 자동차 기업이 미래 먹거리라고 점찍은 사업의 성과치고는 민망한 수치다.
이에 수소차 개발에 매달려 있다가는 자칫 현대차가 미래 성장 동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일각에서 현대차가 전기차 사업은 소홀히 하고 수소차에 올인한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 코나EV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상위권에 꼽히고 있다. 외국 유수의 브랜드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앞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차의 경우 현대차가 궁극적으로 친환경 차량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현재 친환경 차량 정책을 하이브리드 차량, 전기차, 수소차 3트랙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의 친환경차인 ‘차세대 수소전기차’ 미디어 설명회. 현대차에서 3트랙의 친환경차 개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그러면서도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차가 선도적으로 수소차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면서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 도요타가 미라이를 내놓고 정부 지원을 받으며 판매량이 늘었다. 이러다 도요타 등 다른 기업에 시장선점 효과를 뺏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수소 시대 대비를 위해 세계 완성차 업계는 합종연횡을 활발히 이루고 있다. 수소차를 가장 먼저 양산한 현대차는 지난달 세계 1위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과 수소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소차에 적용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 생산할 계획이다. 도요타 역시 BMW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고, 닛산과 포드-다임러 역시 제휴 관계를 맺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국내 수소차 충전소는 단 12곳…민간 충전소는 6곳에 불과 친환경 차량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 덴마크에서도 수소차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수소차 충전소 등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덴마크 에너지청에 따르면 전기차를 위한 충전소는 전국에 2000여 곳인데 비해, 수소차 충전소는 단 10곳에 불과했다. 코펜하겐 시청 관용차로 사용되는 현대차 수소차 투싼ix와 코펜하겐의 수소차 충전소. 민웅기 기자 한국의 수소차 인프라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수소 충전소는 총 12곳이지만, 이중 절반인 6곳은 연구시설이라 민간 수소 충전소는 6곳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을 현대차 노조 역시 지적한 바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총 9600억여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현대차 노조는 “수소전기차 ‘넥쏘’의 수소충전소 286곳(1개소 당 35억 원 추산시)을 신설할 수 있는 엄청난 비용인데, 회사는 먹거리 마련을 위한 미래 투자개발과 인프라 구축은 하지 않고 외국계 투자전문사 우호지분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자사주 소각 결정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은 별개의 문제다. 충전소 구축은 현대차가 그동안 해온 사업 분야도 아닌데 어떻게 갑자기 나설 수 있겠느냐”며 “수소 충전소 설립을 민간기업이 주도로 하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 외국의 사례처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소차 인프라에 대한 정부 지원을 ‘재벌기업 특혜’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차를 비롯해 에너지 인프라에는 SK가스, 효성 등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 그럼에도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 등 녹색성장 정책을 위해서는 정부가 친환경 차량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전기차든 수소차든 친환경 차량은 인프라와 국가 보조금이 핵심이다. 전기차도 보조금이 없다면, 화석연료 차량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인프라도 열악한데 누가 구매하려고 하겠느냐”며 “수소차도 국가에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느냐가 성장의 핵심 관건이다”라고 귀띔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