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메이저리거들 가운데 트레이드 소문이 나도는 선수는 오승환(36·토론토 블루제이스),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 류현진(31·LA 다저스)이다. ‘일요신문’에서는 이들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선수가 있는지, 그리고 선수의 반응을 취재했다.
# 이적 확률 가장 높은 오승환
세 명의 선수들 가운데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오승환이다. 오승환이 속한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전반기 동안 43승 52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에 머물러 있다. 와일드카드 진출권과는 14경기 차. 올해의 ‘가을 야구’는 물 건너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토론토가 대대적인 선수 판매를 통해 리빌딩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주축 선수들의 트레이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승환은 중간 계투로서의 가치가 높고 몸값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오승환은 올 시즌 전반기 동안 45경기에 나와 44⅔이닝 4승3패 11홀드 2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했다.
지난 18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취재 중인 한 캐나다 지역 언론 기자는 오승환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성사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고 대답했다.
“구단 옵션이 걸려 있는 오승환은 시즌을 마친 후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리빌딩을 목표로 하는 토론토로선 오승환처럼 몸값 부담이 적은 선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오승환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둔 팀에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불펜 투수이다. 토론토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텍사스 레인저스와 메디컬 문제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던 해프닝이 발생하면서 그의 몸 상태에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마운드에서 건강한 투구를 지속해 나갔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까지 열흘이 좀 넘는 시간이 있다. 그 사이에 우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난 그를 보내기 싫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야구는 비즈니스 종목 아닌가.”
오승환의 트레이드 후보 팀으로 거론되는 팀들 중 LA 다저스는 지난 2월 오승환이 애리조나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을 당시 스카우트가 애리조나를 방문, 오승환의 훈련 과정을 직접 지켜본 적이 있었다. 당시 오승환을 찾았던 스카우트는 토론토와 다저스 두 팀이었다. 이후 오승환은 토론토와 계약을 맺고 토론토 블루제이스 스프링캠프가 있는 플로리다로 향했었다.
LA 다저스는 지난 시즌 불펜이 무너지면서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눈앞에서 놓쳤다.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다저스로선 불펜 강화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다저스 전담 기자들도 오승환의 트레이드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만약 오승환이 다저스로 트레이드된다면 선발 류현진과 불펜 오승환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도 있다.
# 텍사스의 추신수 트레이드 구애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전반기 성적이 41승 56패로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텍사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의 리빌딩을 외치며 선수 보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둔 텍사스로선 즉시 전력감의 선수들을 내주고 유망주를 데려와 미래를 도모할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는 터.
그중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니는 추신수는 텍사스가 가장 팔고 싶어 하는 선수이다. 전반기 90경기에서 타율 0.293 출루율 0.405 18홈런 43타점을 올린 추신수는 아메리칸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물론 현역 최장 51경기 연속 출루 신기록을 경신하며 연일 이슈를 생산해냈다.
FOX 스포츠 해설자인 C.J. 니코스키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추신수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난 추신수의 트레이드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직도 타자로서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어떤 팀으로 갈 것인지, 또 새로운 팀에서 그를 받아들이는 조건을 어떻게 제시할지 간단치 않은 문제들, 숙제들이 놓여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원하는 팀이라면 추신수 영입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니코스키는 최근 방송에서 추신수의 트레이드가 아메리칸리그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도 물었다.
“나는 추신수가 뛰어난 외야수이고 그 포지션을 계속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선수도 수비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런 발언을 했던 것은 텍사스와 남은 2년 계약 때문이다. 2년 뒤 그는 37~38세가 될 것이고 가끔 지명타자로 나서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라면 내셔널리그 팀에서는 그럴 만한 기회가 없다. 그건 그가 일주일에 5~6일 정도를 외야수로 경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한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메리칸리그, 내셔널리그, 둘 다 지명타자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기 때문에 아메리칸리그로 트레이드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현지 언론에서는 추신수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텍사스 지역 언론인 댈러스 모닝뉴스는 “레인저스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판매자가 될 것으로는 보이지만 그들이 가진 주요 트레이드 카드는 적절한 조건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51경기 연속 출루하며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한 추신수한테도 관심이 적은 편”이라고 보도했다. 추신수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적은 이유로는 36세라는 나이와 수비, 그리고 높은 몸값이다.
추신수는 자신과 관련된 트레이드 소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어차피 이 모든 건 팀이 결정하는 것이다. FA를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로 오게 된 것은 어떤 목표(월드시리즈 우승)를 이루기 위함이었다. 만약 팀의 가능 방향과 내 목표가 다르다면 난 선택을 해야 한다. 앞으로 야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말했듯이 텍사스에 남아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지만 팀이 리빌딩을 원한다면 난 이길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게 맞다.”
추신수는 텍사스와 계약 당시 트레이드 제안이 왔을 때 거절할 수 있는 팀으로 10개 팀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그 10개 팀 중에서 자신을 트레이드하길 원하고, 그 팀이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면 구단과 상의 후 트레이드 거절을 해지할 수 있다는 얘기도 전했다.
# 류현진이 트레이드로? 희박한 시나리오
오승환, 추신수와 달리 트레이드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선수가 류현진이다. 올스타전이 끝난 직후 LA 다저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매니 마차도를 영입하면서 연봉 총액이 높아져 다저스가 사치세를 피하기 위해 선수를 트레이드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거론되는 야시엘 푸이그, 로건 포사이드, 류현진 중에서 과연 현재 재활 중인 류현진을 원할 만한 팀이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류현진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2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허벅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현재 애리조나에서 재활 중이고 연봉도 780만 달러로 높은 편이다.
현재 다저스는 후반기 부상자들이 전원 복귀한다면 선발진이 차고 넘치게 된다.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을 이끌었던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MLB.com과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선발진 재조정을 해야 한다. 현재 6명의 선수가 건강하고, 류현진도 돌아온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팀이 풀어야 할 문제인데 모두가 희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애리조나에 있는 다저스 캠프에서 재활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은 20일, 성공적인 불펜 피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류현진의 트레이드 소문을 흘리고 있지만 정작 선수는 소문에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고.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는 “류현진 트레이드는 말 그대로 루머일 뿐”이라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가 좌완 선발을 내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