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가슴에 명찰을 착용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개발자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경기도청공무원노조는 “경기도청은 광역단체로 대민업무보다 정책업무를 주로 수행하기 때문에 명찰 패용이 불필요하고 기존 공무원증 이외 신규명찰 제작 시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명찰 패용 지시에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의 반발에 이재명 지사는 “공직자의 시각이 아니라 주권자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자기가 누군지 투명하게 드러나면 조심하고 겸손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나온다”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정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경기도청 3개 노조는 16일 공동성명에서 “명찰 패용 문제는 이 지사가 직원들과 사전 소통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이 문제였다”면서 여전히 대립각을 세웠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언론에 의해 기사화되면서 도민들이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접속해 항의성 댓글을 게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시물의 내용은 명찰 패용에 찬성하는 내용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명찰 패용을 거부한 노조를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 그간 공무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와 서비스 정신 부재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명찰 패용 관련한 기사에서도 “공무원들의 오만함도 의원이란 자들 못지않다. 공무원들의 기강을 바로잡아 경기도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해야 한다”(choi****), “명찰을 달면 행동이 더 신중해지고 좀 더 책임도 생기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공무원증을 모든 공무원이 언제나 목에 걸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명찰 패용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본다” (RoyW***)는 댓글이 달리며 이재명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경기도 공무원들도 명찰 패용에 대해 “노조가 이렇게까지 반발할 일인가” 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임기 초 단체장과 공무원노조 간 힘겨루기 양상은 으레 있었지만 명찰 같은 사소한 일로 대립하는 건 민망하다”면서 “정책이나 인사 같은 쪽이면 모르겠지만 명찰을 다느냐 마느냐 하는 일로 싸우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도청공무원노조는 민선 6기까지 단체장의 부적절한 인사나 정책이 있을 때마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도민의 신망을 얻어왔다. 최근에도 도청 내의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자 피해자 신고 접수처 설치를 논의하는 등 보편적 인권 보호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명찰 논란’으로 그동안 쌓아온 노조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임 도지사가 정책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기에 노조가 사소한 문제로 발목잡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한 도민은 “무엇이 보다 도민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면서 “그동안 도정의 파트너이자 한 축이었던 노조가 왜 명찰을 갖고 트집을 잡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도민은 “일부 언론이 명찰 기사만 여러 개를 쓰고 있는데 지사와 노조를 반목시켜 경기도정 전체를 흠집 내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도지사와 노조에게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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